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이재명 경기지사,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 사진=조선일보DB, 조선일보 유튜브 캡처

현 여권(與圈)의 유력 대선주자이자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치열한 경선을 벌여 줄곧 ‘비문(非文) 인사’로 분류돼온 이재명 경기지사의 최근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접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가(政家)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현 정부에 외교 자문을 해온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이 이재명 지사가 관할하고 있는 경기도의 국제관계 싱크탱크 수장(首長) 자리를 맡은 일도 시선을 끈다. 

일각에서는 이 지사를 중심으로 한 이와 같은 일련의 사건들이 현 집권세력의 핵심부인 친문(親文) 진영을 서서히 잠식해 들어가는 이 지사의 ‘정치적 영향력’을 보여준다고 해석한다. 친문 진영은 현 정권을 계승할 대권 후보를 아직도 낙점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세균·이낙연 전 총리 외에 이광재·유시민·김두관 등 일부 여권 정치인들의 이름이 거론되긴 하지만, 어느 누가 친문 진영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얘기는 들려오지 않는다. 이에 이 지사가 선수를 쳐서 길어지는 친문 진영의 고심(苦心)을 파고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친문 진영은 여전히 이 지사에게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어 그의 ‘공략’이 유효할 지는 미지수다. 실제 친문 일각에서는 ‘대선 경선 연기론’까지 제기하고 나온 상태다. 민주당은 현재 당헌·당규상 내년 3월 열리는 대선 180일 전인 오는 9월 초 후보를 뽑게 돼 있다. 이를 대선 120일 전인 11월 초로 연기하자는 주장이다. 이대로라면 ‘대세론’을 타고 있는 이 지사가 경선에서 무난히 승리할 수 있어, 다른 유력 후보가 등판할 때까지 친문 측에서 ‘지연작전’을 펼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이 지사는 어제(6일)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소에 헌화·분향한 뒤 방명록에 “‘함께 사는 세상’ 반칙과 특권 없는 사람 사는 세상, 공정한 세상으로 만들어가겠다”고 썼다.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만나 2시간 가까이 비공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특별한 목적이 있어 방문한 것은 아니고 매년 제가 (권양숙) 여사님께 인사를 드리고 있는데, 올해도 그냥 때가 돼서 인사드리러 온 것”이라고 했다. 봉하마을은 ‘친노·친문(親盧親文) 진영’의 성지로 불린다.

같은 날 TV조선은 여권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얼마 전 미국에서 귀국한 양정철 전 원장과 이 지사가 최근 몇 차례 만났다고 보도했다. 이 지사의 한 측근 의원은 TV조선에 두 사람의 만남을 인정하면서도 ‘어느 쪽이 먼저 요청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1일 각각 두 사람이 살고 있는 수원에서 만난 것으로 안다”고 했고, 다른 인사는 “양 전 원장이 귀국한 뒤 두 사람이 3차례 만난 것으로 들었다”고 했다. TV조선은 “정권 재창출을 지렛대로 이 지사와 친문 사이의 접점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3일 출범한 ‘경기도 국제평화교류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은 문정인 이사장과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공동으로 맡는다. 이재명 지사는 이날 출범 행사에 참석, 통일·안보·공공외교·국제정치 등 분야별 전문가들에게 위촉장을 수여했다. 이 조직은 ‘경기도 국제평화교류 지원 조례’에 따라 이 지사가 부임한 민선 7기 지자체에서 최초로 구성한 자문기구다. 도의 국제평화교류 정책에 대해 자문하는 역할이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