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광재TV 캡처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권 도전설에 대해 여운을 남기는 발언을 해서 눈길을 끌고 있다. 검증된 친노친문(親盧親文) 성향의 대권주자를 아직 낙점하지 못한 여권에서는 제3후보군으로 이 의원을 비롯해 정세균 전 총리, 김두관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의원은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제가 시대정신에 맞느냐, 제가 이 일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 계속 성찰하고 있다"며 "역사적 책무가 오면 피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번 (보궐)선거 패배를 보면서 더 깊이 고민하고 또 준비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된다는 생각도 많이 하고 있다. 결단할 때가 되면 결단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최근 논란이 된 정부의 가상화폐 징세 이슈에 대해서는 "'자산 가치가 없다'면서 정부는 세금을 걷겠다고 하면 (투자자 등 국민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가상화폐는) 위험과 미래가 공존하고 있다. 빨리 제도를 만들고 민관(民官)과 과학자들이 함께 모여서 이제는 시스템을 짤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열풍 2030 세대 끌어안기는 청년 표심 흡수 포석?

은성수 금융위원장 발언 등으로 2030 세대의 가상화폐 투자 열풍에 찬물을 끼얹어 '민심 이반'을 자초한 집권세력과 궤를 달리하는 태도다. 그의 대선 출마를 가정한다면, 차기 대권 가도에서 청년층의 표심을 미리 잡아놓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이 의원은 지난 1월 28일 《KBS》 광주방송과의 특별대담에서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은 '따뜻하고 강인한 대한민국'이다. 제가 대통령의 자격과 역량이 있는지 돌아보며 대선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처음에는 (대권 후보로) 저희 김경수 (경남)지사를 많이 생각했었다"며 "노무현 대통령께서 저렇게 비극적으로 우리 곁을 떠나셨는데 과연 내가 그만한 자격이 있는 건가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지난 3월 16일에도 '강원도형 그린뉴딜 사업' 계획 설명 자리에서 대권 도전에 관한 질문에 "시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 과제를 해낼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답하면서 여지를 남겼다.

"처음에는 '김경수'를 생각했다... 대선 출마 고심"

'원조 친노(親盧)'로 분류되는 이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의원이던 시절 보좌관으로 일하며 정계에 입문했고,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열린우리당 원내부대표를 지냈다. 이후 18, 19대 국회의원을 거쳐 강원지사를 한 차례 지낸 뒤 시민사회 싱크탱크인 '여시재' 원장을 맡는 등 한동안 재야에서 활동했다. 지난 21대 총선으로 복귀한 후 작년 12월에는 책 《노무현이 옳았다》를 펴내기도 했다. 작년에 발족한 여당 내 친문 의원 중심의 싱크탱크인 '민주주의 4.0 연구원'에서도 활동 중이다. 골수 친문계에 속하지는 않지만 정통 친노 출신이기 때문에 친문 그룹과 거리감이 별로 없다. 강성 기질이 아닌 신중한 전략가 타입이라 대중적 거부감이 덜한데다 20대 초반에 정치를 시작해 30대 젊은 나이에 국정과 의정을 두루 경험한 이력도 있다. 지난 4.15 총선에서 친문 그룹이 이 의원을 정치1번지이자 대권 도전의 기반이 되는 종로에 출마시키려 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런 점에서 현 여권 내 친문 핵심 그룹이 물밑에서 밀고 있는 제3의 대권 후보로 거론되기도 한다.

親文 바다에서 親盧 잠룡 승천할까

노컷뉴스》는 지난 1월 4일 자 기사 '이낙연發 사면론에 출렁…새해 '대권 경쟁' 본격화'에서 "(여권에서) 향후 제3의 후보가 뜰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주의 4.0'에서는 언제든 새 인물과 손 잡을 수 있다는 말을 은근히 흘리고 있다"며 "그 자리에 거론되는 주자로는 대표적으로 정세균 국무총리, 이광재 의원 등이 있다"고 보도했다.

정치평론가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는 지난 1월 1일 《주간동아》에 기고한 칼럼에서 "김부겸 전 의원과 이광재 의원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라며 "이 의원은 최근 새로운 국가전략과 국정과제 수립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이것만이 친문계의 바다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믿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월간조선》은 2020년 9월호 기사 '더불어민주당 내 元祖 親盧 부활 움직임'에서 "친문 주류와 거리가 있는 당내 인물 중 대권주자로는 김두관 의원과 이광재 의원이 꼽힌다. 두 사람 모두 노무현 전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의 원조 친노이면서 ‘비(非)문재인’계로 불린다"며 "이광재 의원은 강원도지사직에서 물러난 후 정치권과 거리를 두면서 문 대통령 및 친문 세력과 관계가 거의 없었다"고 보도했다.

"文에 대한 실망 커질수록, 盧에 대한 그리움 커질 것"

이 매체는 "그러나 오히려 이런 점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이들은 ‘변질되지 않은 노무현 정신을 계승할 정치인’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하 해당 기사의 일부분이다.

"노무현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전직 의원은 '(대권 후보로) 이낙연 의원도 좋지만 명문고-명문대 출신, 메이저 언론 기자, 도지사, 5선 의원 등의 스펙을 가진 이 의원은 스토리가 부족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이 커질수록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은 커질 것이고, 이런 여론은 다음 대선에도 영향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