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SBS 뉴스 유튜브 캡처

국가정보원 간부들이 여직원을 성추행한 사건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최근 SBS 단독 보도로 관련 사건이 드러나자 국정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자체 조사를 통해 해당 직원들을 직무배제 조치했고 이달 중 징계위원회를 개최해 엄중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SBS 보도와 국정원 보도자료 등에 따르면, 여직원을 성추행한 간부들은 2급 국장 A씨와 5급 직원 B씨 총 2명이다. 2급 국장 A씨는 작년 6월 말 일요일 부서장 집무실에서, 7월 초 서울 근교 차 안에서 여직원을 성추행했다. 5급 직원 B씨는 같은 해 9월 여직원을 성추행했다.

“여직원 두 차례 성추행한 간부, 대북 전략 핵심 부서로 영전”

특히 A씨는 사건 한 달여 뒤인 작년 8월 인사에서 3급에서 2급으로 승진했다. 13일 사건을 처음 보도한 SBS는 16일 취재 후기에서 “(A씨는) 대북 전략 등을 총괄하는 핵심 부서로 영전했다”며 “인사를 담당하는 조직이 비위 사실을 알았다면 은폐한 것이고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하 SBS 취재 후기 기사의 한 대목을 옮긴다.

〈이 같은 '비상식적인' A 국장 인사, 당연히 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국정원 내부에서는 “A 국장이 현 정부 특정 고위직 인사와 매우 가깝다” “특정 인사를 매우 가까운 곳에서 모셔서 승진한 것이다”라는 말이 돌았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승진 인사는 바로 그 특정 고위직 인사가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정원에 정통한 국회 관계자는 SBS에 “가해자로 지목된 당사자들이 성추행 혐의는 인정했지만, 성폭행 혐의는 부인한 것으로 안다. 국정원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는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라는 반응이 나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건 첫 발생(작년 6월) 열 달 만(지난 4월)에 감찰 착수

국정원은 지난 3월 18일 피해 여직원의 신고를 받고 다음날인 19일 원장(현 박지원 국정원장) 보고 후 즉시 감찰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1일 B씨, 16일 A씨를 직무배제 조치하고 이달 11일 조사를 완료, 오는 21일 징계위원회 개최를 통보했다. 

국정원은 14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국가 최고 정보기관에서 이러한 사실이 발생했던 것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국정원은 본 건에 대해서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향후 징계위원회의 결정 및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SBS는 취재 내용을 토대로 “국정원의 조사가 늦어진 게 ‘내부 은폐’를 시도했기 때문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이하 해당 기사의 한 대목을 옮긴다.

〈국정원 사정에 정통한 한 국회 관계자는 “국정원 내부에서는 사건과 관련한 소문이 연말부터 퍼졌다”라고 전했습니다. (...) 오히려 국정원이 내부적으로 ‘입단속’에 나섰다는 제보도 이어졌습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사건 관련 이야기가 돌자, 특정 부서에서 ‘유언비어를 퍼트리면 엄벌하겠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가해자로 지목된 A 국장이 소문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피해 여직원을 자신의 부서로 데려가려고 했고, 이에 다시 공포감을 느낀 여직원이 신고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성추행 사건을 처음 보도한 SBS 보도가 나간 뒤 한 국정원 관계자는 “사건 터지고 입단속한다고 난리였는데…”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기도 했습니다.〉

국정원 관계자 “입단속한다고 난리”... 국정원 “피해 직원 회유·설득 없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보도자료에서 “금일(14일) 조사 부서에 추가로 확인한 바, 피해 직원은 감찰조사에서 간부들이 자신을 회유하고 설득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사실이 없으며 현재까지도 일관된 입장임을 확인하였다”며 “따라서 (SBS) 보도 내용 중 ‘간부들이 피해 직원을 회유하고 설득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국회 관계자 언급, 그리고 ‘국정원이 10개월을 방치하다 뒤늦게 직위해제 조치를 취하고 감찰에 착수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하 보도자료의 한 대목을 옮긴다.

〈또한 국정원은 어제(13일) 입장을 묻는 언론에 ‘징계위원회 결과 및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하였을 뿐, 미리 형사고발을 예단해 언급하지 않았기에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참고로 ‘위력에 의한 성폭력 발생 시 당사자의 명시적 반대가 없을 경우 기관의 고발 조치 의무화’는 금년 1월 관련 법 조항이 개정되어 7월부터 시행될 예정임)〉

국정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