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섭 예비역 대령(왼쪽)과 최재형 감사원장. 사진=조선일보DB

'대한해협해전'의 영웅 최영섭 한국해양소년단연맹 고문(예비역 대령)이 지난달 15일 자서전 '바다를 품은 백두산'을 출간했다. 해당 도서에는 최 고문의 아들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한 이야기도 적혀 있어 눈길을 끈다.

감사원장직 수락 고민하는 아들에게 "오직 국가와 국민 위한다는 마음으로 봉사하면 된다"

2017년 12월 최 고문은 최 원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내용은 청와대에서 감사원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것. 최 원장은 전화 통화에서 "현 정부를 위해 기여한 것도 없고, 제가 갈 자리가 아니라고 사양했는데 이미 대통령 결재가 났고 보도 자료까지 나갔다"고 말한다. 이에 최 고문은 "그렇다면 할 수 없구나. 오직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봉사하면 된다"고 답했다.

최 고문은 책에서 "당시 정부는 국회의 신상털기 청문회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는지 감사원장 물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20여 명 이상의 인선에도 마땅한 인물을 고르지 못하자 둘째 아들 재형까지 닿게 된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최 원장은 아버지의 조언을 받은 후 감사원장직을 수락하게 된다. 2017년 12월 7일 최 원장은 감사원장에 지명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그의 말이다.

"오래 법관 생활을 한 저를 후보자로 지명하신 데는 감사업무의 직무상 독립성·공정성을 강화하고 확립해야겠다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뜻이 담겨있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청문 절차를 거쳐 감사원장으로 임명된다면 그동안 법관으로서 살아왔던 생활을 통해 쌓은 경험을 잘 살려 우리나라 공직사회가 법과 원칙의 테두리 안에서 운영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원장직 맡게 된 아들에게 "천우신조(天佑神助) 탕정구국(蕩定救國)"

최 원장은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투표를 거쳐 2018년 1월 2일 제24대 감사원장 임명장을 받게 된다. 최 고문은 최 원장이 임명장을 받기 하루 전날 집으로 불러 단기출진(單騎出陣) 불면고전(不免苦戰) 천우신조(天佑神助) 탕정구국(蕩定救國)이란 사자성어를 써줬다고 한다. '홀로 진지를 박차고 나가니,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럴 때 하늘에 도움을 구하면, 나라를 안정시키고 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 원장의 지난 행적은 최 고문이 전해 준 사자성어와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최 원장은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감사, 김오수 검찰총장의 감사원 감사위원 제청 거부 등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운 바 있다. 최근 월성 원전 감사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른 한편 대선 잠룡으로 분류되며 야권 등에서 정계 진출 요구도 받고 있다. 

"자기 아버지 가장 존경한다는 자식이 어디 있냐?"

지난해 5월 18일 《주간조선》의 '미담 자판기 최재형 감사원장'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면 최 원장의 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감사원 직원들에 따르면, 최 원장은 유독 아버지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의 아버지는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한 군인이다. 그가 아버지를 존경하는 이유로 "'청렴하고 강직한 삶'이 무엇인지 보여주셨다. 승진이나 보직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 삶을 사시는 모습이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고 감사원 내부 직원들은 전했다.>

최 고문은 이 글을 보고 아들에게 "이 세상에 자기 아버지를 가장 존경한다는 자식이 어디 있냐?"고 물었고, 최 원장은 빙그레 웃기만 했다고 한다.

최 고문은 최근 건강이 악화돼 병원에서 요양 중에 있다. 최 고문은 아들에 관한 소식을 들으며 어떤 조언을 주고 싶어 할까? 최 고문이 책의 마지막에 적은 '2020년 유음(音)'의 한 대목이다. 

<수명은 마무리가 중요하다. 인생의 결산이다. 천평칭(天平秤) 저울에 달아보자. 우측에 자기를 위해 쓴 시간의 적분을 '수신제가(修身齊家) 본분(本分) 이외에 자기 요구를 위해 쓴 시간', 좌측에 봉사, 이타(利他)를 위해 쓴 시간의 적분을 '이웃, 사회, 국가, 민족 등'. 어느 쪽으로 기우는가? 좌측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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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를 품은 백두산' 대한해협해전의 영웅 최영섭 대령의 자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