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선일보DB

상관(上官)들의 ‘집단 성추행’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소속 고(故) 이 모(某) 중사 사건이 일파만파(一波萬波) 커지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최고 상급자(上級者)까지 조사하라”는 엄명(嚴命)을 내렸다. 문 대통령은 “절망스러웠을 피해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최고 상급자까지 지휘라인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집단적 범행과 조직적 은폐가 국토방위에 전념해야 할 나라의 간성(干城)인 공군 부대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은 실로 충격적이다. 따라서 공군의 최고 상급자에게 책임을 묻는 대통령의 지시는 마땅하다. 일선 부대를 엉망으로 관리하고, 군 조직의 기강(紀綱)을 무너뜨린 데다, 한 사람의 일생을 파괴하였으니, 범행에 가담한 이들은 물론이고 최고 상급자 또한 엄단(嚴斷)해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 성범죄가 만연해지고 있다. 심지어 위정자(爲政者)들까지 연루된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공직 사회의 성 비위(非違)에 대한 발본색원(拔本塞源)이 시급히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통령의 ‘공군 사태’ 조사 엄명과 같은 논리로, 작년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국가정보원 최고책임자에 대한 철저 조사 또한 필요하다. 국정원은 공군과 마찬가지로 ‘국가 안보’를 담당하는 핵심 기관이다. 국정원의 ‘기강 해이’는 나라의 ‘안보 불안’과 직결된다. 

국정원 국장급 간부 S씨는 작년 6월 말 집무실과 7월 초 서울 근교 차 안에서 여직원을 두 차례 성추행했다. 이후 5급 직원 또한 같은 해 9월 해당 여직원을 성추행했다. S씨 등에게 당한 국정원의 피해자 또한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의 이 중사처럼 큰 고통을 받았을 것이다. 최고책임자의 ‘지휘 소홀’과 ‘감독 부실’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국정원의 최고책임자는 국정원장(國情院長)이다. 범행 첫 발생 당시 국정원장은 서훈 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다.

《조선펍》은 국정원 성추행 사건의 내막(內幕)을 집중 추적하고 있다. 최근 《조선펍》에 제보한 한 인사는 “S씨는 3급 인사처장을 지낸 인물로 범행 직후인 작년 8월 인사에서 대북 전략 담당 2급 고위 간부로 승진했다. 인사처장 재임 당시 전횡(專橫)을 일삼아 내부에서 불만을 터트린 직원들이 많았다”며 “S씨의 전횡과 승진 이면에는 서훈 전 원장과의 친분이 있다. S씨는 서훈 원장의 위세(威勢)를 등에 업고 호가호위(狐假虎威)를 했고, 서훈 원장은 퇴임 직전인 작년 여름 자신의 측근인 S씨 ‘승진 인사’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조선펍》은 이 주장의 사실관계와 아울러 ‘국정원 내부 감찰 결과 S씨 등에게 내린 처분’ ‘피해자에 대한 구제조치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24일 오후 국정원 대변인실로 공문(公文) 형식의 질의서를 보냈다. 국정원 측은 이틀 뒤인 26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 및 서면으로 답변을 제출했다. 답변 대부분은 일전에 발표한 사건 관련 입장문(보도자료)을 인용(引用)한 내용이었다.

국정원은 “직원 이름과 직급 등 개인정보와 승진 등 인사 관련 내용 및 감찰 조사 관련 사안은 국가정보원법, 공무원인사관리규정 등에 따라 공개가 어려움을 양해 바란다”며 “국정원은 본 사안에 대한 귀사의 문의에 대해 관련 법규 및 2차 피해, 당사자 명예훼손 해당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성실히 답변했다”고 밝혔다.

《조선펍》은 제보 내용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질의를 한 것일 뿐, S씨의 성명(姓名) 등 개인정보를 우리 측에 공개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한 사실이 없다. 설령 알려준다고 해도 마땅히 민감한 ‘개인정보’인 만큼, 보도에 활용할 계획조차 없었다. 명예훼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취재 의도와 맞지 않는 엉뚱한 논리를 들어 수세적(守勢的) 태도를 보이는 것은 ‘사건 발생에 책임이 있는 기관’으로서 바른 자세가 아니다.

나아가 국정원 내부 감찰 조사와 징계위 개최에 따라 S씨 등이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는 사건의 처리 경과를 보도하기 위해 언론사가 당연히 취재해야 할 사항이다. 잘못을 저지른 S씨 등이 감봉·정직·파면 등 어떤 수위의 징계를 받았는지는, 충격적 사건을 접한 국민들의 ‘알 권리’ 차원에서 공개돼야 할 사항이다. 굳이 언론사 취재가 아니더라도, 국정원이 ‘사건 처리를 확실하게 하고 있다’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자진 공개’하는 게 옳다. 관련 법규를 들어 “우리가 알아서 법대로 처리하고 있다”고 대답하고 말 일이 아니다. 

또한 ‘피해자의 구제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 역시 사건을 보도한 언론사의 의무이자, 충격적 사건을 접한 국민들의 알 권리에 속한다. 국정원은 답변에서 ‘2차 피해’ 문제를 거론했는데, 언론사가 피해자의 신상을 캐묻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국정원은 ‘사건이 이렇게 벌어졌다, 해당 기관은 이렇게 대응했다’ 하고 보도가 끝나기를 바라는가. 국정원은 지금 ‘가해자들이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도, 피해자가 어떤 구제를 받았는지도 공무원법 및 국정원법상 알려줄 수 없다’는 취지로 밝혔다. 가해자는 국가공무원, 그것도 국가정보원에 몸담은 ‘공인(公人) 신분’이다. 현행법을 떠나 ‘공인의 잘못에 대한 징계 여부’는 국민이 알아야 할 사항이다. 국정원의 안일한 태도로 인해 더 많은 국민들이 공분(公憤)을 일으킬 것이다. 

지금이라도 국정원은 가해자들 징계 내용 및 피해자 구제 방침과 사법처리 여부를 공개하고 ‘책임 있는 자리’에 있던 모든 인사를 철저 조사해야 한다. 자연히 당시 국정원의 최고책임자인 서훈 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조사도 뒤따라야 한다. “공군 사태의 최고 상급자를 조사하라”는 국가원수(國家元首) 문재인 대통령의 엄명을 국정원이 귀담아듣는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