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는 상징적인 표현 중 하나가 바로 '내로남불'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의 줄임말로, 주로 집권세력의 '위선(僞善)적 행태'를 지적하는 데 사용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비리 의혹, 진보를 자처했던 위정자들의 성추문, LH(한국주택토지공사) 사태로 촉발된 정치인-공직자들의 땅 투기 파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에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 사이에서도 '내로남불'에 대한 반성론이 나오고 있다. 집권세력의 누적된 '내로남불' 행태로 인해 지난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는 것이다. 세간에서는 민간 사전에 신조어로 등재되고 외신들이 조명까지 한 '내로남불'은 어느덧 정권의 수식어가 돼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黨靑 위선적 태도, 민심 결정적으로 돌아서게 해"
당 대표에 도전하는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CBS노컷뉴스》 인터뷰에서 보선 패인(敗因)에 대해 "부동산 정책 실패와 내로남불이다. 특히 청와대 정책실장(註: 전세 보증금 인상 논란에 휩싸인 김상조 전 실장을 뜻하는 것으로 보임)과 우리 당 의원들의 위선적 태도가 결정적으로 민심을 돌아서게 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우리는) 밖에서 아무리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더라도 다 외부 탓, 언론 탓으로 돌리고 내부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부족했다"며 "남 핑계 대기 전에 우리 스스로의 개혁이 필요하다. 언행일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같은 날 《국민일보》와 인터뷰한 당권주자 홍영표 의원은 당 쇄신 과제를 묻는 질문에 "이른바 ‘내로남불’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쇄신의 첫걸음은 지금 권익위에서 진행 중인 민주당 의원들의 부동산 거래내역 전수조사가 될 것"이라며 "결과에 따라 출당 조치까지 취하는 등 단호하게 대처하겠다. 민주당 윤리감찰단에 당내 공수처의 지위를 부여해 모든 종류의 비위 행위를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특권 세력의 위선과 반칙으로 '불공정 是非' 거세져"
야권은 지금도 연일 현 정권의 '내로남불' 행태를 지적한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달 29일 제46회 제주미래포럼 기조사에서 "특권 세력의 위선과 반칙, '내로남불'로 지금 우리 사회에는 불신이 커지고 불공정 시비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며 "기득권이 기회를 선점하고 과점한 가운데 '내 집 마련의 꿈은커녕 벼락거지는 면해야겠다'며 주식시장과 암호화폐에 '영끌'하는 젊은 세대를 지켜봐야 하는 심정은 참담하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주호영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정권은) 국민들의 분노, 심판의 민심을 명확하게 직시해야 한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내로남불'을 벗어나지 않고 지금까지와 똑같이 이대로 가면 더 큰 민심의 심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4월 7일(현지시간) 한국의 보궐선거 결과를 분석한 '선거 참패는 한국 정치 상황의 변화를 알린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번 선거는 한때 문 대통령에게 충성했던 유권자들, 특히 2030세대가 등을 돌림에 따라 (민주당이) 가파른 도전에 직면했음을 보여줬다"며 "문 대통령은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약속하며 집권했지만, 조국 전 법무장관 딸 특례 입학 스캔들로 ‘흙수저’ 논란이 커지면서 특권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던 대선 공약이 무색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NYT "한국인, 진보의 위선 '내로남불(naeronambul)'이라 불러"
그러면서 "한국인들은 진보진영의 위선적 관행을 ‘내로남불(naeronambulㆍ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 부르며 점점 더 냉소적으로 대한다"며 안병진 경희대 교수의 발언을 인용, "국민들은 문 정부가 무능하더라도 최소한 보수진영보다 윤리적으로는 우월하길 바랐는데, 문 정부의 ‘내로남불’ 행태에 대한 국민들의 오랜 불만이 누적돼 나타났다. 문 대통령은 이제 레임덕을 맞았다"고 지적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작년 8월 22일(현지시간) '한국의 진보 통치자들이 내면의 권위주의를 발산한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글 내용은 작년 8월 23일 자 《조선일보》에서 발췌했다.
