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정근식 위원장이 탈북 국군포로와의 면담에서 "거제도 수용소에 있던 중공군 포로의 피해에 관심이 많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북한·중공군에 의해 강제억류 당하고 인권침해를 받았던 고령의 탈북 국군포로들은 정 위원장의 발언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날 면담에 동석한 북한인권단체 물망초(이사장 박선영)는 "국군 포로들이 북한군과 중공군의 가혹행위와 관련한 진실을 규명해달라고 갔다가 되레 중공군 포로 피해 이야기를 들어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진실화해위는 2005년 제정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법에 따라 출범한 국가기관이다.
탈북 국군포로 김모(90)씨는 지난 24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사무실에서 정 위원장을 면담했다. 진실화해위 사무실 앞에서 북한이 6·25전쟁 국군포로를 강제억류하고 인권유린했던 역사를 규명해달라며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신청서를 제출한 직후였다. 신청서를 공동명의로 함께 제출한 탈북 국군포로 한모씨, 이모씨 등은 건강상의 이유로 면담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정 위원장은 면담에서 "저는 6·25 당시 거제도 수용소에 있던 중공군 포로의 피해에 관심이 많다. 이들을 만나 피해상을 조사해보려고도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는 말을 했다고 물망초는 전했다. 북한·중공군에게 강제억류돼 고통받다 탈북한 고령의 국군포로 앞에서 중공군 포로 피해를 거론했다는 것이다.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은 "국군 포로 어르신이 면담 후 정 위원장의 '중공군' 언급에 어이가 없어 하면서 정신적 충격을 호소했다"면서 정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26일 북한인권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이영환 대표는 피해자들의 고통스러운 상처에 위로와 공감은커녕 소금을 뿌린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 대표는 "피해자들이 호소한 건 진상규명과 가해자 책임추궁, 피해구제인데, 정 위원장과 진화위가 할 일인 진상규명은 아직 안 해놓고 피해자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화해'부터 꺼낸 것"이라며 "국군포로들에게 가해자인 북한정권과 중국정부, 한국정부의 책임은 묻지 말고, 중공군과 화해하라는 건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다른 일들엔 진실과 정의를 외치면서 유난하게 북한정권이 가해자인 경우에만 화해부터 거론하는 사람들이 현 정권엔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화해 강요행위"라며 "먼저 진상부터 밝혀져야 처벌을 요구하든지 배상을 요구하든지 용서를 하든지 화해를 하든지 당사자가 결정할 일"이라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위원장으로서 말한 것이 아니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원장 당시 중공군 포로에게 관심이 있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라면서 "남북 화해를 위해서는 중공군의 피해도 알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면담서 국군 포로분들에게는 신청서를 잘 검토해보겠다고 긍정적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