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2030 세대 사이에서 투자 열풍이 불고 있는 가상화폐 시장과 관련, '세금은 걷어도 투자자 보호는 할 수 없다'는 식으로 나오는 금융당국의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소득세법은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으로 얻은 소득 중 250만 원이 넘는 액수에 대해 20%의 세금을 징수하도록 하고 있다.
황 전 대표는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최근 가상자산 열풍은 가상자산이 가지고 있는 투기성 혹은 젊은이들의 그릇된 사고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라며 "현 정부의 청년정책, 일자리 정책, 부동산정책에서 청년들의 성장기반을 만들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동소득으론 전셋집조차 마련하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청년들을 가상자산 거래소로 이끄는 데 한몫한 것"이라고 말했다.
황 전 대표는 "금융위원장은 22일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는 할 수 없으나 소득에 대한 세금은 걷겠다'고 했다. 헌정 질서와 행정의 근간을 뒤흔드는 오만에 참담한 심정이었다"며 "무엇을 위한 납세인가? 국민의 안전과 질서를 담보하지 못하는 국가가 어찌 '의무'를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깡패도 자릿세를 걷어가면 지켜주는 척이라도 한다는 한 네티즌의 말이 뼈 아프다. 기댈 곳 없는 서민의 울음 섞인 목소리 앞에 죄스러운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黃 "대안 없는 막무가내식 행정... 무엇을 위한 납세인가?"
황 전 대표는 "결코 가상자산 투자를 독려코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대안 없는 막무가내식 행정이 반복되지만, 아무도 사과하지 않음이 화가 날 뿐"이라며 "이제껏 소극적 태도로 방관하던 금융당국이 숟가락을 얹으려 드는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다. 문재인 정부는 자기 패거리 외 일반 국민이 부자 되는 꼴을 결단코 보지 못하는 듯하다"라고 비판했다. 그의 글이다.
"연 이은 부동산 정책 실패와 원칙 없는 과세 정책에 지친 허탈한 국민은 어디서 위로받아야 합니까? 혹, 금융위의 입장처럼 ‘투기성 강하고 내재 가치 없는’ 가상자산이라면 억지 명분만 남은 조세 원칙을 철회해야 할 것입니다. '잘못된 길을 가면 어른이 가르쳐 줘야 한다'고 했지만, 일반 국민을 잘못된 길을 가는 '투기자'로 규정 짓는 편협함이 과연 어른의 모습입니까? '잘못된 길'을 낸 사람은 누구입니까? 정부입니까, 국민입니까?"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화폐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다.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며 "(젊은이들이)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얘기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많은 사람이 투자를 한다고 관심을 갖고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루에 20%씩 급등하는 자산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것 자체가 투자를 부추길 수 있다"고 했다.
금융위원장 "가상자산 투자자,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 없어"
정부가 세금만 걷고 투자자 보호는 하지 않는다는 지적에는 "그림을 사고 파는 양도 차익에도 세금을 내고 있는데, 그림을 사고 파는 것까지 정부가 다 보호해줘야 하느냐"며 "가격이 떨어진 것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져주는 것은 아니고 자기 책임 하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층은 반발했다. 황 전 대표의 말처럼 '가상화폐 열풍을 사실상의 투기로 질시하면서 세금은 걷어가고 훈계만 하는 금융당국'의 무책임한 태도가 잘못됐다고 비판한 것이다. 은 위원장의 관련 발언을 지적하면서 사퇴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지난 23일 올라온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합니다'라는 제하의 청원글은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이 글은 25일 오후 8시 11분 기준 11만 7945명의 동의를 받은 상태다.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어른들이 가르쳐줘야 한다고 하셨죠?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왜 이런 위치에 내몰리게 되었을까요? 지금의 잘못된 길을 누가 만들었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말에 책임을 지시고 자진 사퇴하십시오.
30대 청원인의 분노 "어른들은 부동산 투기로 자산을 불려놓고, 가상화폐는 투기니 그만둬야?"
대한민국의 30대 평범한 직장인을 대표해서 한마디 남겨보고자 합니다. (...) 4050 인생 선배들은 부동산이 상승하는 시대적 흐름을 타서 노동 소득을 투자해 쉽게 자산을 축적해 왔습니다. 그들은 쉽사리 돈을 불렸지만, 이제는 투기라며 2030에겐 기회조차 오지 못하게 각종 규제들을 쏟아 냅니다. 덕분에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집 하나 가질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금융위원장님도 부동산으로 자산을 많이 불리셨더군요. 어른들은 부동산 투기로 자산을 불려놓고는 가상화폐는 투기니 그만둬야 한다. 국민의 생존이 달려있는 주택은 투기 대상으로 괜찮고 코인은 투기로 부적절하다? 역시 어른답게 배울 게 많습니다. (...)
금융위원장님께 묻습니다. 깡패도 자리를 보존해 준다는 명목 하에 자릿세를 뜯어갔습니다. 그런데 투자자는 보호해 줄 근거가 없다며 보호에는 발을 빼고, 돈은 벌었으니 세금을 내라구요? 블록체인과 코인 시장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는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미술품과 비교하면서 가상화폐 시장을 운운하는 것을 보았을 때 이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니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 수준이 아직도 선진국 수준에 도달할 수가 없다는 판단이 듭니다.
이미 선진국들은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종 노력을 하고 있는데, 아직도 제조업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바라 보십니까. 앞으로 국내 IT와 금융의 앞날이 어둡습니다. 훌륭한 인재들과 IT기술력을 갖추고도 정부의 이런 뒤쳐진 판단으로 세계적인 흐름에 뒤쳐지고 있다는 것을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국민들이 어른들이 만든 잘못된 세상을 본인들 손으로 고칠 기회를 드리니 자진 사퇴하셔서 국내 금융 개혁의 앞날에 초석이 되어 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