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연합뉴스TV가 단독 보도한 목격자의 손군 사건 당일 촬영 사진. 사진 속 누워 있는 사람이 손군이고, 쪼그려 앉은 사람이 친구 A씨다. 사진=연합뉴스TV 유튜브 캡처

지난달 25일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손정민군의 친구 A씨의 휴대폰 수색이 난항을 겪고 있다. 며칠간 잠수 등을 통해 휴대폰 찾기에 나섰던 민간 수색대는 15일 활동을 종료했고, 경찰과 해군이 수색을 이어나간다. A씨는 사건 당일 본인 휴대폰이 아닌 손군 휴대폰을 가지고 귀가했다. A씨는 취중에 우연히 바뀐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집에 왔더니 정민이 휴대전화가 주머니에 있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휴대폰은 스페이스 그레이 색상의 '아이폰8'이고, 손군의 휴대폰은 '갤럭시S20'으로 기종이 다르다. 이달 초 부서진 아이폰 등이 한강에서 발견되며 관심을 모았지만 모두 A씨 것이 아닌 걸로 밝혀졌다.

사건 당일 계속 등장하는 휴대폰... 언제 바뀌었나?

목격자 제보를 받은 손군의 아버지 손현씨는 최근 언론에 사건 당일 새벽 2시 18분경 손군과 A씨가 함께 찍힌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 12일 《헤럴드경제》 보도에 따르면, 사진 속 손군은 만취한 듯 풀밭에 쓰러져 있고, A씨는 그 옆에 쪼그려 앉아 휴대폰을 하고 있다. 세간에서는 이때 A씨가 사용한 휴대폰이 누구의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 A씨는 본인 휴대폰, 즉 아이폰으로 사건 당일 새벽 3시37~38분 사이 본인 어머니와 한 차례 통화했다. 통화는 '손군이 많이 취했는데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A씨 어머니는 A씨에게 오전 4시 30분경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A씨가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당시 A씨가 다른 휴대폰을 갖고 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두 사람의 휴대폰이 바뀐 시점은 '새벽 3시 38분~4시 30분'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시각(새벽 3시 38분)과, A씨 혼자 한강변에 누워 있는 모습이 발견된 시각(새벽 4시 20분) 사이와 거의 일치한다. 현재까지 두 사람의 행적이 규명되지 않은 시간대와, A씨가 본인 휴대폰을 잃어버린 시간대가 겹치는 셈이다. A씨의 휴대폰은 사건 당일 오전 6시 30분쯤 기지국과 연결이 끊긴 뒤 전원이 꺼졌다. 마지막 신호는 반포한강공원과 거리가 있는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기지국에서 잡혔다.

'스모킹건' A씨 휴대폰... '반포 쪽 한강'에는 없다?

15일 수색 종료를 고한 민간수색팀 '아톰'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민간 잠수팀 UTR 소속 4명 등 도합 10명이 오전 10시부터 6시간 동안 지상·수중 수색을 했고 (A씨 휴대폰인) 아이폰이 아닌 기종 2대를 찾았다"며 "이미 찾아본 곳도 교차 수색했다.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다면 그 휴대폰은 이곳에 없다는 게 우리의 잠정적인 결론"이라고 전했다. 민간 잠수팀은 지난 10~11일과 이날까지 도합 사흘간 탐지 장비를 이용해 물속을 수색했고, 휴대폰 총 5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민간수색팀 아톰 팀장은 "A씨의 아이폰은 이 사건의 스모킹건"이라며 "저희가 아이폰을 발견하게 되면 처분 내지 판단에 대한 권한은 손씨 아버지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전달하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물결에 유실된 A씨 휴대폰? 전문가 "바닥에 가라앉으면 안 흘러가"

이처럼 계속된 수색에도 소득이 없자, 일각에서는 A씨 휴대폰이 유실된 게 아니냐고 추측하기도 한다. 사건 현장이 한강인 만큼, 강물에 떠내려갔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잠수 전문가는 휴대폰이 강바닥에 가라앉으면, 장마철이 아니고서는 물결에 쓸려갈 일이 없다고 지적한다. 홍성훈 대한잠수협회 사무국장은 지난 7일 YTN 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 생활'에서 "(휴대폰이) 떠내려갔다고 가정한다면 장마철일 때다. 그럴 정도가 됐을 때나 스마트폰이 떠내려간다"며 "보통 (휴대폰이) 바닥에 가라앉으면 위에 한강 밑은 물이 거의 안 흘러간다. 그 밑은 물이 흐르는 영향이 거의 없으니, (가라앉은 휴대폰이 그대로) 거기 있다고 생각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홍 국장은 "한강 맨 밑바닥에 있는 저질(底質)이 뭐냐면 갯벌이다. 갯벌이기 때문에 (휴대폰이 가라앉으면) 딱 묻힌다"며 "(수색 때는) 시야가 문제다. 지금은 시야가 아주 흐린 건 아니지만, 반포쯤 되면 굉장히 시야가 안 보인다"고 말했다.

