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한강에서 의문사한 고(故) 손정민군 사건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현직 경찰이 쓴 것으로 알려진 글들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유족과 국민들로부터 “초동 수사가 부실해 사건 해결이 늦어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경찰이 자신들의 헌신과 노력을 강조하며 일종의 ‘반발성 글’을 써 올린 것이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경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그만큼이다” “처음부터 수사를 잘했으면 국민들이 이러겠나” “권력 앞에 한없이 약한 게 경찰”이라며 날 선 지적을 가하고 있다.
손군의 아버지 손현씨는 지난 4일 검찰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경찰의 초동 수사가 미진해 많은 중요 증거 자료가 소실되고 있다고 판단해 진정서를 제출한다. 초동 수사의 부족한 부분을 검찰 측에서 바로잡아주시기 바란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 경찰관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 ‘한강 사건 같은 거’라는 제하의 글을 올렸다. 글쓴이는 “수사는 비공개가 원칙이다. 매스컴 탔다고 해서 그때마다 일반 국민들한테 일일이 수사 진행 상황 보고해야 하나”라며 “자꾸 말도 안 되는 음모론 퍼뜨리면 또 그거에 대한 수사 보고 써야 되고, 언론 보도 내야 되고, 답변서 작성해야 한다. (그러면 다른 사건들은) 자꾸 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이니 (손군 사건에) 흥미 가지는 건 이해하는데, 아직 종결도 안 된 사건”이라며 “이때다 싶어 경찰 물어뜯고 온갖 루머만 쫓아다니며 퍼 나르는 모습들 보면 이게 민의인가 싶어서 한숨이 난다. 탈출 못한 수사과 직원들 알아주지도 않는데 주말 없이 고생하는 거 생각나서 속이 갑갑해진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경찰관은 해당 앱에 “다들 ‘방구석 코난’(추리 만화 ‘명탐정 코난’에 빗대어, 집에만 틀어박혀 근거 없이 ‘공상(空想)’으로 추리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단어) 빙의해가지고 얼른 이 사건 해결 안 하냐고 한다”며 “이 사건 때문에 본인 사건이 밀리면 뭐라 할지 궁금하다”고 썼다.
글쓴이는 “언론에 나오는 게 다 진실인 것 같지? 차라리 언론에 안 타면 사건을 묵히긴 쉬워도, 이렇게 언론 탄 사건을 그냥 묵히는 게 가능할 것 같아?”라며 “이 사건 담당자들은 잘해야 본전인 사건이다. 칭찬은 둘째 치고 날밤 까고 온갖 압박 다 받고 있는 담당자들이 불쌍하다 진짜. 뭐 이리 대한민국에 ‘방구석 코난’들이 많은지”라고 했다.
나름의 추리와 분석으로 조속한 사건 해결과 명확한 진상 규명을 촉구해온 네티즌들은 이 같은 경찰관들의 반발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네티즌은 “(글을 보니) ‘너 같은 것들이 어디 경찰들한테’ 그런 느낌”이라며 “알아서 할 테니 (국민들은) ‘입닥’(입을 다물고)하고 가만있어라, 초동 수사 못하든 잘하든 우리만 ‘알 권리’ 있으니 무조건 믿어라? 수사가 종교인가, 보이지 않아도 무조건 믿게”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공권력을 쓰는데도 ‘방구석 코난’들보다 못한 결과를 안겨주니 (이러는 것 아닌가)”라며 “이런 관심 줄 때 밀어붙일 생각은 안 하고 투덜댈 거면 때려치워야지”라고 일갈했다. 이하 어느 네티즌의 일침이다.
“방구석 탐정들에게 밥그릇 뺏길 거 걱정하지 말고 당신들 일이나 똑바로 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