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명 ‘조국 흑서’로 불리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공동 저자인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가 3일 자신의 블로그에 ‘보수의 미래는 밝다’라는 제하의 글을 올려 ‘진보에서 보수로 전향한 소감’에 대해 밝혔다.
서 교수는 이날 해당 글에서 “보수로 전향하고 난 뒤 느낀 감정은 따뜻함이었다”며 “진보 시절 주로 들은 얘기가 ‘야 서민, 여기 홍대 앞인데 나와서 술이나 사’였다면, 보수 쪽 분들은 나한테 뭘 보내려는데 주소를 가르쳐 달라고 조르기 바빴다”고 술회했다.
서 교수는 “게다가 진보엔 잘난 이들이 많아서 ‘서민 너는 무식하다, 공부 좀 해라’는 말을 주로 들었다면, 보수 분들은 변절자인 내게 ‘우리 마음을 대변해줘서 고맙다’는 응원 메시지를 보낼 뿐이었다”며 “참고인으로 나간 청문회 때도 이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국민의힘에서 날 신청했고 더불어민주당에선 김필성 변호사를 모셨는데, 참고인을 대하는 방식은 두 당이 너무도 달랐다”고 말했다. 그의 글이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 당시) 참고인석에 앉자마자 조수진 의원이 와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고, 15분의 정회 시간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인 방으로 날 초대해 음료와 다과를 건넸다. 그동안 김 변호사는 혼자 참고인석에 앉아 있어야 했는데, 그게 안 돼 보여 말을 붙였다. ‘아니 더불어당은 변호사님한테 인사도 안 오나요?’ ‘글쎄요. 아마 제가 온 것도 모를걸요?’ 어이가 없었는지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을 해버렸다. ‘이참에 보수로 오세요. 아주 따뜻하더라고요.’”
서 교수는 “며칠 전, 국민의힘에서 일하는 젊은 학생들을 만났다. 정치인을 꿈꾸는데 조언이 필요하다기에 기꺼이 시간을 냈는데 그 모임에서 난 여러 번 충격을 받는다”며 “그들이 선택한 종각역에 있는 광화문짬뽕에서 먹은 탕수육과 짬뽕의 맛이 그냥 충격이라면, 그다음 겪은 장면들은 T.O.P.였다”고 회고했다. 그의 말이다.
“1) 학생 한 명이 화장실에 가는 척하곤 음식값을 계산해버렸다. 아직 벌이가 없는, 그리고 그다지 여유로운 집안도 아닌 듯한 학생이 따박따박 월급을 받는 나 대신 계산을 하는 게 말이 되는가? 황급히 지갑에 있는 현금을 다 꺼내주긴 했지만 그때 느낀 감정은, 따뜻함이었다.
2)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나누면서 난 여러 번 놀랐다. 젊은 나이에 정치를 업으로 삼겠다는 그들의 의지가 당차 보인데다, 사안을 바라보는 그들의 식견이 너무도 유연하고 멋졌으니까. 그들 중 한 명이 말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업적은 진보의 민낯을 보여줌으로써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걸 떳떳이 얘기할 수 있게 해줬다는 거죠.’ 또 다른 학생이 우려스러운 얼굴로 말한다. ‘그래도 더불어민주당을 싫어하는 게 신념으로 굳어지면 안 되는데.’ 잘하면 지지하고 못하면 비판하는 유권자의 존재, 이거야말로 좋은 정치가 자리 잡는 기본적인 조건이다.”
서 교수는 “지금 이 나라 정치가 개판인 건 이 기본을 지키는 대신, 토 나올 만큼 역겨운 내로남불이 현 정권 지지자들의 유전자에 각인됐기 때문이 아닌가”라며 “그런데 스스로 보수라 말하는 이 젊은이들은 진보에 대한 증오감으로 인해 무조건적인 지지를 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난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는 극도의 균형감각, 이런 이들이 보수라니 마음이 그저 흐뭇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어 “현 정권을 비판하는 책을 같이 쓰긴 했지만 진(중권) 선생님은 여전히 진보가 지배하는 세상을 꿈꾼다. 난, 이제 아니다”라며 “보수가 진보보다 못한 이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데다, 그 이념을 추종하는 이들이 훨씬 멋지다는 걸 그간의 경험으로 알게 됐기 때문에. 늦게라도 보수에 온 게 자랑스러운 이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