휴대폰 찾아도 A씨 측이 '잠금 해제'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수사 난항?

일각에서는 A씨 휴대폰을 찾는다 해도, A씨 측이 패턴 또는 비밀번호 등 잠금장치 해제에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수사가 다시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A씨 휴대폰 기종이 외국에 본사가 있는 애플사의 아이폰이기 때문이다. 지난 6일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한국디지털포렌식센터 관계자는 "아이폰도 기종마다 다르고 증상마다 다르지만 국내에서도 할 수 있는 증상이 있고 해결 안 되면 외국에 보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며 "다만 모든 증상에 대해 다 풀 수 있는 건 아니고, 경우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 장비를 민간보다 더 갖춘 수사기관에선 기본적으로 대부분 잠금을 풀고 포렌식을 할 수는 있지만, 아이폰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이 매체에 "무한 복제한 뒤 경우의 수를 넣어 6자리 비밀번호를 맞추는 등의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해 (아이폰 잠금을) 풀 수는 있다"며 "다만 그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걸려 수사 대상인 경우라면 수사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매체는 해당 기사에서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이폰은 잘못된 비밀번호를 계속 입력하면 초기화(자동 포맷)가 발동돼 내부 저장된 데이터가 포맷된다. 이것을 피하려면 기기 내 데이터 저장 장치를 분리하고 안에 들어있는 내용을 복제한 뒤, 가상 아이폰 상태를 만들어 무작위 암호를 계속 대입해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방식을 쓰게 된다"며 "따라서 이러한 아이폰 복제와 무작위 비밀번호 대입으로 잠금을 해제하는 데에는, 최소 수개월이 걸리고 경우에 따라 아예 실패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보도했다.

"전화 켜지지 않으면 메모리칩 멀쩡해도 복구 불가능"

《조선일보》는 15일 '정민씨 친구의 휴대폰을 한강에서 건져올리면 복구가 가능할까'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렇게 보도했다.

"수사기관과 보안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휴대전화 복구의 열쇠는 내장된 메모리칩이다. 가로세로 1cm 정도 크기의 메모리칩에 모든 정보가 담기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메모리칩만 손상되지 않으면 과거 삭제한 자료를 복구할 수 있다. 단 전제 조건이 있다. 반드시 휴대전화 기기를 켤 수 있어야 한다. 전화가 켜지지 않으면 메모리칩이 아무리 멀쩡해도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휴대전화가 켜지지 않아도 메모리칩만 살아있으면 디지털 포렌식 방식을 써서 자료를 복구할 수 있었다. 삼성 갤럭시 기종의 경우 대체로 2016년 출시된 S7 이전 모델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다 보안을 강화하는 추세에 맞춰 메모리칩 내에 있는 데이터를 암호화해 저장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휴대전화가 켜지지 않을 경우 암호를 풀어낼 수 없게 됐다. 즉 메모리칩 자체만으로는 디지털 포렌식 방식을 써도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데이터복구업체 ‘더컴즈’ 관계자는 “휴대전화 제조사가 보안 강화 기술을 만들어내면, 우리 같은 보안업체는 이를 풀어내는 기술을 개발하며 쫓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휴대전화는 어떤 경우에 작동이 불가능해질까.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망치 등으로 심하게 내리쳐서 부수는 경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휴대전화는 반도체 부품이 내장된 정밀 전자기기이므로 깨서 부수면 정상적인 작동이 어렵다”고 했다. 다만 한 보안업체 관계자는 “완전 박살 난 것처럼 보이더라도 살아날 수 있다. 완전히 휴대전화를 없애고 싶다면 파쇄하는 기계에 밀어 넣어 흔적도 없게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한강처럼 물에 잠겨 있다 발견된 경우 살아날 수 있느냐도 관심사다. 과거 휴대전화는 방수 기능이 없어 조금만 물이 들어가도 완전히 고장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휴대전화에 방수(삼성전자 2016년 출시된 갤럭시 S7부터) 기능이 포함됐다. 현재 삼성과 애플이 적용하는 방수 기술(IP68)은 ‘깨끗한 물에, 1.5m 깊이로, 30분간 담겨 있다’고 하더라도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수준이다. 다만 휴대전화에 금이 생긴 정도와 수질, 수심의 차이 등 환경에 따라 생존 여부가 갈린다. 경찰 관계자는 “최대 석 달 동안 물에 있었던 휴대전화도 살려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휴대전화를 바닷물에 빠트리는 경우, 부식이 빨리 진행돼 복구가 더 어렵다고 한다. 다만 바닷물 진흙 안에 처박히면 부식이 늦어져 살아날 가능성은 조금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