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040 세대 무(無)주택자’들이 쓴 글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청원글을 통해 ‘전세난’ ‘집값 폭등’ 문제와 관련,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고 정부의 실정(失政)을 비판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해 문재인 정부의 핵심 지지층인 3040 세대의 민심마저 등을 돌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달성하지 못한 아쉬운 정책’을 묻는 질문에 “부동산 가격 안정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이다. 부동산 부분 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어 “거기에 더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비리까지 겹쳐지면서 지난번 재보궐 선거에서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 정말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심판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40대 중반 부부의 청원글 ‘40대 전세살이들은 이 나라의 국민도 아닌 애만 낳고 사교육비로 집 한 채 없이 쫓겨 다닙니다’가 올라왔다. 글쓴이는 해당 청원글에서 “문재인 정부를 좋아하고 김어준을 좋아하는 남편은 정권을 믿고 무주택으로 살고 있다. 애가 둘이고 무주택 점수도 있으니 청약을 하자며 몇 년째 전세를 살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에 (집)주인은 (임대차 3법에 따라 우리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쓴다고 하니, (보증금) 2억을 올려주던(지 아니면) 나가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계약갱신청구권 쓴다 하니, 보증금 2억 올려주던지 아니면 나가라더라"
글쓴이는 “저희는 아이들이 둘 다 초등학생이라 이곳에 한 번 더 살아야만 하기에 이곳에 사실 거냐고 물어보지도 못했다. (보증금을) 당당하게 올려달라는 주인이었다”라며 “부동산에 물어보니 주인은 자신이 들어온다고 거짓말 하고 세입자 들여도 전세를 1억 더 올려서 3억을 버는 게 이익이기 때문에, (법을 어겨서 처벌받는) 손해배상 비용 1500만 원은 돈도 아니라서 새로운 세입자를 들이는 게 이익이라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집 주인이 임대차 3법을 어기면) 손해배상 청구해라? 정부는 소시민이, 그것도 임차인이, 맞벌이하는 부부가 손해배상 청구를 과연 2년 뒤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반문했다. 계약갱신청구권 등 현 집권세력이 추진한 ‘임대차 3법’의 실효성이 없다는 내용의 지적이었다.
글쓴이는 “맞벌이하면서 열심히 10년을 모아도, 어제 대출받아서 집 산 사람이 1억씩 오르는, 이 서울 집값에 편승하지 못한 저희가 바보”라며 “정부가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나라의 세금을 떠받치고 있는 40대, 50대, 그리고 4년 전 문재인 정부를 믿고 뽑아준 세대에게 이러셔야 하냐”고 토로했다. 그의 글이다.
“정부가 만들어놓은 계약갱신(청구권)은, 누군가는 착한 주인 만나서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저는 재수 없이 (보증금을 대폭) 올려달라는 주인을 만나서, 쓰지도 못하고 몇 억을 구해내야 하는 판국이다. ‘실거주 하실 거냐’고 하면 한다고 할까봐 (청구권) 쓴다는 말도 못하고, 퇴거 후에 실거주(여부)를 알아보고 손해배상 (요구)하는 게 더 힘들다. 바쁜 40대에게는 힘든 과정임을 만일 정부가 안다면, 손해배상 청구 관련 건도 노동부 처리처럼 간편하게 하거나 주인이 (직접) 줄 수 있게 해야 한다. 그것 또한 변호사를 사고, 주인이 (집에) 사는지 안 사는지 지켜보는 세입자의 심정이 더 비참하다.”
"현 정부, 무주택자들을 거지, 빚쟁이, 투기꾼으로 만들었다"
지난 7일에는 글쓴이 본인을 ‘30대 중반’으로 소개한 청원글 ‘대출 규제로 인한 부동산 폭등으로 무주택자들을 거지, 빚쟁이, 투기꾼으로 만든 현 정부를 고발한다’가 올라왔다. 글쓴이는 해당 청원글에서 “투표권이 생긴 날부터 올해 서울시장 선거 전까지 현 정부 지지자였다. 현 정부를 지지했던 이유는 가진 게 없었던 저에게 보수파는 ‘가진 자들의 세상’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그래도 경력이 쌓이면 원하던 회사에 취직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고, 결국 정규직으로 취직 후 결혼·출산을 하며 단란한 가정을 이루었다. 맞벌이로 열심히 살아가는 저희 부부가 언제나 자랑스러웠고, 직장을 다니고 공부도 하며 미래를 위해 희망을 품고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글쓴이는 “하지만 이러한 평범한 인생이 이제 바보가 되는 시대가 왔다. 어느 순간 저는 흙수저도 아닌 거지가 되어버렸다”며 “집을 갖게 되면 대부업체에 어마어마한 이자를 납부해야 하는 빚쟁이가 되어버렸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시나. 바로 11억 원이 넘어버린 서울 집값 때문”이라며 “25평 집값이 11억이라 하면, 공시가는 10억이기 때문에 은행에서는 4억 정도의 대출만 가능하다. 이후 1억 더 신용대출을 받는다 하면, 그래도 6억이라는 비용을 충당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1억 모아도 서울 평균 집값의 10%에 불과... 평범한 인생이 바보 되는 시대"
그러면서 “아무런 도움 없이 돈을 모아온, 아이가 있는 맞벌이 부부가, 수중에 돈이 어느 정도 있는지 아시나. 1억~1억 5천 정도 된다”며 “정말 검소하게 살면서 청년 때부터 저축만 8~9년 하며 이 정도 모았다. 하지만 이제 1억을 모아도 저는 거지다”라고 탄식했다. 그의 글이다.
“겨우 서울 평균 집값의 10%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집을 구매할 때 드는 취득세 등을 제외하고 나면 대부업체에서 빌려야 하는 비용이 5억입니다. 흔히 후순위 대출이라 부릅니다. 집값의 90%까지 대출 가능하다고 해서 알아보면 이자율이 11%대이고 사업자만 가능하다 합니다. 그럼 저희 월급의 80%는 대출 이자로 나가게 됩니다... 부동산에서는 부모님께 돈을 더 빌려서 ‘영끌’하라고 하는데, 이젠 부모님의 재력이 있는 은/금수저들만 집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즉, 사회 격차가 더 커진 셈이지요.
이제는 저 같이 열심히 버는 청년들은 집을 구매할 수도 없고, 집을 구매할 방법조차 없습니다. 집을 사는 사람들은 투기꾼 혹은 은/금수저 정도겠네요. 이러한 생각에 저는 처음으로 ‘직장에서 일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어차피 소득으로 내 집 마련은 쳐다볼 수도 없는데’ 라는 박탈감에 빠졌습니다.
"진보라는 이름하에 전 국민 98.5%가 더 이상 살 수 없게 만들었다"
끝으로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는 현 정부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진보라는 이름하에 상위 1% 부자와 하위 0.5% 계층에게만 맞는 법안을 만들어, 전 국민의 98.5%가 더 이상 살 수 없는 희망을 만들어 주시고, 주택 마련이 어려워 아이의 미래도 꿈꿀 수조차 없게 하였으며, 결혼/출산을 포기하게 만든 범죄자라 생각합니다. 부자들에게만 맞춘 정책이 아닌 평범한 무주택자도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대책을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