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한강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중앙대 의대생 고(故) 손정민군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전되고 있다. 경찰은 실종 당일 손군과 함께 술을 마셨던 친구 A씨와 그의 아버지, 목격자 등을 조사하고 A씨의 어머니 휴대폰을 포렌식한 상태다. 실종 당일 새벽 2시경 손군이 SNS에 올린 마지막 영상 속 의문의 단어인 ‘골든 건’에 대한 의미도 찾아냈다.
“누군가 구토를 하고 깨웠다” 유력 목격자 3명 진술 일치
11일 MBN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8일 실종 당일 손군과 A씨의 술자리 정황을 본 유력한 목격자 3명을 불러 한강 공원에서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이들의 진술은 “누군가 구토를 하고 깨웠다”는 취지로 일치됐다고 한다. 경찰은 다음날 A씨와 그의 아버지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A씨에 대해선 10시간 넘는 조사가 진행됐다. 또한 A씨 어머니의 휴대폰을 임의 제출받아 포렌식을 통해 A씨 및 손군 가족과의 통화기록 등을 분석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10일 기자들과 만나 “(실종 당일) 오전 3시30분 전후로 (A씨 어머니가) A씨와 통화한 내역 등이 있어 지난주 후반에 임의 제출받았고, 주말 전에 포렌식 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영상 속 ‘골든’은 힙합 가수 지소울의 과거 예명?
경찰은 또 실종 당일 SNS 영상 속 손군이 언급한 ‘골든’이라는 의문의 단어가 ‘힙합 가수’를 지칭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제이팍(박재범), 레이블(각각 뚜렷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 음반 회사를 개별적으로 이르는 말) 등 힙합 용어들이 나온 것으로 봐서 서로 우호적인 상황에서 공통 관심사를 나눈 것으로 추정된다. 영상 자체는 서로의 취미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앙대 의대 학생회가 공개한 손군의 실종 당일 행적에 따르면, 손군과 A씨는 ‘골든’을 언급한 전후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고 한다.
지난 10일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영상 속에서 함께 언급된 제이팍(박재범), 레이블도 ‘골든’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지소울(본명 김지현)이라는 가수는 한때 ‘골든’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했고, 가수 박재범이 설립한 레이블 ‘하이어 뮤직’에서 작년까지 활동했다고 한다. 손군의 아버지 손현씨는 이 매체와의 통화에서 “경찰이 가수라고 발표했는데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100% 확신은 못하지만 저도 그렇게 초기에 예상을 했다”고 전했다. 당초 네티즌들이 ‘의대생 사이에서 못 본 시험을 뜻하는 은어’ ‘인기 게임 롤(리그 오브 레전드)의 티어(등급)’ ‘커닝 문제’ 등으로 추정했던 것과 거리가 먼 의미로 드러난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골든’의 의미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젊은이들의 흔한 힙합 얘기였다면 영상 속 A씨는 왜 손군에게 큰절을 하면서 공손한 모습을 보였냐는 것이다.
‘손군 실종 당일’ A씨, 한강공원 서성이다 주저앉기도
KBS는 지난 10일 손군 실종 당일 새벽 5시50분경 한강공원 CCTV에 포착된 A씨와 그의 부모로 추정되는 인물들의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을 보면 A씨는 이날 새벽 4시30분경 혼자 집으로 향하다 1시간 20분 뒤인 새벽 5시50분경 한강공원 CCTV에 다시 포착된다. A씨는 누군가를 찾는 듯 공원을 서성이다, 부모로 추정되는 인물들을 차례로 만난다. 영상에서 A씨는 주저앉기도 했다.
손군 어머니 “아들과 A씨 모임, 미리 계획된 것 아니라 ‘번개’(급한 만남)였다”
손군의 유족 측은 앞서 영상 속 ‘골든’이라는 단어의 의미 외에도, 사건 당일 A씨와 관련한 여러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다. A씨 가족이 그의 신발을 버린 이유, A씨가 손군 휴대폰을 들고 온 이유, A씨의 휴대폰이 사라진 이유, A씨가 사건 당일 본인 부모에게는 전화를 걸면서 손군 부모에게는 연락을 하지 않은 이유 등이다.
손군의 어머니는 지난 10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정민이 휴대전화는 ‘록(잠금)’이 걸려 있지 않았다. (카카오톡 메신저만 빼고) 전화와 문자 모두 누구라도 할 수 있다”며 “(지난 4월 25일 오전) 3시30분 이후 (A씨가) 언제라도 정민이 휴대전화로 바로 (저에게) 전화할 수 있었다. 전화 통화 목록만 열어봐도 가족의 번호가 적힌 것을 여럿 볼 수 있었을 텐데, 왜 전화하지 않은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어머니는 실종 당일 술자리가 애초 알려진 대로 미리 계획된 것이 아닌 ‘벙개(번개, 급한 만남)’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4월 24~25일에 정민이와 친구 A씨, 그리고 또 다른 친구 B씨 등 3명이 처음부터 같이 술을 마시기로 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당초 3명이 함께 계획해서 술을 마시기로 한 것이 아니라, A씨가 급작스레 손군과 B씨에게 만나자고 제안했고 손군만 응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