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TV조선 캡처

최근 중국이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포대(砲隊) 배치와 관련해 압박을 가하고 있다. 중국은 사드가 자국의 안보 이익을 훼손하고 위협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한국 정부가 적절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등을 요격하기 위한 '방어용 무기'인 사드를 미군이 운용한다는 이유로, 중국이 한국 정부를 지나치게 압박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드 철거' 요청한 中 

지난 5일 《중앙일보》는 "중국이 지난 3일 한ㆍ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문제를 또 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측 보도자료에서 이례적으로 관련 내용이 빠졌는데, 실제 회담에선 전과 다름 없이 사드 철거를 요청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사드로 인한 한ㆍ중 간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이뤄진 이른바 10ㆍ31 합의에는 '중국 측은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체계를 반대한다고 재천명하고, 한국 측이 관련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했다'고 명시돼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후 중국은 한국과의 회담 때마다 보도자료에 '한ㆍ중 간 민감한 문제를 한국이 적절히 처리하기를 희망한다'는 취지의 문구를 넣어 한국 측에 사드 철거를 요청했다고 확실히 했다"고 설명했다. 이하 해당 기사의 해설 부분을 일부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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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선일보DB

"3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간 샤먼 회담 뒤 중국이 내놓은 자료에선 '민감한 문제'라는 표현 자체가 빠져 눈길을 끌었지만, 공개만 않았을 뿐이지 사드와 관련한 중국 측의 입장은 그대로였던 셈이다. 미ㆍ중 간 갈등 국면 속에 한국을 중국 쪽으로 끌어당기려 표현상 강약을 조절한 정도로, 한ㆍ중 간 갈등 사안과 관련한 본질적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中 대사 "사드 보복? 韓도 유니클로 '불매'했잖나"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 대사는 지난 21일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중국의 과거 사드 관련 경제 보복에 대해 "한국 국민들도 최근 몇 년간 한·일 관계로 유니클로와 같은 일본 브랜드를 불매한 일이 있다"고 말했다. 2019년 한국 정부가 일본과 역사 갈등을 겪을 때 '일본산 불매 운동'을 벌인 것처럼, 중국의 한한령(限韩令·한류 금지령) 등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도 정당하다는 식으로 발언한 것이다. 

싱 대사는 "중국은 사드를 통해 위협을 받았다. 사드문제는 양국이 수교 이후 받은 가장 큰 도전이었다"며 "한중(韓中) 관계는 독립적인 양자 관계로 다른 양자 관계에 예속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11일 자 《조선비즈》 보도에 따르면, 싱 대사는 같은 달 8일 국내 영자지 인터뷰에서 "사드와 관련한 모든 문제가 적절하게 처리되고, 완전히 해결되기를 바란다. (사드를 반대하는)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며 변함없다"고 했다. 싱 대사는 작년 5월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도 "미국의 한국 내 사드 배치는 목적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든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훼손하고 위협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中 외교관 "소국이 대국에 대항해서야 되겠느냐?" 

중국의 대(對)한국 사드 압박은 5년째 지속되고 있다. 2016년 사드 분쟁 초기 당시 중국의 한 외교관은 "소국(小國)이 대국(大國)에 대항해서야 되겠느냐"며 "너희(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하면 '단교(斷交) 수준'으로 엄청난 고통을 주겠다"는 등 과격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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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선일보DB

사드는 고조되는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무력 도발을 막기 위해 박근혜 정부 시절 미국과의 공조 아래 도입됐고, 현 정권 들어 배치 지역으로 확정된 경북 성주에 발사대 등 관련 장비가 반입됐다. 1개 포대 기준 발사대 6기(요격 미사일 48발)와 사격 통제 레이더 1대, 포대 통제소, 냉각장치·전자장치·주동력장치 등으로 구성돼 있다. 사드는 적의 미사일을 종말단계(미사일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다 낙하하는 단계)에서 요격하는 ‘방어 시스템’이다. 최대 사거리 200㎞, 최대 요격 고도 150㎞로 사거리 3000㎞급 이하의 단거리 및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을 고도 40~150㎞ 상공(上空)에서 요격할 수 있다. 저(低)고도 지대공 미사일인 패트리엇(PAC-2: 항공기 요격용, PAC-3: 미사일 요격용)과 함께 대한민국 방공망(防空網)을 구축하고 있다. 

