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IST(한국과학기술원)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일곱 빛깔의 천연 무지개 색소를 생산하는 미생물 균주 개발'에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우리가 사용하는 색소 중 대부분은 석유 화합물로부터 생산되는 합성 색소로 실생활에 널리 활용되는 만큼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합성 색소를 이용해 각종 옷감을 염색하면서 발생하는 폐수가 전체 산업용 폐수의 17~20%를 차지한다는 보고도 있어 수질 오염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KAIST 연구팀에 따르면 이러한 건강 문제 및 환경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미생물을 이용해 천연 색소를 생산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제기됐으나, 값비싼 생산 공정 및 낮은 수율로 인해 산업화가 실현되기 어려웠다. 또한, 현재까지 빨강, 주황, 노랑, 파랑, 보라 등의 천연색소는 낮은 효율로 생산된 바 있으나, 초록 및 남색 천연색소 생산은 보고된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농촌진흥청이 지원하는 농업미생물사업단의 '카로티노이드 생산 미생물 세포공장 개발' 과제의 지원을 받아 효율적인 빨강, 주황, 노랑 3색의 카로티노이드 생산과 이를 확장한 7가지 무지개색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다양한 특성의 천연색소 중 연구팀은 지용성 식품과 의류 염색 등에 활용되는 소수성 천연 색소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미생물의 대사 회로를 조작하는 기술인 대사 공학을 이용해 카로티노이드 계열 색소인 ▲아스타잔틴(빨강), ▲베타-카로틴(주황), ▲제아잔틴(노랑)과 비올라세인 유도체 계열 색소인 ▲프로비올라세인(초록), ▲프로디옥시비올라세인(파랑), ▲비올라세인(남색), ▲디옥시비올라세인(보라)을 생산하는 대장균들을 개발했다. 대장균을 통해 일곱 빛깔의 천연 무지개 색소를 모두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생물에서 소수성 색소가 생산되면 이는 세포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세포 내부에 축적된다. 색소가 축적될 수 있는 세포의 수용력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그동안 소수성 색소를 특정량 이상으로 생산할 수 없었다. 이에 연구팀은 세포의 모양을 변화시키거나 세포 내 소낭을 형성해 미생물 내부의 소수성 천연색소 축적량을 증가시키고자 했다. 또한, 색소 생산량을 더욱 증가시키기 위해 연구팀은 세포 외 소낭을 형성해 미생물 밖으로 소수성 천연색소를 분비해 무지개 색소를 고효율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폐목재, 잡초 등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바이오매스의 주원료인 포도당 또는 산업공정의 부산물로 생산되는 값싼 바이오매스인 글리세롤을 단일 탄소원으로 사용해 일곱 빛깔의 천연 무지개 색소를 생산하는 대장균 균주를 최초로 개발했다고 연구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한 양동수 박사는 "석유 화합물 기반의 합성 색소를 대체할 수 있는 일곱 빛깔의 천연 무지개 색소를 세계 최초로 생산했으며, 이번 연구는 특히 색소를 비롯한 천연물을 고효율로 생산할 수 있는 범용 대사공학적 전략을 개발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이번 기술을 활용해 색소뿐만 아니라 의약품, 영양보조제 등의 다양한 친환경 물질을 고효율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지난달 25일 자 온라인 판으로 출판됐으며,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