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12월 13일 YTN이 북한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 후 즉시 사형 집행이 됐다고 보도하고 있다. 사진=YTN 캡처

지난 10일 국가정보원 창설 60주년을 맞아 국정원 60년의 역사와 활약상, 선진 정보기관으로의 도약을 위한 변화 등 총 7회에 걸쳐 보도하고자 한다. 오늘은 그 두 번째 시간으로 세계가 인정한 대북(對北) 정보기관으로서의 국정원을 소개한다. 

정보는 국가 운명의 생명이다. 적시에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국가지도자가 올바른 정책 판단을 하거나 외부 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특히, 북한의 동향이나 도발 징후를 조기에 포착해 대비하는 것은 국정원 업무의 핵심이다. 

북한은 폐쇄성으로 인해 정보 접근이 매우 어려운 국가다. 그러나 국정원은 북한 정보에 있어서 독보적인 정보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2020년 '김정은 건강이상설(說)' 진위(眞僞) 파악, 2013년 '장성택 실각설(說)' 사전 확인 등은 국정원의 대북(對北) 정보력의 진가가 발휘된 계기였다.

◇ '김정은 건강이상설' 관련 정확한 정보수집·공유

2020년 4월 15일, 북한 금수산 궁전에서 최룡해 등 북한 고위 간부들이 김일성 생일을 맞아 참배에 나섰다. 그러나 김정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집권 후 첫 불참이었고 즉각 신변이상설이 제기됐다. 처음에는 일부 인사들이 '김정은 건강이상 가능성'을 거론하는 정도의 단순 '의혹 제기' 수준이었다. 

하지만 4월 20일 한 인터넷 매체가 "김 위원장이 향산에서 심혈관시술 받았다"고 보도한 데 이어, 다음 날 미국 CNN이 "큰 수술을 받고 중대한 위험에 빠졌다"는 속보를 내자 '김정은 건강이상' 의혹은 급속도로 확산됐다. 국내외 언론과 일부 전문가들도 '심장수술', '뇌졸중', '식물인간', '사망' 등 다양한 설들을 언급했다. 

국정원은 김정은이 금수산 궁전에 나타나지 않은 바로 다음 날인 4월 16일 북한 분야별로 주무 직원들을 신속하게 소집하고 관련 첩보들을 면밀히 점검하여 '신변이상'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를 바탕으로 청와대·국회 등에 '김정은 건재 사실'을 신속하게 보고해 안보 혼란을 미연에 차단했고, 해외 동맹국의 올바른 정세 판단을 위해 관련정보를 수시로 공유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국정원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장기간 축적된 북한 정보 역량과 노하우가 있다"며 "북한 정보에 있어서는 국정원이 세계 정보기관 사이에서 독보적인 정보력을 인정받는다"고 말했다.

◇ '장성택 실각설' 사전 확인

국정원은 지난 2013년 12월 3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의 실각 징후가 보인다"고 국회 정보위에 보고했다. 장성택이 모든 직책에서 해임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며, 북한이 장성택의 측근을 비리 등 반당·반혁명 혐의로 공개처형한 사실을 내부에 공개 전파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장성택은 김정일의 여동생인 김경희의 남편으로, 김정은 체제의 2인자 역할을 하던 인물이라, 국정원의 보고는 충격적이었다. 때문에 국정원이 공개한 '장성택 실각설'에 대해 신빙성 논란도 제기됐다.

하지만, 엿새 만인 12월 9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공식적으로 장성택의 직위 해임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국정원의 북한 정보 능력이 크게 조명받는 계기였다.

국정원은 같은 해 12월 23일 개최된 국회 정보위에서 "장성택은 11월 중순 구금됐고 12월 8일 출당 및 제명 조치됐으며, 12월 12일 사형이 집행됐다"고 추가 보고했다. 북한이 12월 초 공개한 장성택의 체포 장면은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연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숙청 배경에 대해서는 권력투쟁이 아닌 이권사업과 관련된 갈등이 비화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언론들과 전문가 그룹은 국정원이 '장성택 실각설'을 감지할 수 있었던 비결을 상세히 분석하며 "국정원의 존재감과 북한 정보력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국정원이 장성택 등 김정은 측근들의 동향을 면밀하게 추적·분석하고, 시긴트(SIGINT, 신호정보)·휴민트(HUMINT, 인간정보)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첩보 수집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