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역점사업인 ‘탈(脫)원전’ 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손실을 국민 돈으로 메꾸는 조치가 단행됐다. 7000억 원을 들여 보수했다가 조기 폐쇄한 월성 1호기, 역시 7000억 원 사업비가 투입됐다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등 원전 7기의 손실을 오는 12월부터 국민이 납부한 전기요금으로 보전(補塡)하겠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고쳐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구체적으로 보면 국민들이 매월 납부하는 전기요금의 3.7%를 떼어내 적립한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을 통해 탈원전 손실을 메꾸겠다는 계획이다. 매년 2조 원가량 적립되는 전력기금 재원(財源)은 현재 약 4조 원 수준이다. 해당 시행령의 일부 개정령안은 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전문가들은 ‘정권이 주도한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왜 국민이 떠안아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2일 《중앙일보》에 “탈원전에 따른 비용 부담은 누군가 떠안아야 할 짐이었는데 결국 국민이 지게 됐다”며 “향후 전기요금 인상 등 국민 부담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1일 ‘YTN’에 “정책을 수립한다고 하면 현재의 상황을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하고, 바람직한 비전 쪽으로 가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며 “그럴 때는 비용 부담이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당연히 맨 처음 계획 단계에서부터 생각했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일 ‘데일리안’에 “기금은 시설 개선과 투자 등 발전에 방점을 두고 써야하는 것이지 결손을 메우기 위해 사용하는 건 설립 목적과 거리가 있다”며 “이번 시행령은 기금 목적에 어긋난다고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