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들어 북한의 식량난(食糧難)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 4일(현지 시각)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에 따르면, 북한 도시에 살고 있던 꽃제비(거처 없이 떠돌면서 구걸하거나 도둑질하는 유랑자)들이 시골까지 내려와 아직 채 여물지 않은 보리 이삭을 훔쳐갈 정도라고 한다.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주민은 이 매체에 “보릿고개의 막바지인 6월이 되면서 청진시 청암 구역에서는 식량이 떨어진 주민들의 탄식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도시의 식량난이 극에 달하자 길거리에서 떠돌던 꽃제비들도 먹을 것을 구할 길이 없어 농촌 지역으로 이동해 밭에서 익어가고 있는 보리 이삭을 훔쳐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주민은 “무차별적으로 일어나는 보리 이삭 절도로 청암 구역 내 농장들에서는 하루라도 방심하다가는 수확도 하기 전에 보리밭이 쑥대밭이 될 것이라는 걱정이 돌고 있다. 이에 협동농장(協同農場)의 농민들은 물론 개인 소(小)토지 주인들까지 보리밭을 지키기 위해 교대로 밤샘 경비를 서고 있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북한 소식통은 “채 여물지도 않은 보리 이삭을 베어가는 절도범들은 대부분 하루 한 끼도 못 먹는 꽃제비들이다. 그들의 처지는 매우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지만, 농민 입장에서 보면 보릿고개를 넘길 자체 식량 확보와 국가의 알곡 생산 목표 달성을 위해 이들을 엄격히 단속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에 필요한 식량은 한 해 기준 약 550만 톤으로, 작년에만 100만 톤이 부족했다. 농촌진흥청이 작년 12월 발표한 ‘2020년 북한 식량 작물 생산량’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북한에서 생산한 식량 작물은 총 440만 톤으로 전년(2019년) 대비 24만 톤이 줄었다. 특히 주식(主食)인 쌀 생산량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전년 대비 9.8% 감소)했다. 미국 농무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북한 주민 10명 중 6명이 식량 부족 상황을 겪고 있다(2020년 기준 북한 주민 63.1%가 식량 섭취 부족)고 분석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북한 인구의 40%가량인 1030만 명이 영양실조 상태라고 보고 있다.
지난 4월 9일 자 MBN 보도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중국 브로커를 통해 국내 대북 지원 단체들을 대상으로 모내기용 비닐 지원을 요청했다. 이 매체는 “오랜 대북 제재와 중북(中北) 국경 봉쇄가 1년 이상 이어지면서 농사에 필수적인 물자 조달도 어려워진 것”이라며 “북한 내 식량난도 날로 심해져 식료품 가격은 최대 7배 이상 폭등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북한 농업 전문가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지난 4일(현지 시각)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올해 식량 상황은 제가 보기에는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에 가장 나쁜 한 해가 될 거라고 본다. 올해도 (작황뿐 아니라) 곡물 수입이 굉장히 저조할 것”이라며 “최근에 와서는 식량 가격이 춘궁기를 맞아 조금씩 오르고 있는 추세다. 지금부터 수확 때까지는 계속해서 식량 사정이 어려워지는 그런 시기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