中은 왜 사드 반대하나 

중국이 특히 문제 삼는 것은 600~800㎞(유효 탐지 거리 기준, 최대 탐지 거리 약 1000㎞)에 달하는 사드 레이더의 ‘탐지 거리’다. ‘탐지 거리가 길어 자국의 안보 기밀을 샅샅이 볼 수 있는데 어떻게 사드를 용인할 수 있겠냐’는 게 사드를 반대하는 중국의 주장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무리한 주장이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2016년 7월 11일 자 《데일리안》에 쓴 ‘사드 관련 유언비어 모두 다 거짓인 이유’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사드 체계에 사용되는) AN/TPY-2 X-Band 레이더의 경우 통상적인 운용범위는 600여 ㎞에 불과하고, 인공위성 등으로부터 받은 발사 정보에 근거하여 공격해오는 상대의 미사일을 ‘추적’함으로써 요격 미사일로 하여금 요격하도록 한다”며 “일부에서는 이 레이더가 CCTV처럼 중국의 모든 군사 활동을 탐지할 수 있는 것으로 호도하였으나, 레이더는 점으로 나타난 정보를 해석하여 대상이 되는 물체를 파악하는 장비로서 CCTV처럼 다른 일반적 군사정보를 파악할 수는 없다”고 분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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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조선일보DB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도 《월간조선》 2017년 4월호에 기고한 ‘사드 관련 중국의 억지와 위선’이라는 제하의 글에서 “중국이 사드 미사일을 자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사드 미사일에 부수된 성능 좋은 레이더가 (중국의) 만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주를 볼 뿐 아니라, 만약 미·중(美中) 전쟁이 발생할 경우, 중국은 미국을 향해 대륙 간 미사일을 발사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사드가 그것을 요격할 것이니 중국의 안보가 심각하게 훼손된다는 것”이라며 “사드 미사일의 레이더가 만주를 볼 수 있지만 사드 미사일은 만주 상공까지 날아갈 수 없고, 특히 중국의 대륙 간 탄도미사일들은 미국에 도달하기 위해 만주 상공을 날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탐지 거리 긴 韓 레이더 많았는데... '미국산' 사드만 트집 

‘이전에도 우리나라에는 탐지 거리가 사드와 비슷한 군사용 레이더들이 이미 있었는데, 중국이 미국산인 사드만 갖고 시비를 건다’는 지적도 있다. 《노컷뉴스》는 작년 11월 28일 자 ‘사드에 또 견제구 날린 왕이… 2+2 대화에 숨겨진 의도는’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사드의) 이 레이더를 전방전개 요격용 레이더(FBR) 모드로 운용하면 탐지 거리가 1200㎞ 정도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전에도 한국군은 이미 KDX-Ⅲ 이지스함을 건조하며 탐지 거리 1000㎞에 달하는 AN/SPY-ID(V) 레이더, 비슷한 탐지 거리를 지니는 그린파인 레이더까지 운용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이런 레이더들을 도입할 때 중국은 별다른 문제를 삼지 않았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미중 갈등 구도 가운데에서 미국의 전략구도가 한국에 만들어진다는 점이었던 셈”이라고 분석했다.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 포대는 들여올 때부터 논란이 극심했다. 중국의 압박은 물론 북한의 힐난, 국내 반미(反美)·진보 성향 단체들의 반대까지 이어졌다. 반대 주민 등이 사드 장비 반입을 막기 위해 길목을 막고 농성까지 벌였다. 계속되는 반대 시위 때문에 사드 포대는 2017년 처음 성주에 들어온 뒤부터 지금까지 ‘임시 배치’ 상태다. 지금도 제대로 된 기지 구축을 위해 ‘공사 중’인 것이다. 그마저도 현장시위로 진전이 더디다. 지난 1월 22일에도 국방부의 사드 장비 및 자재 반입을 막기 위해 주민 50여 명이 연좌농성에 돌입해 경찰이 강제 해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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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조선일보DB

사드 전자파 괴담의 진실 

이 같은 반대의 배경에는 ‘전자파 괴담’도 있었다. 사드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워낙 강력해 인체와 농작물에 해를 끼친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이 괴담을 믿는 사람이 드문 편이지만, 몇 년 전만 해도 국회의원들까지 ‘전자파에 튀겨진다’는 등 사드 전자파의 유해성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개사(改詞)된 노래를 부르고 다닐 정도였다. 

작년 1월 31일 자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사드가 배치된 성주의 2019년 참외 생산량은 역대 최대였다고 한다. 이 매체는 “(성주의) 3896농가(재배면적 3457㏊)에서 18만8384t의 참외를 생산해 역대 최대인 5050억 원의 생산액을 기록했다. 생산액이 1억 원이 넘는 농가도 전체의 30%인 1200가구에 이른다”며 “성주군은 사드 임시 배치 지역으로 4년 전 사드 사태 당시 ‘전자파 참외’ 괴담으로 참외 생산액이 급감하는 홍역을 치렀다. 하지만 사드 전자파 무해성이 입증되면서 성주 참외는 화려하게 부활했다”고 전했다. 

美 국방장관 "韓의 사드 방치는 동맹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 경고 

지난달 26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국무·국방장관 방한(訪韓) 때 경북 성주 주한미군 사드 기지의 열악한 생활 여건에 대해 우리 정부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동맹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unacceptable)’이라는 취지의 언급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그달 17~18일 서욱 국방장관과의 회담 및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 “사드 기지를 지금 같은 상태로 계속 방치할 것이냐”고 문제를 제기하며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고 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지난 2월 10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에 “사드는 무모하고 불법적인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에 대처하기 위한 신중하고 제한적인 자기방어 역량”이라며 “(중국이) 이를 비난하거나 자위적 방위 조치를 포기하라고 한국에 압력을 가하는 것은 부당하고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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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조선일보DB

전문가 "수도권 방어 위해 사드 추가 도입해야" 

최근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고조되는 북핵 위협 대응 차원에서 사드를 추가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직 외교차관, 외교 안보 전문 국회의원, 교수 등이 참여한 공감한반도연구회(대표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는 지난 1월 15일 ‘동맹 강화와 북핵 대응에 관한 제언’이라는 제하의 보고서에서 "북한은 이미 한국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 전력을 실전 배치했다"며 "미사일 방어에 필요한 한미 정보 자산을 통합하고, 수도권 인구 밀집 지역을 방어할 수 있는 사드급 포대 도입을 조속히 추진하자"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