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30 세대의 ‘투자 광풍(狂風)’을 지적한 언론 보도와 금융 당국의 과세(課稅) 정책으로 연일 급등(急騰)하던 가상화폐 시장이 조정기를 맞은 가운데 홀로 ‘조용한 상승세’를 이어가는 코인이 있다. 바로 ‘이더리움(Ethereum)’이다.
업계에서는 대장주(隊長株·주식 시장에서 종목군별로 가격의 상승과 거래를 주도하는 주식) 격인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일명 ‘雜코인’으로 비트코인 外 기타 신생 코인들을 일컫는 말) 간 치열한 ‘각축(角逐) 구도’에서 이더리움이 일종의 보완재(補完財)·대체재(代替財) 역할을 하면서 안정적으로 성장해왔다고 분석한다. 미국 경제지 《포춘(Fortune)》은 블록체인 기술의 확장성을 기반으로 한 이더리움은 ‘비트코인·도지코인처럼 소란을 일으키지 않는 착실한 상승’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더리움은 3일 오후 1시 기준 글로벌 가상화폐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전날보다 4.97% 오른 3047달러(한화 기준 약 340만 9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1년 전인 작년 5월 3일 207달러(한화 기준 약 23만 2000원)에 불과했던 이더리움이 3000달러를 돌파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더리움은 올해 들어 비트코인 가격이 2배 상승할 동안 4배 급등(急騰)하는 추세를 보였다.
국내 가상화폐 전문 거래소 ‘업비트’의 고가(高價) 기준으로 보면, 지난달 25일 한화 285만 원대에 머물렀던 비트코인은 26일 301만 원, 27일 314만 원, 28일 323만 원으로 오름세를 지속하다가 지난 2일 358만 원, 금일(3일) 374만 원까지 뛰어오른 상태다. 시가총액 기준 비트코인(한화 기준 약 1198조 원)에 이어 2위인 이더리움(한화 기준 약 379조 원)은 이번 급등세로 시총 격차를 줄이게 됐다.
이더리움의 상승세는 최근 ‘호재(好材) 소식’에 더욱 탄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유럽투자은행(EIU)은 이더리움의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1억유로(한화 기준 약 1343억 2400만 원) 규모의 디지털 채권을 발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EIU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주주로 있는 국제 금융기관이다. 미국 《CNBC》 방송은 이 소식을 전하며 “이더리움이 주류 금융권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시장에 기대 심리를 작동시켰다”고 해석했다. 이밖에 지난달 캐나다에서 이더리움 상장지수펀드(ETF) 3건을 론칭한다는 소식, 중국의 가상화폐 거래 사이트 ‘바이낸스’가 오는 6월 이더리움 망을 활용한 대체불가능토큰(NFT) 시장을 만든다는 소식 등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의 가상화폐 전문가들은 이더리움의 전망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가상화폐 투자 분석 업체 ‘코인쉐어스’의 최고전략책임자(CSO) 멜텀 데미로스는 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에서 지난주 동안 2100만달러(한화 기준 약 235억 3800만 원)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반면 이더리움에는 3400만달러(한화 기준 약 381억 1000만 원) 규모의 자금이 새로 들어왔다”고 밝혔다.
뉴욕 월 스트리트 투자 자문사 ‘펀드스트랫’은 “가상화폐 시장의 핵심 추세가 비트코인에서 이더리움 및 다른 알트코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내 이더리움(가격)이 1만달러(한화 기준 약 1120만 원)를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거래되는 가격대의 약 3배까지 오를 것으로 본 셈이다. 가상화폐 트레이더 스콧 멜커 역시 “이더리움이 비트코인보다 쓰임새가 더 많다. 이더리움이 2021년 1만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정점을 찍은 이더리움 가격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투자를 권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상화폐 미디어 《뉴스비티씨》는 “이더리움은 지난주 34.5% 상승했지만 이더리움의 멈추지 않는 질주가 3000달러를 기점으로 식을 수 있다. 끝까지 상승을 이어가면 좋지만 계산식으로 흘러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금융 서비스 회사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수석 애널리스트 수잔나 스트리터는 ‘야후 파이낸스’에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의 가치는 여전히 상상의 영역이다. 이더리움의 최근 상승세는 투자자들의 입소문 덕이지 실제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출신 캐나다인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이 2014년 개발하고 2015년 7월 최초 발행된 이더리움은 가상화폐계의 은(銀)이자 원유(原油)로 불린다. 활용 가능성이 폭넓다는 점에서다. 가상화폐계의 금(金)인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금융 거래 시스템에 접목시켰다. 이와 달리 이더리움은 금융 거래 외 다방면의 비즈니스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시킬 수 있는 코인으로 지목된다. 1세대 블록체인 기술을 업그레이드한 ‘2세대 블록체인’ 코인인 것이다.
그래서 채굴량이 한정(2100만개)돼 있는 비트코인에 비해 발행량 상한(上限)이 없어 희소성은 떨어지지만 ‘확장성’ 면에서는 우세(優勢)하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비즈니스 분야마다 복잡하고 다양한 계약 패턴을 소화할 수 있는 기능이 강점으로 꼽힌다. 특정 조건 즉 ‘코드에 적힌 계약 조건’이 충족됐을 때 자동 결제가 이뤄지는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을 구현할 수 있다. 발행 및 활용 과정에서 비교적 전력 소모는 적고 거래 속도는 빠르다는 것 또한 장점으로 꼽힌다.
비탈릭 부테린은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동일한 데이터 구조를 가지고 작동하지만, 프로그래밍 언어를 내장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더리움의 고유한 프로그래밍 언어는 ‘솔리디티(Solidity)’다. 솔리디티는 ‘계약 지향’ 프로그래밍 언어로 다양한 블록체인 플랫폼의 스마트 계약 구현에 활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