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선일보DB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 잠룡(潛龍)으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별의 순간’이라는 칭호를 달아주며 ‘러브콜’을 보내왔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최근 발언이 ‘갈 지(之) 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검사가 바로 대통령 된 적 없다”고 사실상 윤 전 총장의 대망론(大望論)을 혹평하더니, 다시 “윤 전 총장을 겨냥한 게 아니라 일반적인 얘기일 뿐”이라고 수습에 나선다. 그러다가도 윤 전 총장을 돕는 것에 대해 “흥미 없는 이야기”라고 ‘거리 두기’를 하고 “별의 순간을 잡은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며 냉대(冷待)한다. 

일각에서는 ‘여의도 차르’라고 불릴 만큼 정치적 감각이 노련한 김 전 위원장이 일종의 ‘밀당’ 전략으로 윤 전 총장 측을 자극해 관심을 끌려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별의 순간’이라는 찬사까지 보냈지만 한 차례 전화 통화만 오갔을 뿐 직접 만남이 불발되고, 윤 전 총장 측이 정치적 조언을 구하러 찾아오지도 않자 김 전 위원장이 ‘몽니’를 부리는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실제 윤 전 총장이 각계 인사 접촉 및 현충원 참배 등 ‘독자 행보’에 나서자 김 전 위원장의 견제 강도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김 전 위원장은 7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아직 ‘별의 순간’에 머물러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일축했다. 정가(政家)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주변에 ‘윤 전 총장이 타이밍을 놓쳤다’고 혹평했다는 소문이 흘러나온다. 그는 “지금쯤 윤 전 총장이 모든 관심을 받고 있어야 했다. 포커스가 다른 후보에게 옮겨가고 있다”며 윤 전 총장을 저평가(低評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최재형 감사원장 등 윤 전 총장 외 반문(反文) 성향의 다른 여권 출신 인사들을 대권 후보로 호평(好評)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윤 전 총장의 한 측근은 8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김 전 위원장과의 회동 계획에 대해 “당장은 없는 걸로 안다. 정치 행보를 시작하면 언젠간 보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이 측근은 “윤 전 총장의 수행조직이 아직 없지 않나. 이런 조직들이 생기고 난 뒤부터 일정이 정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부연했다. 김 전 위원장 역시 전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과의 만남에 대해 “이제는 시간이 너무 많이 갔다. 별로 관심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