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관 후보자 3인(과기부 임혜숙, 해수부 박준영, 국토부 노형욱)에 대한 임명 여부를 놓고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충돌하고 있다. 청와대는 ‘문제없는 인사’라며 강행 조짐을 보이고 있고, 민주당은 3인방에게 제기된 의혹들이 만만치 않다며 일부라도 지명 철회를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친문(親文)계로 분류되지 않는 송영길 의원이 새 당 대표로 선출됨에 따라, 청와대 입김에 휘둘리지 않는 ‘독자노선’을 택할 것인지가 정가(政家)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 이번 인사 사태 이전에도 청와대와 민주당 간 충돌 조짐은 종종 있어 왔다. 근래 들어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검찰 개혁 속도 조절론’ 문제였다. 당시 알려진 청와대의 주문은 검찰 개혁의 ‘완급 조절’이었고, 민주당에서는 강경론이 주를 이뤘다. 그러자 여당 원내대표가 국회에 출석한 대통령 비서실장 말을 끊고 ‘대통령의 검찰 개혁 의중’을 묻는 일까지 벌어졌다. 전직 법무장관이 SNS 등을 통해 검찰 개혁 속도전을 주장했고, 현직 법무장관이 ‘난 장관 이전에 여당 의원’이라며 당론에 따라 ‘중단 없는 검찰 개혁’을 촉구했다. 친문 적자(嫡子)라던 경남지사까지 대통령 말 한 마디면 정리되던 정치는 ‘권위적’이라며 사실상 여당 편을 들기도 했다. ‘레임덕을 맞은 대통령이라 영(令)이 서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청와대가 여당에 밀리지 않겠다는 태세다. 대통령이 직접 3인방 인사를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차기 대선을 준비 중인 여당은 민심과 괴리된 청와대의 ‘일방통행’을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정가에서는 ‘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에 따른 당청(黨靑) 갈등이 본격적으로 발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文, 장관 3인방 임명 강행 불사
12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회에 장관 3인 후보에 대한 인사 청문 경과 보고서를 재송부해달라고 요청했다. 오는 14일까지 국회가 청문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으면 그대로 임명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조선일보》는 “현행법상 최장 열흘인 재송부 기한을 나흘로 정한 것도 임명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며 “도자기 밀수, 가족 동반 출장 의혹 등을 받는 후보자 3명에 대해선 야당은 물론 여당 일부에서도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하 해당 기사의 한 대목을 옮긴다.
〈지난주만 해도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에선 후보자 3명 중 1~2명을 낙마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말부터 청와대 일각에서 “그렇게 큰 잘못도 아닌데 야당에 끌려다녀야 하냐”는 의견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후보자 3명에 대해 “능력을 갖춘 전문가”라며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는 아니다”라고 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당이 계속 낙마를 주장하면 싸울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7분간 인사와 청문회 얘기를 한 걸 보면 야당이 아닌 여당에 강한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에선 1명이라도 자르고 가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는데 난감하다”고 했다. 〉
“靑 명령하고 黨 따라가는 式 안 돼” 터져 나온 반발
친문과 거리가 먼 ‘송영길 대표 체제’가 들어선 민주당은 ‘청와대 하명(下命)만 받들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송 대표는 지난 11일 비공개 재선 의원 간담회에서 “당이 중심이 되는 대선을 만들어야 한다. 청와대가 명령하고 여당이 따라 가는 식은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해당 간담회에서 송 대표는 “국회의원 180여 명을 놓고 청와대 정책실장이 강의하듯 하는 것부터 바뀌어야 한다. 의원들이 대통령실장을 앞에 놓고 (정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동수 의원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도 하나하나 따지지 않은 탓에 당이 청와대 정책을 수행하기 바빴다”고 했고, 조응천 의원은 “민주당에 그간 ‘민주’가 없었다. ‘국민이 180석을 준 의미를 받들어 모신다’며 법안과 예산을 강행처리한 것 때문에 민주당이 오만하게 보였다”고 했다. 이하 이날 민주당의 ‘반(反)청와대’ 기류를 분석한 《중앙일보》 보도의 한 대목을 옮긴다.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최소한 임혜숙·박준영 두 분은 민심에 크게 못 미치고 따라서 장관 임명을 해서는 안 된다”며 임명에 공개 반대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끌고 가려면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노웅래),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인사를 해야 한다”(양이원영) 등의 반대 의견이 나왔다. 송 대표 측 관계자는 “전원 임명이 부담된다는 메시지는 어제(10일) 청와대에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 기자회견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송 대표 발언은 논란이 된 임혜숙·박준영·노형욱 장관 후보자의 거취 문제와 관련한 고심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고 보도했다.
“靑에 강력 권고할 것” 初選의 반란
당내 그룹 중 다수를 차지하는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는 3인방 장관 후보자 중 최소 1명에 대한 부적격 의견을 청와대에 ‘강력히’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더민초는 12일 초선 81명 중 40여 명이 참석한 전체 회의에서 이 같은 의견을 “당 지도부가 청와대에 강력히 권고할 것을 더민초 이름으로 요구하기로 정리했다”고 밝혔다. 더민초 소속 고영인 의원은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유토론 과정에서 의견을 모은 것은, 이번 장관 인사 청문회 이후 보고서 채택 과정에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게 엄격한 잣대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저희 내부에선 (부적격 대상을) 한 명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고, 두 명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의원들께서 걱정을, 우려를 많이 하셨다. 이번 건에 대해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최고위에 공식적으로 그렇게 제안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