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8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최근 회고록 출간으로 활동을 재개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언급해 눈길이 쏠리고 있다.
양 전 원장은 “(조 전 장관이) 허물에 대해서 여러 차례 사과했고 허물에 비해 검찰 수사가 과했으며 그로 인해 온 가족이 풍비박산 나버린 비극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그분 정도 위치에 있으면 운명처럼 홀로 감당해야 할 역사적 사회적 무게가 있다”며 “나 같으면 법원과 역사의 판단을 믿고, 책은 꼭 냈어야 했는지…. 당에 대한 전략적 배려심이 아쉽다”고 말했다.
양 전 원장은 4.7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원인에 대해 “당정청(黨政靑) 모두 안이했다. 정말 두렵고 무서운 마음으로 더 겸손하고 더 치열하고 더 섬세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며 “오만하고 무례했다. 변화맹시의 시작은 박원순 전 시장 시민장부터 시작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변화맹시는 일종의 학술 용어인데 본인이 갖고 있는 선행적 경험이나 주관적 선입견에서 벗어나지 못해 눈앞에서 뻔히 벌어지는 변화조차 인식 포착 못한다는 뜻이다.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 사건은 명백한 과오”라며 “특히 박 시장은 죽음으로 책임을 안고 간 것인데 민주당으로서는 아프고 힘든 일이지만 조용히 보내드렸어야 했다. 정작 가족들은 조용한 가족장을 희망했는데 민주당 의원들이 주도해 시민장으로 치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 정도는 해도 된다’는 오만함이고 ‘이게 왜 문제가 되지’하는 무례함에 말 없는 많은 시민들은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민심의 아래로부터 무서운 이반과 변화에 무감했던 괴리가 겹치면서 생긴 결과”라고 부연했다.
양 전 원장은 민주당의 재집권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비관적인 요소가 더 많다”며 “(현재 민주당은) 절박함이 없다. 집권당으로서의 책임감 자각을 잊고 마이너리즘에서 못 벗어난 사람도 많다”고 비관했다. 그는 “상대 당은 얼마나 절박하면, 30대 당 대표,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 윤석열 전 총장 영입 시도 등 지금까지의 정치권 통례와 상식을 뛰어넘는 일에 진력하고 있다”며 “현 정부 정책의 상징처럼 돼 있는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부동산정책 등에서 한 발짝도 못 벗어난다면 중도 확장은 불가능하다. 담대하게 극복하고 뛰어넘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고 조언했다.
양 전 원장은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문재인 정부 잔여 임기 1년 동안에도 ‘백의종군(白衣從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4년 그래왔듯 앞으로도 (그리고 문재인 정부 이후에도) 공직을 맡거나 출마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게 (대통령과 청와대에) 도움 되는 일이라 판단해 그랬고, 한편으로는 그게 나를 위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