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월 대권(大權) 등판설’로 최근 행보가 주목받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차기 대선 경쟁자로 유력한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지지율이 밀리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지사와 윤석열 전 총장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밖이다.
윤 전 총장은 현재까지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이 지사와 이낙연 전 총리 등 여권 잠룡(潛龍)들을 압도하는 지지율을 보여 왔다. 지난 3월 초 총장직 사퇴 이후 잠행(潛行)을 이어가고 있는 윤 전 총장의 ‘대권 고민’이 길어지면서 여론이 뒤바뀌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갤럽은 지난 11~12일 매일경제·MBN 의뢰를 받아 성인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대권 후보 가상 양자(兩者) 대결’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이 조사에서 이 지사는 42%, 윤 전 총장은 35.1%의 지지율을 받았다. 지역별로 보면 강원·영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이 지사가 윤 전 총장을 앞질렀다. 특히 호남 지역에서 이 지사는 65.1%의 지지율을 받아 12.6%를 받은 윤 전 총장과 큰 격차를 보였다.
‘양자 대결’이 아닌 전체 여야(與野)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이 지사(23.6%)가 윤 전 총장(19.6%)을 앞섰다. 이어 이낙연 전 총리(6.2%),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3.4%), 홍준표 무소속 의원(2.1%), 정세균 전 총리(1.4%) 등의 순이었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 전문가들은 윤 전 총장의 장고(長考)가 이어질수록 그에게 불리한 정치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대권 출마’ 여부가 최소한 이달 중순에는 정리돼야 하며, 못해도 하반기를 넘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현재 등판 타이밍을 보고 있는 야권 대선주자들이 좌고우면(左顧右眄)하다 기가 빠진 윤 전 총장을 협공(挾攻)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여권에서는 박용진·김두관 등 출마를 선언한 대선주자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유력 후보인 이재명 지사도 캠프 성격의 거대 조직을 출범시켰고, 이낙연·정세균 전 총리도 사실상의 대권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의 ‘등판 지연’이 여론 선호도를 스스로 갉아먹는 악수(惡手)가 될 수 있는 배경이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지난달 23일 《헤럴드경제》 인터뷰에서 “너무 뜸을 들이면 밥이 탄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100% 자기 발광체로 얻은 것이 아닌, 반문(反文)이라는 반사이익으로 얻은 것이기 때문에 늦어도 5월 중순에는 대강의 정치 비전에 대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며 “더 이상 침묵한다면 윤 전 총장에 대한 의구심, 피로도가 높아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지난달 28일 ‘뉴스1’ 인터뷰에서 “국민은 대통령에게 결단력, 책임감 등을 바라는데 윤 전 총장의 결심이 5월을 넘어가면 피로감이 높아지면서 낙마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도 이 매체에 “잠행이 이어지면서 신비감 같은 것이 있을 수 있지만 길어지면 대권 동력은 떨어질 수 있다”며 “늦어도 국민의힘 전당대회 전에는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지금부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전했다.
소종섭 전 《시사저널》 편집국장은 지난달 19일 《신동아》에 쓴 ‘양강 이재명·윤석열이 넘어야 할 여섯 고개’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두 사람(이재명-윤석열)의 지지율은 길항(拮抗·서로 버티어 대항함) 관계에 있다. 한쪽이 오르면 한쪽은 떨어진다”며 “그 이유는 보수-중도 영역에서 지지율이 겹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소 전 국장은 “윤 전 총장은 잠시 변호사 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을 검사로 살아왔다. 그가 갖고 있는 비전이 무엇인지 알려진 바가 전혀 없다”며 “경제, 외교, 통일, 인권, 환경 등에 대한 자신의 비전이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햇볕 아래 노출돼 직접 의견을 밝혀야 하는 순간이 윤 전 총장이 넘어야 하는 고개”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