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대 의대생(醫大生)이 지난달 25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지 엿새 만인 30일 수중(水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의 뺨 근육은 파열돼 있었고 후두부(後頭部·머리의 뒷부분)에는 2개의 자상(刺傷)이 나 있었다.
#2. 실종 전날부터 고인의 곁에는 친구 A씨가 있었다. A씨는 24일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고인과 함께 술을 마셨다고 했다. 고인은 새벽 1시24분까지 자신의 어머니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고인은 새벽 2시경 A씨와 서로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을 찍어 자신의 SNS에 올렸다. 두 사람은 취기(醉氣)에 서로 뛰다가 넘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3. 이후 고인과 함께 한강공원에서 잠이 든 A씨는 1시간 반 이후인 새벽 3시30분경 깨어났다. 본인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고인이 취해서 자는데 깨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1시간 뒤인 새벽 4시30분경 A씨는 ‘곁에 고인이 없어 먼저 집에 간 줄 알고’ 노트북과 휴대폰을 챙겨 홀로 귀가했다. 새벽 5시경 A씨와 그의 부모는 한강에 나와 고인을 찾았고, 30분 뒤 고인의 어머니에게 실종 사실을 전했다.
#4. A씨는 자신의 것이 아닌 ‘고인의 휴대폰’을 갖고 돌아왔다. ‘실수’였다고 했다. 사건 당일 신고 간 신발을 집에 돌아와 버리기도 했다. ‘술 취한 고인을 일으키느라 더러워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5. 사건 당일 영상자료 등을 확보한 경찰은 고인의 사인(死因) 규명을 위해 A씨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과정에 변호사를 대동한 A씨는 ‘최면 수사’까지 받았으나 의미 있는 진술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술에 취해 당시 상황이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아버지 등 유족 측은 사건에 의혹을 품고 경찰의 조사와 초동 대응이 미진했다며 검찰에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6. 실종 당일 한강에서 달리던 남성 3명이 찍힌 CCTV 영상이 공개되고, 실종 장소 인근에서 A씨 휴대폰으로 추정되는 ‘파손된 빨간색 아이폰’이 발견되기도 했지만 모두 사건과 무관한 것들로 밝혀졌다.
#7. 유족은 고인의 장례를 치렀고 5일 오전 발인(發靷)을 마쳤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고인의 사인을 밝혀 달라’며 올라온 게시물은 이날까지 3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달 중순쯤 고인에 대한 정밀 부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미궁에 빠진 중앙대 의대생 고(故) 손정민씨 ‘한강 사망’ 사건 이야기다. 이 내용은 경찰 조사, 유족 진술, A씨 주장, 언론 취재 등을 종합해 사건의 정황과 경과를 정리한 것이다.
신발은, 휴대폰은, 그날의 새벽은 왜?
이 사건의 미스터리는 사건 당일 고인의 곁에 유일하게 있었던 친구 A씨의 진술에서 출발,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첫째, A씨는 왜 본인의 신발을 버렸는가.
둘째, A씨는 왜 고인의 휴대폰을 갖고 왔는가.
셋째, 당일 새벽 2시부터 5시30분까지 고인과 A씨 두 사람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A씨 주장은 이렇다.
첫째, 신발은 ‘더러워져서’ 버렸다.
둘째, 고인의 휴대폰은 ‘실수로’ 갖고 왔다.
셋째, 해당 시간대에는 ‘함께 뛰어놀다가-자고-깨어나서-고인을 깨우고-전화를 걸고-홀로 귀가했다가-부모와 다시 고인을 찾으러 갔는데-찾지 못해서 고인의 부모에게 실종 사실을 알렸다.’
전화는 왜 안 했고, 휴대폰은 언제 바뀌었나
고인의 부친(父親) 손현씨 등 유족 측과 일각의 지적은 이렇다.
첫째, 도대체 얼마나 더러워진 신발이기에 세탁하지 않고 굳이 버리기까지 했는가. 사건 현장은 진흙 등으로 인해 더러운 곳도 아니었다.
둘째, 늦게까지 술을 먹고 노숙(露宿)을 하다 새벽에 일어나 경황이 없었다 해도 기종(機種)이 다른 고인의 휴대폰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할 수 있는가. 새벽 3시30분경 본인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 때 A씨는 어떤 휴대폰을 사용했나. 휴대폰은 어느 시점에 바뀐 것인가.
셋째, 두 사람이 만취(漫醉)했음을 가정하더라도 일교차가 커서 날씨가 아직 쌀쌀한 시기에 야외에서 새벽잠이 들 수 있는가. 또 A씨는 ‘고인을 깨워도 일어나지 않은’ 3시30분경이나 ‘고인이 먼저 집에 간 줄 알았던’ 4시30분경에 왜 ‘고인의 부모’에게는 전화를 걸지 않았나. ‘본인의 아버지’에게는 전화를 걸었던 A씨가 아닌가.
경찰은 현재 고인의 휴대폰 디지털 포렌식 작업 등 사건 당일 행적과 사망 경위에 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아들을 가슴에 묻은 아버지의 눈물 젖은 마지막 편지
손씨는 고인의 발인을 앞두고 본인 블로그를 통해 ‘하늘나라에 있는 아들’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다.
〈정민아. 하늘이 내려주신 선물, 내가 착한 너를 얻으려고 아무것도 한 게 없기에 넌 늘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네가 우리에게 왔다간 기간이 21년밖에 안 돼서 너무 서운하지만 너무나 많은 것을 주었고, 우리 부부에게 인생은 살아갈만한 것임을 알려주었고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었다. 네가 없다면 우리는 행복이란 단어의 의미를 몰랐을 거야. 지금의 이별이 너무 아쉽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을 알기에 이제 너를 보내주려고 한다. 우리는 늘 너와 함께 할 거고 널 늘 그리워할 거야. 다시 만날 그날까지 잘 있을게, 엄마는 걱정하지 마. 아빠 믿지... 사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