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두관 민주당 의원(좌)과 문재인 대통령(우). 사진=TV조선 캡처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친노(親盧) 성향의 정치인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차기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올린 ‘노무현, 문재인의 확실한 계승자 김두관은 대선 승리를 향해 발걸음을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제하의 글에서 “우리 민주당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자주독립 정신과 헌법적 법통, 그리고 4·19 혁명, 부마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 촛불시민혁명의 위대한 민주주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며 “우리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을 넘어 제4기 민주정부를 세워야 할 막중한 역사적 책무를 지니고 있다. 행동하는 양심과 깨어있는 시민은 이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또 다른 말이 되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의원은 “2022년은 새로운 시대정신과 대통령을 선택하는 시간이다. 우리의 선택은 대한민국의 미래와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며 “대선 주자들의 면면과 국민을 위한 경쟁이 우리 당 대선 승리의 기반이 될 것이다. 이제 (본인은) ‘노무현, 문재인의 확실한 계승자’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이번 경선을 준비한다”고 출마 의사를 밝혔다.

김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처럼 영남 지역에서 민주 개혁 세력의 승리를 위해 낙선에 낙선을 거듭했다. 젊은 시절부터 문재인 대통령처럼 호남의 아픔을 포옹해 왔다”며 “영남은 따뜻한 고향이지만 깊이 갈아야 할 땅이고, 돌아갈 곳이지만 다른 지역 분들의 마음을 안고 찾아갈 곳이다. 지역주의를 민주주의와 인간에 대한 애정으로 극복하려는 두 분의 뜻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왔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노 대통령께서 생전에 꿈꾸셨던 그 세상을 보여드리고 싶다. 문 대통령이 추구하는 모든 지역이 골고루 잘 사는 포용사회를 지향하겠다”며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확실한 계승자’ ‘화끈한 개혁 김두관’으로 출발선에 서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꿈을 승리로 실현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포용과 개혁을 이어받아 제4기 민주개혁 정부를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親文 등판 어려우면 靑서 대안으로 삼을 것”

일각에서는 김 의원의 출마가 단순히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 흥행을 위한 ‘마중물’ 수준을 넘는다고 전망한다. 김 의원 스스로 ‘최종 후보’로 선출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 실제로 현 집권세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친문(親文) 그룹’은 문재인 정권의 적통(嫡統)을 이을 만한 대선주자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력 대권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대표적 비문(非文)계라 거리감이 있고, 이낙연·정세균 전 총리 또한 호남에 기반을 두고 있어 소위 ‘경남파’ ‘부산파’라 불리는 노무현·문재인 정권의 후계자로 만들기는 어렵다는 게 친문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경남 남해 출신인 김 의원이 이광재·유시민 등 친문이 고를 만한 대선주자 선택지 중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월간조선》은 2021년 2월호 ‘여의도 잠망경 - 청와대의 김두관 낙점說’ 기사를 내보냈다. 해당 기사는 “민주당의 대선(大選) 전략은 호남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부산·경남(PK) 출신 인물을 대선 후보로 세워 영남(경북·경남) 표를 양분해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이 ‘PK 유망주’가 김경수 경남지사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었다”며 “그런데 최근 들어 청와대는 김경수 지사가 재판에서 어떻게 될지 확신하지 못하고, 조국 전 장관 역시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유죄를 받는 바람에 난처해졌다. 그러던 중 대안으로 등장한 게 남해 출신 김두관 의원이다”라고 보도했다. 이하 기사의 한 대목을 옮긴다.

〈야당 출입 기자 F씨는 ‘낙점설’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최근 발언을 보면 친문 강경 세력이 입맛에 맞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조국·김경수 등 이른바 친문 대선 주자들이 등판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면 청와대에선 김두관 의원을 대안으로 삼겠죠. 그래서 김 의원도 전략적으로 청와대 입맛에 맞게 움직이는 것 아닐까요. 김 의원에 대한 평은 ‘사람은 괜찮다’예요. 겸손한 사람이라 크게 문제 일으킬 것 같지는 않아요. 그와는 별개로 정치적으로는 야망이 있는 분이죠.”〉

文 향해 날 선 공박 가했던 과거의 ‘反文 김두관’

1959년 남해에서 태어나 동아대 정외과를 졸업한 김 의원은 남해 고현면 이어리 이장을 시작으로 남해군수·경남지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지방 행정은 물론 행안부 장관, 청와대 정무특보, 열린우리당 최고위원, 제20·21대 국회의원 등 중앙 정계에서도 활동했다. 2012년 18대 대선에도 출마, 당내 경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와 경쟁 끝에 고배를 마셨다. 노무현 정부에서 관료로 일한 경험과 문재인 정부 집권여당의 재선 의원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친노친문(親盧親文)의 적장자(嫡長子)’ 대선후보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게 그의 전략이다. ‘이재명 견제용’으로 주목받는 이른바 ‘대선 경선 연기론’을 주장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김 의원은 한때 당 주도권을 놓고 문 대통령과 경쟁했던 이른바 ‘반문(反文) 성향’이었다. 당시 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을 공박(攻駁)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차기 대권을 위해 정치 성향을 ‘친문’으로 바꾸며 ‘현 정권을 계승할 적임자’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현 더불어민주당의 전신(前身)인 새정치민주연합의 김포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하던 시절 《월간조선》 2016년 1월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을 강하게 비판하는 대목이다.

“어쨌든 문재인 대표가 노 전 대통령의 적장자로 돼 있는 상황인데, 저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저는 어딜 가서도 친문은 아니라고 얘기하는데, 적장자로서 친노의 상징적인 인물이 되려면 노무현의 의제와 어젠다를 이어가고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 모습이 전혀 안 보여요... 문재인 대표가 당을 패권적으로 운영한다는 건 다들 아는 사실 아닙니까. 당이 환골탈태하면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어 아직 희망을 버리진 않았지만요. 문재인 대표는 한명숙 제명 시도와 기초단체장 출마 제한 등 뻔한 이야기만 늘어놓아 진정성은 없고 말로만 쇄신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해가 안 갈 때가 많고 어쩔 땐 당헌·당규도 잘 이해를 못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가장 큰 문제는) 리더십 문제겠지요. 안철수, 김한길, 박영선 모두 선거 결과를 성적표로 받아들이고 책임지고 물러났는데 문재인 대표는 왜 안 집니까. 또 대놓고 말하긴 그렇지만 우리 당은 지역적으로 호남을 기반으로 두고 있는데 왜 호남 민심을 살피지 않고 호남 리더를 당 지도부에 배치하지 않습니까. 유력한 대권주자나 그와 가까운 인물들은 대놓고 경계한다는 소문도 있죠. 결국 문재인 대표와 그 주변인물들이 끝까지 대권과 당권 다 갖고 있으려고 하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희생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