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자학원 실체 알리기 운동본부 한민호 대표가 29일 서울 관악구 트루스포럼 사무실에서 열린 '공자라는 미명 하에' 영화 상영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성훈

21일부터 공자학원 실체 알리기 운동본부(이하 공실본) 주최로 '공자라는 미명 하에'(In the Name of Confucius) 전국 상영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공실본 한민호 대표를 인터뷰했다. '공자라는 미명 하에'는 구미(歐美)권에서 일고 있는 공자학원 퇴출운동에 관한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 공실본은 어떤 단체입니까?

"공실본은 공자학원의 실체를 알리고, 추방 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입니다. 공자학원은 중국 공산당이 공자를 내세워서 공산주의, 특히 모택동 사상(마오이즘)을 전파하고 중공이 지배하는 중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전파하는 선전·첩보 공작기관이자 통일전선공작의 거점입니다. 국가안보적 관점에서 공자학원을 반드시 추방해야만 합니다." 

공자학원은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고양하겠다는 취지로 중국 공산당이 설립한 기관이다. 2020년 4월 기준 162개 국가에 545개 공자학원, 1170개 공자학당이 설치돼 있다. 

공자학원이 중국 공산당의 체제 선전, 정보 수집, 중국 유관 학자 동태 감시 등을 수행하는 '스파이 기관'이라는 의심이 일면서 구미 각국에서는 공자학원 퇴출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한민호 대표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는 23개의 공자학원이 있고, 중고등학교에 16개의 공자학당이 존재한다. 서울 강남에 있는 서울공자아카데미는 2004년 11월 중국 정부 지원으로 설립한 세계 제1호 공자학원이다. 공자학원·공자학당의 이름은 학교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한국 중·고등학교 교장들에게 중국 연수 및 관광 기회를 제공하고, 학교에 공자학당을 설치하도록 포섭하는 작업을 해왔다고 한 대표는 전했다. 

- 공실본 활동,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공직에 있을 때부터 공자학원 문제를 지켜보고 있었어요. 2019년 말에 공직에서 나오게 됐는데, 기다려 봐도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기에 작년 여름부터 나서게 됐어요. 광화문과 서울공자아카데미 앞에서 공자학원 퇴출 1인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몰랐는데 2019년부터 활동해왔던 '공자학원에 반대하는 엄마들' 줄여서 '공반맘'이란 단체가 있었어요. 그렇게 공자학원 퇴출운동을 벌여온 사람들끼리 모여 작년 10월 총회를 열고 단체를 설립했습니다."

KakaoTalk_20210528_105340556.jpg
▲ 한민호 대표가 지난해 6월 2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처음 시작한 1인 시위 장면. 사진=한민호 대표 제공

 

한민호 대표는 80학번으로 서울대 역사교육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대 대학가 좌경화의 흐름에 발을 담근 적도 있지만, 공산주의의 실체에 대해 깨달은 이후 주사파와 북한·중국 공산당의 활동을 경계해왔다고 한다. 졸업 후 8년간 중학교 역사교사로 지내다가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사행산업감독위원회 사무처장(2급·국장급)으로 일하던 중,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이유로 2019년 10월 2일 파면됐다. 

한 대표는 2019년 10월 7일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월간조선》 2019년 11월호 수록)에서 "반일 캠페인, 원전 폐기 정책, 소득주도성장. 이런 것이 모두 대한민국을 멸망의 길로 끌고 들어가는 정책"이라며 "대한민국 공무원이 100만 명입니다. 그중에 단 한 명만이라도 '이건 아닙니다'라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 단체 설립 후 어떤 활동을 해오셨는지.

"작년 11월 24일에 '중국 공산당 선전공작기관 공자학원의 조속한 폐쇄를 권고한다'는 성명서를 중국대사관 앞에서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열었어요. 그 다음 달인 12월 3일에는 '한국 내 공자학원의 실태 및 대책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제작하고 프레스센터에서 발간 기념회 및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보고서 제작은 울산대 이제봉 교수님께서 연구책임자를 맡아 주셨습니다."

