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동현 변호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조선일보DB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40년 지기(知己) 석동현 변호사(前 동부지검장)가 20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 전 총장의 잠행(潛行)과 칩거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석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쓴 '지금은 다시는 못 가질, 본인만의 시간'이라는 제하의 글에서 "윤석열 전 총장의 칩거 기간이 두 달을 지나 석 달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어마어마하게 정치권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인물로선 전례가 없는, 정중동의 행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러자 슬슬, 도대체 언제쯤 외부활동 시작하느냐,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는데 왜 빨리 움직이지 않느냐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한다"며 "간간이 내놓는 한마디에 한쪽에서 환호하면 여당 사람들은 앞다투어 맹폭이고, 어디를 갔다거나 누구를 만났다 하면 언론들이 난리다. 그만큼 윤 총장에 대한 기대와 관심, 여당 측은 두려움이 큰 탓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석 변호사는 "하지만 어차피 갈 길은 정해진 터다. 윤 총장 입장에선 정치적 외부활동은 서두를 필요가 없는 듯하다"면서 "지금은 큰 변신을 위한 허물 벗기 단계이며, 다시는 못 가질, 본인만의 성찰과 준비의 시간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의 글이다.

"외부로 나서는 순간, 사람들에 둘러싸이고 이슈에 쫓기면서 현안에 대한 성찰은 고사하고, 뭐가 옳고 그른지 잠시 생각할 겨를조차 없게 된다. 이것은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공통적인 문제다. 거기다가 현재 코로나 상황이고, 아무 직책이나 당적도 없이 백의 밖에 걸친 게 없는 입장이다. 당장 집밖으로 나온들 과연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할 수 있나. 

두문불출 하다시피 한 기간이 긴 것 같지만, 겨우 두세 달이다. 약 30년 검사 생활에 배인 티를 벗기에도 실은 짧은 시간이다. 거기에 더해 여태와는 전혀 다른 길을 가야하고, 그 길에 요구되는 역할이나 책임을 생각한다면 꼬리를 무는 고민에, 매일 밤 잠을 설쳐야 오히려 마땅한지 모른다.

윤 총장이든 또 다른 누구든, 이제 우리의 지도자가 될 사람은 그저 과거사 파헤치기 또는 낡은 이념과 코드로 네 편 내 편 갈라치기를 재미로 생각하는 사람보다 미래의 삶, 일거리에 대한 기대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국민들에게 행복감을 안겨주는 마술사이어야 한다.

그리고 공정과 상식 같은 이 시대의 가치에 충실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선, 그저 표만 받으면 된다는 표퓰리즘이나 고수 정치인들의 선거 술수를 배우겠다기보다는, 그리고 별로 가본 적도 없던 재래시장이나 산업 현장을 겉핥기로 다니는 보여주기 쇼잉보다는, 지금은 미래의 국가 과제며 청년들의 고충 해결을 위한 성찰과 그 실천을 위한 내공 쌓기에 더 큰 비중을 둠이 마땅하다.

그 성찰과 연마의 시간은 길수록 좋을 것이다. 하루라도 더 본인만의 준비 시간을 가지고 최대한 지략적인 학습으로 연마 과정을 거쳐 자신감을 가지고 세상에 나와야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앞으로 좀 더 칩거를 한다 해도 대다수 일반 국민들은 얼마든지 인내하며 새로운 지도자의 등장을 기다려줄 것으로 믿는다.

아무런 성찰도, 내공도 없이 허황된 팬덤으로 정권을 차지한 후 오직 과거사와 편 가르기에 매달려 나라를 결딴 내고, 결국 국민들을 퇴보하게 만든 집권세력은 지금의 정권이 반드시 그 마지막이기를 바라는 열망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