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대선(大選)을 앞두고 여야(與野)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새 지도부 수장(首長)인 송영길 대표는 ‘조국 사태 사과’와 ‘부동산 비리 의혹 의원 12명의 탈당(脫黨)’을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새 지도부 선거가 진행 중인 국민의힘에서는 유력한 당 대표 후보로 30대 원외(院外) 청년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부상(浮上)하고 있다. 물론 이를 좋지 않게 평가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송 대표의 드라이브가 ‘당심(黨心)을 분열시킨다’는 비판, 내년 대선을 관리해야 할 새 당 대표직은 ‘노련한 경륜의 후보가 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요동치는 정치권 현상에 대해, ‘계속 변화하고 있는’ 지식인은 어떤 시각을 갖고 있을까. 시대의 변화를 읽는 지식인은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정치의 흐름도 잘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젊은 시절 ‘노동 운동’에 매진했던 ‘진보 원로’임에도 ‘진보 정권’을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을 강력 비판해온 주대환(67) 제3의길 대표(발행인·편집인)를 9일 《조선펍》이 인터뷰했다. 1954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난 주 대표는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한 뒤 노동 운동에 투신, 한국노동당 창당준비위원장,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자유와 공화’ 공동의장, 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 등을 지냈다. 주 대표는 현재 진보·중도 지식인과 시민들이 모여 우리 시대의 화두와 미래 개혁과제 등을 토론하는 ‘만민토론회’의 준비위원 및 간사를 맡고 있다. 이하 일문일답.
“만민토론회로 제3지대 형성? 말처럼 쉬운 일 아냐... 독립적 지식인들의 토론장일뿐”
- 지난달 10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첫 만민토론회가 열렸다. 앞으로도 관련 행사를 이어갈 예정인가.
“그렇다. 코로나19로 상황이 좋지 못하지만 계속 전국을 돌면서 토론회를 열 생각이다. 이달 12일 토요일에는 광주광역시 4.19 혁명 기념관에서 경제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린다. 중도·보수 성향의 단체인 ‘호남대안포럼’과 함께 ‘우리나라 경제를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모색할 예정이다. 자연히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도 나올 것이다. 광주에 이어 이달 안으로 대전·대구·부산까지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대전 토론회에서는 카이스트 교수들, 학생들, 대전 시민 운동가들과 함께 탈(脫)원전, 탄소제로, 기후변화 등에 대한 대책 방향을 논의할 것이다.”
- 진영을 초월해 우리나라의 제반(諸般) 과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이 토론회를 차기 대선 국면에서의 ‘제3지대 플랫폼’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제3지대 형성은 사실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다. 번번이 얘기가 나오긴 했지만... 인기 있는 특정 후보가 깃발만 들면 그 밑에 사람들이 모여들곤 하지만, 사실 거기에는 기성 정당 출신들보다 못한 사람들도 많다. 우리와 같이하는 분들 중에 앞으로 그런 쪽에 합류할 사람들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현재로선 우리는 지식인과 시민들의 토론 모임일 따름이다. 때만 되면 대선 캠프로 몰려가는 지식인들이 많은데, 우리만이라도 각자의 정치 스탠스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비판하고 문제의식을 갖자는 차원에서 모인 것이다.”
- 만민토론회에서 다루는 의제(議題) 설정의 기준은 무엇인가.
“최소한 우리는 누가 정권을 잡든지 이 엉망인 나라에서 ‘이것만큼은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대해 토론한다. 미래 지도자들에게 국가의 가장 시급한 과제를 제시하는 것이다.”
“역대 정권, 개혁과제 미루는 일 많아... 文 정부는 ‘脫원전’ 같은 잘못된 길로 들어서”
- 역대 정권들이 국가의 시급한 과제들을 해결해오지 못했다고 생각하는가.“정권 교체든, 정권 유지든, 단기적 인기몰이에만 치중하는 지도자들이 많았다. 개혁과제(改革課題)를 해결하지 않고 미루는 게 너무 많았다. 그러고선 지지층 요구에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 문재인 정부만 봐도 ‘탈원전’이라는 잘못된 길을 가고 있지 않나.”

