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의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저감(低減) 효과가 있다고 발표해 ‘과장 홍보’ 논란에 휩싸인 남양유업의 홍원식 회장이 지난 4일 대국민 사과를 하고 사퇴했다.
홍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먼저 온 국민이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당사(當社)의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고 분노했을 모든 국민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는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회사의 성장만을 바라오면서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들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 같다”며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사건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저의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논란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자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며 “최근 사퇴 수습을 하느라 이러한 결심을 하는데 까지 늦어진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 살을 깎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 갈 우리 직원들을 다시 한 번 믿어주시고 성원해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사퇴 회견 도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抗)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충남대 수의대(獸醫大) 연구 결과를 통해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실험 결과는 동물·인체가 아닌 ‘세포’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지만, 남양유업은 “국내 최초로 소재 중심이 아닌 완제품 형태로 항바이러스 효과를 규명해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의 대량 구매로 마트 등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품절되고 남양유업 주가(株價)가 치솟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은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작동 원리)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서 실제 효과가 있을지를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불매운동’에 나서고 식약처는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 경찰이 본사와 연구소를 압수수색하는 등 사태의 심각성이 커졌다. 결국 남양유업은 위기 수습을 위해 ‘임원진 총사퇴’를 결정했다. 홍 회장이 퇴진했고, 장남 홍진석 상무도 ‘보직해임’됐으며, 이광범 대표 또한 사의(辭意)를 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