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가 2일 ‘8시 뉴스’에서 이용구 법무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동영상을 단독 공개했다. 이 차관의 폭행 사건은 그가 변호사 신분이었던 작년 11월 6일 밤 택시에서 일어났다. 술에 취해 기사에게 욕설을 내뱉고 목을 조르는 등 폭행을 가했다.
SBS가 이날 공개한 37초짜리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목적지에 다다른 택시 안에서 ‘목적지 도착 안내음’이 들린다. “잠시 후 목적지 부근입니다” 안내음 이후 기사가 승객인 이 차관에게 “여기 내리시면 돼요?”라고 물어본다.
그러자 만취한 이 차관은 다짜고짜 욕설을 퍼붓기 시작한다. “이 XX놈의 XX!...” 놀란 기사가 “왜 욕을 하세요?”라고 항의를 하자 이 차관은 대답하지 않는다.
기사가 재차 “저한테 욕하신 거예요?”라고 확인하자 이 차관은 갑자기 팔을 쭉 뻗어 기사의 목 부위를 난데없이 조르기 시작한다. 당시 이 차관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기사의 멱살을 잡은 채로 다시 욕설을 하기 시작한다.
“XXX... 너 뭐야!”
위협을 느낀 기사가 “어어, 다 (블랙박스에) 찍혀요!”라고 소리쳤음에도 이 차관은 잡은 멱살을 놓지 않고 되레 “너 뭐야!”라고 따져 묻는다. 기사가 “택시기사예요, 택시기사”라고 대답해도 이 차관은 위협을 그치지 않는다. 이에 기사는 “신고할 거예요. 목 잡았어요”라며 “다 찍혔습니다. 경찰서로 갑시다”라고 말한다. SBS는 “택시기사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이 차관은 다시 몸을 뒷자리로 옮긴다”며 “택시기사는 이 상황이 발생하기 직전에도 이 차관이 욕을 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택시기사의 인터뷰 발언이다. “처음이면 내가 그냥 넘어갈 수도 있어요. 그전에 강남역에서 욕을 했거든. (당연히) 운행을 하는 중이야...”
SBS는 “좁은 택시 안에서의 폭언과 멱살잡이는 14초가량이나 이어졌고, 전 과정이 모두 블랙박스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고 밝혔다.
3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기사를 폭행한 이 차관은 합의금으로 1000만 원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초대 공수처장 후보에 거명되던 상황에서 ‘입막음용’으로 거액의 합의금을 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기사는 경찰 조사에서 “폭행 이틀 뒤인 작년 11월 8일 이 차관이 집 근처 카페로 찾아와 사과와 함께 합의금을 제시하며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지우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다”며 “이 차관이 ‘기사님이 내려서 뒷문을 열어 날 깨우는 과정에서 내가 멱살 잡은 걸로 하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조선일보》는 “영상 속에는 택시가 운행 중인 모습이 담겨있어, 이 차관에게 특가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주요 물증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은 이런 내용이 담긴 영상을 지워달라며 1000만 원을 건넨 이 차관을 ‘증거인멸 교사(敎唆)’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경찰 안팎에선 당시 변호사 신분이었던 이 차관이 건넨 합의금이 통상 수준보다 높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상 공개로 파문이 커지자 이 차관은 3일 변호사를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사건 발생 이틀 뒤 사과와 피해 회복을 위해 택시기사분을 만났고, 그 자리에서 합의금으로 1000만 원을 송금했다. 통상의 합의금보다 많은 금액이라고 생각했지만, 당시 변호사였고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던 시기였기에 드리게 됐다”며 “다만 합의하면서 어떤 조건을 제시하거나 조건부로 합의 의사를 타진한 사실은 전혀 없다. 일부 언론에서 마치 합의금이 블랙박스 영상 삭제 대가인 것처럼 보도했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해당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이동언 부장검사)는 조만간 그를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로 기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경찰 또한 이 차관에게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 차관은 이날 연가(年暇)를 제출, 법무부에 출근하지 않았다. 이 차관의 사표(辭表)는 조만간 수리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