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정권 비판 전단을 돌린 30대 청년에 대해 ‘모욕죄 고소’를 취하했다. 모욕죄는 친고죄(親告罪)로서 당사자나 법률대리인이 직접 고소해야 공소(公訴) 제기가 가능하다. 해당 청년이 돌린 전단에는 ‘북조선의 개, 한국 대통령 문재인의 새빨간 정체’라는 문구가 적힌 일본 잡지의 한 페이지가 인쇄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청년은 2019년 7월 문 대통령 등 여권 인사들을 비판하는 전단을 국회에 살포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달 22일 그를 모욕죄 및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4일 “문 대통령이 이번 사안에 대한 모욕죄 처벌 의사를 철회할 것을 지시했다. 주권자인 국민의 위임을 받아 국가를 운영하는 대통령으로서 모욕적 표현을 감내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본인과 가족들에 대해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혐오스러운 표현도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용인해왔다. 하지만 이 사안은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혐오와 조롱을 떠나 일본 극우 주간지의 표현을 무차별적으로 인용하는 등 국격과 국민의 명예, 남북관계 등 국가의 미래에 미치는 해악을 고려해 대응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명백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정부의 신뢰를 의도적으로 훼손하거나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적어도 사실 관계를 바로잡는다는 취지에서 신중하게 판단해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앞으로도 강도 높은 정권 비난 사안에 대해서는 ‘강경 대응’을 하지 않겠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에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앞으로 사안의 경중에 따라 (고소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일반 시민을 고소한 일은 유례(類例)가 드문 사건으로 최근 세간의 주목을 받아왔다. 대통령 후보 시절 ‘납득하지 못할 비난도 감수하겠다’던 문 대통령이 지나치게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보수야당인 국민의힘뿐 아니라 친여(親與) 성향인 정의당·참여연대·진보매체들 또한 ‘대통령의 고소가 과했다’는 식으로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4일 논평을 내고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이라면 누구든 국가정책·대통령·공직자 등에 대해 감시와 비판을 할 수 있고, 최고 권력자나 고위공직자 등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권력에 대한 국민의 비판을 모욕죄로 처벌하는 것은 문 대통령이 그간 밝힌 국정철학과도 맞지 않다”고 질타했다.
대통령 비판 청년 “北 '삶은 소대가리'는 가만히 있으면서 왜 국민에만 이러나”
대통령에게 고소당한 이 청년은 《신동아》 2020년 7월호 인터뷰에서 “첫 조사를 받을 때 경찰이 ‘해당 사안이 VIP(대통령)에게 보고됐다. 북조선의 개라는 표현이 심각하다. 이건 꼭 처벌을 원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얘기한 바 있다.
그는 “북한에서 문 대통령에게 ‘삶은 소대가리’라고 말해도 가만히 있으면서 왜 국민에게만 이러는 거냐. ‘북조선의 개’는 내가 만든 표현이 아니라 일본 잡지사에서 사용한 표현을 번역한 것”이라며 “어이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文 “대통령 욕해서 기분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
작년 8월 27일 ‘한국 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 관련 서면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이렇게 발언했다. “정부를 비난하거나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됩니다.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