▲ 사진=조선일보DB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한때 대북 협상 파트너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작심 비판하고 나섰다.

《뉴욕포스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이메일 성명을 발표, "문 대통령이 배은망덕(ungrateful)했다"며 "가장 힘든 시기에 알게 된(그리고 좋아하게 된) 북한의 김정은은 문 대통령을 존중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은 미국에 대해 장기간 지속된 군사적 바가지 씌우기와 관련한 것을 제외하면 지도자로서, 또 협상가로서 약했다"며 "김정은을 달래는 일에 약하고, 자신의 업적에 감사할 줄 모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을 향한 (북한의) 공격을 막은 건 언제나 나였지만 그들에게 불행하게도 나는 더 이상 거기 있지 않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타결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우리(미국)는 수십 년간 바보 취급을 당했지만, 나는 우리가 제공하는 군사적 보호와 서비스에 대해 한국이 수십억 달러를 더 지불하도록 했다"고 자평했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이 우리에게 지불하기로 합의한 수십억 달러를 심지어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왜 공개 발언으로 문 대통령을 비난하고 나선 것일까. 미국 매체들은 문 대통령이 최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저평가한 것에 대한 반발로 해석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해당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북 정책은) 변죽만 울렸을 뿐 완전한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 절하했다.

지난 2~3년간 문재인-트럼프-김정은 3국 정상이 벌인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직접 보면서 문제점을 제기해온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저서 《그 일이 일어난 방》(시사저널, 2020)에서 이렇게 회고한 바 있다. 비핵화 협상을 둘러싼 3자 간의 '동상이몽'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하겠다.

"그(폼페이오)는 또 점점 가시화되는 김정은과 트럼프의 (2019 판문점) 회동에 끼어들려는 문재인까지 상대하고 있었다. 트럼프는 문재인이 근처에 다가오는 것조차 질색했지만, 문재인은 꼭 참석해 가능한 한 3자 회동으로 만들려고 단단히 마음먹고 있었다. 문재인과 벌이는 이 실랑이가 모든 것을 망쳐놓을 수도 있겠다는 실낱같은 희망이 보였다. 김정은 역시 문재인의 합류를 원하지 않을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