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선일보DB(고운호 기자)

한강에서 의문사한 의대생 고(故) 손정민군의 아버지 손현씨가 8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그간의 심경을 털어놨다. 의문의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비감과 침통함이 때마침 '어버이날' 신문에 실려 독자들의 가슴을 더욱 먹먹하게 하고 있다. 손씨는 실종 당일 아들과 함께 있었던 친구 A씨에게 여러 의혹을 제기하고 사고 현장을 발로 뛰는 등 사력을 다해 사건의 의문점들을 추적해오고 있다.

손씨는 이날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식탁에 영정 사진을, 정민이 방에 유골함을 뒀다. 아들이 있었을 때와 똑같은 일상"이라며 "정민이 밥상을 먼저 차리고, 잘 먹었냐고 묻는다. 자기 전에는 정민이 방에 들러 게임 적당히 하고 일찍 자라고 괜한 잔소리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내가 ‘우리 미친 것 아닐까’하고 묻더라. 그런데 아직 정민이가 없다는 게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손씨는 "사기를 당하기 딱 쉬운 스타일이 우리 정민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어떤지 판단을 해야 하는데 꼭 좋은 쪽만 보더라"며 "눈물도 많고 참 착한 아이였다. 그렇게 ‘온실 속의 화초’였던 탓이었을까"라며 아들의 빈자리를 슬퍼했다.

손씨는 "아들을 찾으러 다닌 지 3일째 새벽쯤 됐을까. 밖에 비가 내리는데 한강 수풀 속에 쓰러져 있는 정민이 모습이 떠올랐다"며 "이렇게 비가 휘몰아치면 저체온증으로 죽을 게 분명한데. 내가 지금 자고 있어도 되나, 내가 진짜 아빠면 가서 당장 가서 수풀들을 다 베어버려야 하는데"라고 탄식했다.

손씨는 "아들이 왜 강에 빠졌는지 알고 싶어서 부검을 했다. 부검 후 처참하게 돌아온 아들의 사진 앞에서, 저는 결심했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정민이의 죽음에 얽힌 이야기를 파헤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의 말이다.

"아들이 왜 죽었는지 알아야 CCTV를 늘리든 누군가 처벌을 받든 대책이 나오죠. 정민이 죽음이 일말의 가치라도 있기를 바랍니다. 그냥 이렇게 넘어가면 소위 말하는 X죽음밖에 더 됩니까. 사건이 이대로 묻힐까봐, 정말 끝까지 의혹을 못 밝혀내고 흐지부지될까봐 불안하니 힘든 줄도 모르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그에게 아들의 죽음은 여전히 의혹투성이다. 실종됐던 25일 오전 3시30분 이후 한강에서 정민씨를 봤다는 증인이 없다"며 "정민씨가 친구 A씨와 찍은 마지막 영상에서 '골든 건은 니가 잘못한거야' '그건 맞지'라는 대화가 나오는데, 골든이 무엇을 지칭하는지도 손씨는 궁금하다고 했다. 손씨는 '아들이 혼자 떨어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99% 확신한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손씨의 말이다.

"알아보니 이런 사건은 공소시효가 15년이라고 하더군요. 의혹이 해소되지 않을까 매일 두렵지만, 저희에겐 시간이 많아요. 아들이 왜 죽었는지, 알 때까지 수사에 재수사를 요청할 겁니다... 

 

(아들에게) 사실 어버이날이라고 신경 쓰지도 않았고, 받고 싶은 선물도 없었어. 네가 평소에 워낙 잘해줬다 보니 바랄 게 없었거든. 네 존재 자체가 선물이었어. 아, 사실은 너의 아이를 안아보고는 싶었지. 너도 아버지가 돼 어버이날을 맞이했어야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