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책 표지 캡처(YES24 사이트)

북한 정권과 진보진영 내 일부 급진세력들은 주한미군(駐韓美軍) 철수를 촉구한다. 주한미군이 없어야 민족 통일과 평화 유지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 몇몇도 주한미군 철수를 검토했다. 주한미군은 좌파들의 주장처럼 진정 ‘남북 화합의 걸림돌’일까?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한 진단을 내놓은 책이 있다. 바로 《벼랑에 선 대한민국 – 우파는 무엇을 할 것인가》(조갑제, 월간조선사, 2003)이다. 저자(著者) 조갑제 당시 《월간조선》 대표 겸 편집장은 이 책에서 “주한미군 철수 시 한국의 적화(赤化)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내정(內政) 분란(紛亂), 외환위기, 대량 실업(失業) 등 총체적 난국의 위험을 지적했다. 이하 핵심 내용을 옮긴다.

〈2002년 12월 28일(토) - 피를 부를 주한미군 철수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1.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힘은 북한의 金正日 정권과 남한의 金正日 추종 세력이 연합한 결과일 것이므로 한국의 赤化 가능성이 높아진다.

2. 주한미군과의 연합작전 시스템을 통해서 공짜로 얻고 있는 對北 정보수집 능력이 사라지고 전체 미군의 지원체제와도 연결고리가 끊어져 한국군의 전투력(士氣 포함)이 크게 약화된다.

3. 주한미군 철수는 미국이 한국정부를 동맹국으로 보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金正日 정권과 연합하여 동맹국에 대항하려고 하는 적대 세력으로 본다는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에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 속에서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

4. 한국정부는 미국과 등을 진 상태에서 급속도로 북한정권의 영향권 안에 들어가든지 중국 및 러시아 등 후진 대륙세력권으로 기울게 될 것이다. 이는 미국, 일본, 유럽으로 상징되는 일류 해양문화권과 멀어져 아직도 민주화되지 않은 대륙세력의 走狗(주구)가 될 위험성을 암시하는 것이다. 한국은 선진국 문턱에서 후진국 대열로 추락할지도 모른다.

5. 한국에서는 金正日 추종세력, 즉 친북 좌익들이 발호하고 이에 대항하여 자유세력이 뭉쳐 내란상태로 갈 가능성이 높다. 이 틈을 타 金正日 정권의 對南 적화 공작이 들어오면 한국은 지역갈등, 이념갈등, 세대갈등이 중첩되는 내란 또는 내전에 빠져들지 모른다.

6. 자유파는 세가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미국, 일본, 유럽으로 대거 이민을 나갈 가능성이 있다. 전투적 자유파는 미국의 힘을 빌어와 좌파와 대결하려고 할 것이다.

7. 한국의 이런 政情불안은 외국인 자본의 철수를 촉발시킬 것이다. 주식 값은 폭락할 것이고 외국 자본의 유입은 끊어지고 대량 유출이 일어날 것이다. 이는 제2의 외환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8. 국내 기업인들도 외국으로 공장을 옮기든지 시설투자를 삼가게 될 것이다. 이는 일자리의 감소를 의미하여 대량 실업사태가 생긴다.

9. 한국은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제3위의 석유수입국이다. 연간 약 250억 달러의 석유를 수입하고 있으며 전량 해외에서 도입한다. 이 석유수송로의 안전 보장이 어렵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美 해군이 중동·극동의 석유수송로를 보호해왔으나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면 좌경화한 한국에 대해 그런 보호막을 제공해주지 않을 것이다. 이는 金正日의 남침 등 일단 유사시 한국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다.

10. 미국의 反韓 감정, 일본의 嫌韓(혐한) 감정, 중국의 경멸이 합쳐져 한국의 상품수출이 어렵게 될 것이다.

11. 駐韓미군이 철수하면 미군은 항공모함 전투부대를 중심으로 한 해·공군력만으로도 (보복의 위험 부담 없이) 북한을 마음대로 공격할 수 있다. 북한군의 해·공군력은 개전 1주일 만에 무력화될 것이다. 북한군의 저항력이 완전히 상실된 상태에서 미군 전투기는 북한 全域의 전략요충지를 마음대로 공격할 수 있다. 이때 북한군이 미국과 일본을 공격할 수 없는 화풀이로 서울을 포격한다면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한국 정부는 누구한테 도움을 청할 것인가. 중국에게? 러시아에게?

12. 결론적으로 주한미군의 철수는 ‘IMF 사태+6·25 전쟁’ 같은 상황을 부르든지 한국 보수층을 起死回生(기사회생)시켜 내전을 통해서 친북 좌익을 일소하고 자주국방을 할 수 있는 나라의 국민으로 거듭 태어나도록 만들든지 할 것이다. 어느 쪽이든 피를 부를 것이고 동북아의 혼란을 유발할 것이다. 그래서 중국이 주한미군의 철수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