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黨權) 레이스가 20일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같은 날 동시 출마(出馬)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나 전 원내대표는 4선 중진으로 노련한 정치력을 발휘, 차기 대선 국면에서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대선 승리를 가져올 것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 역시 비록 정치 입문 10년에 원외(院外) 생활을 거듭하고 있지만, 대중적 인지도와 참신한 이미지를 지닌 30대로서 당내 개혁을 주도하여 정권 교체를 이뤄낼 것이라는 기대를 얻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나 전 원내대표가 먼저 출마 선언을 했다. 그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수도 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나경원의 역할은 무엇인지 숙고의 긴 터널을 걸어왔다”며 “보수 정권 9년, 우리는 진정으로 해야 하는 일, 주어진 일에 게을리 하고 말았다. 당은 계파 다툼과 친박-비박 논란 끝에 스스로 위축되더니, 마침내 역사상 다시는 있어선 안 될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태를 맞이하며 다시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고 말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그렇게 태어난 문재인 정권, 지난 4년의 무능과 오만에 저희 야당은 궤멸과 소멸의 위기에서 간신히 버티며 오늘날에 이르렀다. 이제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서 우리 당의 근본적 쇄신이 필요하다”며 “대선과 곧 이어질 지방선거라는 거친 항해를 이끌 선장인 이번 당 대표의 책무는 우리 국민의힘은 물론 대한민국의 운명마저 결정할 만큼 막중하다. (제가) 쇄신과 통합을 통한 대선 승리의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성취하여 정권 교체의 꿈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다음과 같이 우리 당을 바꿀 것”이라며 먼저 ‘스마트 정당’을 당 쇄신의 기치(旗幟)로 내세웠다. 그는 “MZ 세대의 현안부터 치매 어르신들의 아픔, 환경, 인권, 북한 주민의 삶, 백신, 문화적 다양성까지 다양한 이슈에 대해 스마트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그런 유능한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밝혔다. 이어 ‘스피디 정당’을 언급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중앙당과 시도당 및 각 당협위원회의 쌍방향의 신속한 소통을 통해 민심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아픈 민심을 세심하게 돌보겠다. 국민과 당원 한 명 한 명의 목소리가 있는 그대로 공유될 수 있도록 블록체인형 정당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셋째로는 ‘용광로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지역, 세대, 계층, 가치의 차이를 극복해 모두 녹여내겠다. 모든 후보를 받아들이고 제련하여 더 단단한 후보, 튼튼한 후보, 배출하겠다”며 “힘들 때 당을 떠나지 않고, 당원과 함께 나라와 당을 지켜온 저 나경원이다. 일류 대선 후보를 선출해 일류 대한민국을 다시 함께 만들어가는 ‘국민 승리 정권 교체’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黨舍)에서 출마 선언을 했다. 그는 출마 선언문에서 “2011년 정치인보다는 프로그래머로 살고 싶었던 저에게 이 당에서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할 행운이 찾아왔다. 10년이 지나 이제 저는 이 당에 무한한 주인의식과 더불어 문제의식을 느끼고 이 자리에 섰다”며 “우리는 젊은 세대의 변화에 대한 강한 열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나. 젊은 지지층의 지지를 영속화하려면 우리는 크게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전 최고위원은 “먼저 우리는 각자 마음속에 깊게 자리한 만성적인 비겁함과 탐욕을 게워 내야 한다. 보신주의에 젖어 틈만 나면 양비론과 눈치 보기로 일관하는 정당과 정치인들을 젊은 세대는 경멸한다”며 “자기들 진영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 추상(秋霜)같지 못한 비겁자들을 바라보면서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에 실망한 어떤 젊은 지지층이 우리에게 표를 주겠나. 우리는 박근혜 정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그에 대해 경종을 울릴 용기가 없었던 비겁자들이기에 벌을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제가 당 대표가 되면 우리는 다시는 진실과 정론을 버리지 않을 것이고 비겁하지 않을 것이다. 극단적인 주장이나 수단과 완전하게 결별하겠다”며 “젊은 세대가 우리 당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면 우리는 몰려드는 인재들로 행복의 비명을 지를 것이다. 젊은 세대에게 약속해야 할 것은 개방이고 경쟁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당 대표가 되면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실력을 바탕으로 당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경쟁 선발제를 주요 당직에 도입하겠다. 대변인과 전략, 기획 업무를 하는 당직은 토론 배틀이나 정책 공모전, 연설 대전 등의 방식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시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젊은 세대가 우리를 지지해주기를 바란다면 젊은 세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제를 최우선 과제로 논의해야 한다. 자산 불평등, 젠더, 입시 공정 등 테마는 많고 할 일은 많다”며 “이제 정치권은 젊은이들이 쓰는 유행어를 학습하고 따라 쓰는 수준을 지나, 그들의 이슈를 세밀하게 공부해야 한다. 미래 세대를 향해 우리가 바뀌어 나아가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했다.
그는 또 “훌륭한 후보들이 당에 들어올 수 있게 하는 것에 더해 혁신적인 방법으로 대선 흥행을 이끌겠다. 각자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동원을 통한 세 대결에만 집중했던 대선 경선의 분위기를 일신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주제 토론을 활성화하겠다”며 “평소에 밥조차 같이 먹기 싫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같이 한 팀이 되어 토론하는 과정에서 국민은 대선주자를 대면에서 평가하고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준석과 함께라면 이번 전당대회로 우리는 불가역적으로 보수를 바꾸고,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다”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