'한국 내 공자학원의 실태 및 대책에 관한 연구 보고서' 발간 기념회는 정경희 의원실(국민의힘) 후원으로 열렸다. 보고서 제작 및 발표에 이제봉 교수와 함께 한민호 대표, 이은지 ETAC(International Coalition to End Transplant Abuse in China) 한국지부 대표 및 공자학원 관련 심층 기사를 보도해 온 최창근 신동아 객원기자 등이 참여했다.

한 대표는 단체 활동과 관련해 설명을 이어갔다.
"올해 3월 25일에는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공자학원 폐쇄 방안 수립 촉구' 공개서한을 발송하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4월 15일에는 공자학원이 설립된 22개 대학 총장에게 '공자학원 폐쇄 촉구' 공개서한을 발송하고, 연세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고요. 지난 21일부턴 영화 '공자라는 미명 하에' 전국 상영회를 진행 중입니다." 

- 국회의원 300명에게 공개서한을 보내셨는데, 의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정경희 의원 외에는 관심을 가져준 의원이 없었습니다."

- 정부, 정보기관 등에선 공자학원과 관련된 논란을 인지하고 있는지.

"교육부에 공자학원 문제를 물어보면 '공자학원이 뭐예요?'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제가 설명해줘야 했어요. 관심도 없고 무지했던 거죠. 전국을 다니며 각 지역 경찰 정보관들을 만났는데 깜짝 놀라면서 '이런 게 있는지 몰랐다. 덕분에 배웠고 조사해보겠다'는 반응을 보였어요. 국정원의 경우 문재인 정부 하에선 놀고만 있는 것 같습니다. 전·현직 직원들을 알고 지내는데 문제 인식은 하고 있더군요. 현 친중 정부에선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으니 때를 기다리는 거겠죠."

- 시민단체 중심으로만 공자학원 문제가 다뤄지고 있는 거네요. 

"맞아요. 저희의 활동이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어요."

KakaoTalk_20210530_032856318.jpg
▲ 29일 서울 관악구 트루스포럼 사무실에서 열린 '공자라는 미명 하에' 영화 상영회에서 영화 제작자인 도리스 리우(Doris Liu) 감독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김성훈

 

- 진행 중인 영화 상영회의 반응은 어땠나요? 

"상영회에는 공자학원 문제를 알고 오는 사람이 3분의 1, 모르고 오는 사람이 3분의 2쯤 돼요. 감사한 건 영화를 보고선 몰랐던 사실을 깨닫고 공자학원 퇴출운동에 호응해주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 일본, 호주 등에선 영화 상영회를 취소하려는 중국 대사관의 압력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에선 어려움이 없었는지.

"우리나라는 국민들의 반중정서가 커서 중국 정부도 몸을 사리는 것 같습니다. 중국 정부의 압력에 대관이 취소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플랜B까지 준비해뒀는데 지금까진 어려움 없이 진행했습니다." 

- 미국, 캐나다 등 서구권 중심으로 공자학원 퇴출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공실본 활동도 성과가 있었나요?

"한국에선 아직 퇴출 움직임은 없지만, 공자학원·중국 공산당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된 국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반중정서도 커지고 있구요. 앞으로 더 많은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2013년 2 월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맥매스터대(McMaster University)는 북미 지역에서 공자학원을 폐쇄한 최초의 사례이다. 2012년 맥매스터대 공자학원에서 일하던 중국어 강사 소냐 자오(Sonia Zhao)가 중국 공산당의 감시에서 탈출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어 여러 대학들이 공자학원 폐쇄에 동참했고, 캐나다에 총 15개였던 공자학원 중 5개가 폐쇄된 상황이다. 미국에선 현재까지 공자학원 83개가 폐쇄됐고 47개가 운영 중이다. 

2021년 4월 기준 전 세계적으로 최소 93개 대학, 2개 정부, 3개 학교위원회가 공자학원 및 공자학당과 계약을 해지했다. 92개의 기관이 폐쇄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