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IST 채영찬 교수, 김홍태 교수, 최장현 교수. 사진=UNIST

국내 연구진이 암세포가 사멸하지 않고 빠르게 증식할 수 있는 비밀의 실마리를 풀었다. 

세포 분열 중 발생하는 DNA 복제 스트레스 해소를 돕는 새로운 단백질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암세포에서 이 단백질이 부족해지자, 암세포가 죽었다. 이 원리를 이용한 새로운 항암제 개발의 기대감 또한 높아지고 있다.

UNIST 채영찬·김홍태·최장현 교수 공동연구팀은 'NSMF'란 특정 단백질이 암세포 증식 시 발생하는 DNA 복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DNA 복제 스트레스는 복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로 DNA 복제를 멈추게 만든다. 

세포가 증식할 때 세포 속 DNA가 같이 복제된다. DNA를 이루는 약 30억 쌍의 염기 물질이 복제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오류가 발생하는데, 이 오류가 제때 교정되지 않으면 복제 스트레스가 쌓여 세포는 사멸하게 된다. 이 때문에 세포는 오류를 교정하기 위해 효소 등 각종 물질을 이용하는데, 이번에 밝혀진 NSMF도 그중 하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NSMF 단백질은 DNA의 복제 오류가 발생한 지점을 빠르게 인식한 뒤, 'PRP19'와 'ATR' 등 복제 오류 수정 단백질을 오류 지점으로 유도해 복제 오류를 수정하고, 중단됐던 DNA 복제가 재개되도록 돕는다.

NSMF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잘라내 NSMF 발현을 억제하자 암세포가 성장하지 못하고 죽는 현상이 나타났다. 또 정상세포 대비 여러 종류의 암세포에서 NSMF 단백질 발현량이 많았는데, 이는 NSMF 단백질이 암세포의 복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암 성장 단백질'로서 기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정상세포 보다 더 빠르게 분열해 복제 스트레스를 더 받는 암세포가 생존할 수 있는 비결이 NSMF 단백질과 연관된 것이다.

연구진은 "암세포의 복제 스트레스 대응 과정은 베일에 싸여있었다"며 "이번 연구로 기존에 뇌 발달에 관여한다고만 알려졌던 NSMF 단백질이 세포의 복제 스트레스 해소를 돕는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암세포의 복제 스트레스 대응을 교란해 암세포를 죽이는 방식의 제4세대 표적항암제 개발이 탄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로 연구진은 NSMF 유전자가 결손 된 쥐 실험을 통해서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세포가 아닌 개체 수준에서 이와 같은 사실을 입증한 것은 최초이다. 연구팀은 유전독성 화합물질 처리로 유도된 DNA 복제 스트레스가 NSMF 단백질에 의해 조절돼 유전체 항상성이 유지된다는 것을 쥐 모델 실험을 통해 보였다. 유전체 항상성은 DNA를 포함하는 각종 유전물질을 온전히 보존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 결과는 지난 8일 세계적 학술지인 '핵산 연구'(Nucleic Acids Research)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