- 정치권 질문으로 넘어가겠다. 최근 민주당 신임 대표를 맡은 송영길 의원이 ‘조국 사태 사과’ ‘부동산 투기 의혹 의원들 탈당’을 결정했다. 진보 진영 원로로서 이를 어떻게 평가하나.
“잘하는 것이다. 기대만큼 잘하고 있다. 송영길 의원은 사실 인천에서 같이 노동 운동을 했던 후배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새로운 ‘도덕 기준’을 세운다는 점에서 좋은 현상으로 보고 있다.”
“‘조국 사과’에도 조국 회고록 하루 만에 10만 부 돌파... 송영길의 노력도 쉽지는 않을 것 같아”
- 선명성을 강조하는 진보 진영 일각에서는 송 대표의 ‘조국 사태 사과’에 대해 “당심을 분열시킨다”며 비판하기도 한다.
“(송 대표의 조국 사태) 사과가 물론 똑 부러지지 않고 애매했다고 듣기는 했는데... 어찌 됐든 사과하는 건 좋은 노력이다. 애를 쓰고 있다. 다만 조국 전 장관의 회고록이 출간 하루 만에 10만 부가 팔렸다고 들었는데, 송영길의 노력도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 선거에서는 30대 원외 후보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는데.
“(이준석 열풍 현상은) 국민들과 당원들이 많이 고민하고 판단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일종의 ‘둑이 터진’ 현상이다. 청년 세대의 폭발적 에너지가 당 안에 갇혀 있다가 터져 나온 것이다. 이게 시작이다. 이준석 한 사람의 승리로 끝나고 마는 문제가 아니라, 많은 2030세대가 이어서 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무엇보다 이를 계기로 이른바 ‘흙수저’로 불리는, 배경이 좋지 못한 청년들이 정치의 중심으로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계층 이동’이 가능하다. 어려움 속에서 자력으로 성장한 청년들이 사회의 주역이 돼야 한다.”
“90년대생 ‘계층 세습 시대’ 경험... 이준석 현상 계기로 ‘흙수저 청년’들 정치·사회 주역 돼야”
- 최근 들어 특히 20대 청년들이 ‘내로남불’이라는 멸칭(蔑稱)으로 상징되는 문재인 정권의 위선과 무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금 (20대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90년대생은 기성세대와 달리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하면서 성장해왔다. 바로 ‘클래스(계층)가 세습(世襲)되는 시대’를 경험한 것이다. 오늘도 오전에 책 《세습 중산층 사회》를 쓴 조귀동씨와 통화를 했는데... 지금 ‘클래스가 세습되는 시대’를 경험하는 젊은이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나 사고방식이 기성세대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 당연히 ‘클래스 세습 시대’를 바꾸기는커녕 강화하는 정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앞으로 우리 정치에서도 이런 젊은이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대변해줄 수 있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
-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이제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현 정부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했어야 했지만, 결국에는 완수하지 못하고 다음 정권에 넘기게 된 ‘개혁과제’가 있다면.
“노동개혁과 연금개혁이다. 모두 우리나라 경제와 직결되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노동개혁은 고용과 성장이 달린 문제이며, 연금개혁은 불어가는 나랏빚에 대한 문제다. 문재인 정권은 지금에 와서야 친중(親中) 외교 노선과 탈원전 기조에 대해 약간의 수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다음 정부를 위해 조금씩 국가의 방향을 틀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개혁과 연금개혁 이 두 문제는 끝내 해결하지 못했다. 너무 많이 지체된 문제다. 남은 임기 동안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현 정부가 다음 정부를 위해) 준비할 건 해줘야 한다.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