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5 참전 영국 노병들의 수기집 '후크고지의 영웅들' 표지. 사진=타임라인 제공

6.25전쟁 당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병력을 파병, 공산 침략 세력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준 영국군 장병들의 수기집 '후크고지의 영웅들'이 나왔다.

17~20세 나이의 젊은 장병들이 삶과 죽음, 긴장과 공포, 피로와 휴식 등 전장에서 겪어야 했던 일상을 담담하게 그렸다. 전장의 병사들, 부사관부터 여단장에 이르기까지 전투에 임하는 영국군 지휘관들의 절제와 솔선수범, 불굴의 리더십도 엿볼 수 있다. 영국에서 공식 출판된 적 없는 자료를 한글 번역해서 펴내는 첫 공식 출판물이란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후크고지는 임진강 북단에 있는 해발 200미터 남짓한 능선 고지이다. 지형이 후크(hook)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후크고지 전투는 1952년 10월부터 1953년 휴전 직전까지 미군과 영연방군이 중공군과의 4차에 걸친 격전 끝에 고지를 사수해낸 전투로 임진강 북단의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백학면, 미산면, 왕징면 일대를 우리 영토로 지켜냈다.

그중에서도 1952년 11월 후크고지로 투입된 '듀크 오브 웰링턴 연대'는 1953년 5월 28일 50여 시간에 걸친 포격과 참호 육박전 혈투 끝에 중공군을 물리치고 고지를 사수했다. 지역 명칭을 따서 사미천 전투라고도 부른다.

이 책의 기획자이자 주 저자인 케네스 켈드(Kenneth Keld)는 18세의 나이에 입대해 6.25전쟁에서 싸운 참전용사이다. 그는 듀크 오브 웰링턴 연대 소속으로 후크고지 전투에서 싸웠다. 1978년에 세워진 '영국 한국전 참전용사회'의 창립 멤버이며, 협회 산하 북동부 지부 창설 멤버이다. 현재는 협회의 북부 잉글랜드 지부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라종일 전 주영대사는 추천사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정치 지도자들이나 사상가, 역사가의 담론에 등장하는 그런 영웅들과는 차이가 있다"며 "권력자들이 자기들의 정치적인 필요에 따라서 만들어 내는 영웅들이 아니라 죽고 죽이는 극한적인 상황에서 인간적인 긍지에 충실한 영웅들"이라고 밝혔다.

유용원 《조선일보》 군사전문기자는 "지난 30년 가까이 많은 국내외 참전용사들을 만나 뵀는데, 그분들께서 공통적으로 강조하시던 말씀이 'Freedom is not Free', 즉 자유는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며 "'후크고지의 영웅들'은 우리에게 이 같은 교훈을 새삼 일깨워주는 소중한 책"이라고 평했다.

김정식 예비역 중장은 "미·영을 비롯한 16개국 젊은이들의 피의 대가를 통해서 국난을 이겨냈다"며 "그 은혜를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나라를 더욱 빛냄과 동시에 세계시민으로서의 의무를 생각해야 한다"고 추천사에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