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故) 손정민군의 생전 모습(좌)과 손군의 아버지 손현씨가 《조선일보》 인터뷰 중 눈물을 흘리는 모습. 손씨는 지난 16일 손군의 숨겨진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며 먼저 떠난 아들을 그리워했다. 사진=손현씨 블로그 캡처, 조선일보DB

지난달 25일 한강에서 사망한 고(故) 손정민군 사건 당시 유일한 동석자인 친구 A씨의 입장문이 17일 전격 공개된 가운데, 손군의 아버지 손현씨가 입장문 내용을 반박하고 나섰다.

이날 법률대리인을 통해 공개된 A씨 측 입장문에는 ‘고인과 A씨는 대학 입학 후 여행을 자주 간 친분 있는 사이’ ‘당시 A씨는 술에 취해 사건 경위를 잘 기억하지 못함’ ‘자책감 큰 A씨가 극단적 행동 할 수 있어 심리적 안정 위해 변호사 동행’ ‘A씨 가족 중에는 유력인사 없음’ 등 그간 제기된 의혹을 해명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손씨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입장문 전체가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로 일관하고 있다. 의혹은 해명된 게 없다”며 “A씨의 정신 건강이 염려되는 상황이었다면 의사를 대동하는 방법도 있었다. 변호사가 심리적 안정을 준다는 말은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입장문에 담긴) 경찰 조사 발표로 입장을 대체한다는 건 우리한테 직접 사과한다는 생각이 앞으로도 없다는 것이다. A씨 가족이 수사 결과를 낙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손씨는 같은 날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A씨 가족 중에) 정말 유력인사가 없다면 안심”이라면서도 “다만 (A씨 가족들이) 경찰의 수사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부러울 뿐이다. 수사 결과를 아주 확신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친한 친구가 실종됐을 때 찾으려고 노력한 것도 없고 주검으로 발견된 뒤 아무것도 안 한 사람들이 친구 운운하는 게 가증스럽다. 이렇게 하는 게 친구인 건가”라며 “변호사가 왔을 때 심리적 안정을 찾는 것은 범죄인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손씨는 또 ‘YTN’ 전화 인터뷰에서 “기존에 (입장 표명) 했던 거랑은 특별히 다른 거 없고, 경찰 조사하고 비슷한 내용을 말을 맞춘 것 같다. 근본적인 궁금증 해결에는 도움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YTN은 손씨 말을 전하며 “(손씨는) 실종 당일 새벽 3시 반쯤 A씨가 자신의 부모에게 먼저 연락한 것을 손씨 가족들에게 왜 숨겼는지 등 정작 불리한 정황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고 꼬집었다”고 보도했다.

손씨는 지난 16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 ‘비 오는 일요일’에서 “많은 분들이 힘센 변호사를 동원해서 압박해야 한다고 한다. 경찰이 내사 중인 사건이고 기소가 가능하다면 검찰로 넘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민사도 아닌데 왜 그 과정에서 힘센 변호사가 필요할까. 우리나라는 그래야만 하는 나라일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제 판단이 틀릴지도 모르지만 전 2021년의 우리나라를 믿고 싶다. 누구나 공정하게 국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믿고 싶다”고 했다.

손씨는 “만약 많은 분들이 우려하시는 대로 누군가 압력을 부당하게 행사하고 있다면 그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천 년 만 년 살 것 같냐고”라며 “그렇게 지키려는 것들도 언젠간 다 부질없다고”라고 말했다.

한편, A씨 측은 입장문에서 “경찰 수사 결과를 보고 A군과 A군의 가족들을 판단하셔도 늦지 않으실 것”이라며 “부디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도를 넘는 억측과 명예훼손은 삼가하여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