"(남을 향한) 비판을 뿜어내던 사람들이 자신들을 향한 비판은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인권 변호사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이전 정부보다 더 개방적이고 반대 의견에 관대한 정부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좋은 의도가 시들어가고 있다. 정부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면 무관심하거나 건설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정부 측에서 소송을 건다. 지난해 언론사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 소송의 거의 5분의1이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관련된 것들이며 박근혜 정부 시절보다 더 많다. 청와대가 한 보수 신문에 실린 칼럼이 영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정 다툼을 벌였다. 우파 유튜버가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한 소문을 퍼뜨렸다가 감옥에 갇혔다. 민주당이 한 정치학 교수가 민주당이 자기 잇속만 차린다며 비판하는 칼럼을 쓰자 형사 고발했다.
한국의 좌파는 군사 독재에 맞섰다는 정치적 정체성을 쌓았으며, 자신들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는 우선 순위가 아니다. 정부 안에 있는 좌파들은 약자라는 자신들의 자아상을 버리지 않았다. 특정 언론들을 (상대편) 정당의 무기로 여기면서 그들로부터 비판이 나오면 '피포위 의식(siege mentality, 적에게 둘러싸여 있다는 강박 관념)'을 가진다. 문재인 정부가 세종대왕의 말을 잘 생각해보라. '나는 고결하지도 않고, 다스리는 데 능숙하지도 않소. 하늘의 뜻에 어긋나게 행동할 때도 분명히 있을 것이오. 그러니 내 결점을 열심히 찾아서 내가 질책에 응답하게 하시오.'"
"남은 비난하지만 자신에게는 너그러운 사람"
《시사상식사전》에 등재된 '내로남불'의 뜻은 다음과 같다. "사자성어라고 오해할 수 있는 이 단어는 1990년대 정치권에서 만들어져 오프라인과 온라인 등 일상에서 활발히 쓰이고 있는 말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줄여 말하는 것이다. 이는 똑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과 타인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중 잣대를 가진 사람을 나타내는 말이다. 즉, 남은 비난하지만 자신에게는 너그러운 사람을 일컫는다. 한편, 내로남불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 사자성어에는 ‘나는 옳고 다른 이는 그르다’라는 뜻을 가진 ‘我是他非(아시타비)’가 있다."
김종혁 전 《중앙일보》 편집국장은 저서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백년동안, 2021)에서 “문재인 정부는 국민들의 삶을 향상시키려고 노력하는 대신 ‘검찰개혁’이라는 다분히 정략적인 목표에만 매달려 국민을 분열시키고 상호 적대감만을 증폭시키며 허송세월을 했다. 온 나라를 싸움판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며 “추락하는 수출과 식어버린 성장동력, 사라진 일자리, 심화되는 양극화, 재앙에 가까운 부동산 정책, 후반기 경제대책이라고 발표한 ‘그린경제’의 엉성함 등을 종합해 보면 남은 집권기간 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뭔가를 이룩해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나라와 국민 모두에게 참으로 불행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국장은 “더 어이가 없는 건 위선을 부끄러워하거나 민망해하는 게 아니라 온갖 사특한 주장을 동원해 남들을 윽박지른다는 사실”이라며 “자기들만 똑똑하고 국민들은 바보로 여기는 게 분명하다.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그 당당하고 뻔뻔스러운 태도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일갈했다. 그의 글이다.
‘자신들은 특별하다’는 귀족진보의 選民意識
“귀족진보는 말로는 특권철폐를 외치지만 자신들이 특별대우를 받는 건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모든 국민은 평등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제 자식들은 개천의 가재, 붕어, 개구리가 아닌 용이 되도록 만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말에 책임을 지고 살아가려고 애쓴다. 귀족진보는 그렇지 않다. 남들에게는 하지 말라고 비난하며 위법과 위선을 버젓이 자행한다. 그러면서도 떳떳한 건 마음속 깊은 곳에 자신들은 특별하다는 인식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 문재인과 귀족진보는 이미 전체주의적 권위주의자들로 변해 버렸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국민들 앞에서 ‘진보가 앞으로 20년을 집권해야겠다. 아니 50년을 집권해야 한다’면서 떠들어 댄 게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었다. 이제는 집권 기간도 국민이 아니라 자신들 맘대로 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그들의 사고방식이다.
‘인민에게 권력을’이라고 외치며 권력을 잡은 공산주의자들이 결국 인민들로부터 모든 권력을 빼앗아 갔듯이, ‘민주주의여 만세’를 외치며 집권한 귀족진보들로 인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아니, 이미 많이 죽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