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국정원 포스터 캡처

지난 10일 국가정보원 창설 60주년을 맞아 국정원 60년의 역사와 활약상, 선진 정보기관으로의 도약을 위한 변화 등 총 7회에 걸쳐 보도하고자 한다. 오늘은 그 세 번째 시간으로 산업기밀 보호를 통해 국가와 국민의 재산과 기술을 지키는 국정원의 역할을 조명한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으로 대표되는 우리 기업의 기술력은 국가 경제의 원동력이다. 그로 인해 우리 기업은 끊임없이 해외 기업으로부터 기술 유출을 위협받고 있다. 기술이 새 나가면 후발국들의 기술추격으로 인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된다. 국정원은 국가경쟁력 보호를 위해 산업스파이 차단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연간 수십여 건의 산업스파이 사건을 적발하고 있다.

다음은 국정원이 산업스파이를 적발한 주요 사례들이다.

#1. 국내 유명 공대 A교수는 2017년 한중(韓中) 대학 간 국제 공동연구 프로그램을 주도하며 중국 정부의 '천인계획'(해외 고급 인재 유치 계획)에 참여했다. A교수는 중국 정부로부터 연구비와 급여 등 각종 편의를 제공받으면서 한국의 국가핵심기술인 자율주행차 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렸다. 국정원은 중국의 '천인계획'에 대한 정보수집 활동을 하던 중 A교수의 기술유출 정황을 포착했다. 이후, 방첩 네트워크와 빅데이터 등 첨단 조사기법을 동원해 A교수의 기술유출 행태를 추적하는 한편, 국가 R&D(연구·개발) 감독 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공조 조사를 벌여 실체를 확인했다. 과기부는 국정원의 지원자료를 바탕으로 A교수를 검찰에 고발했고 2020년 8월 검찰은 '산업기술보호법' 등의 위반 혐의로 A교수를 구속기소했다.

#2.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두께 측정기 제조업체 B사 퇴직직원 C씨는 2017년 퇴사하면서 핵심 기술 소스코드 일체를 USB에 저장해 갖고 나왔다. 유사 소스코드를 만들어 이익의 일정 부분을 받기로 하고 중국 경쟁업체에 지원했다. 소스코드를 지원받은 중국업체는 자국 관련업체에 해당 기술이 적용된 장비를 저가에 다량 제조·판매했고,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기술을 개발한 B사는 중국업체의 저가 공세에 밀려 최근 잇따라 수주에 실패하면서 회사 사정이 크게 악화됐다. 국정원은 B사 대표 D씨로부터 기술유출 신고를 접수한 후 1년 3개월간 방첩 조사를 거쳐 검찰에 사건을 이첩했고, C씨는 지난 1월 21일 1심(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표 D씨는 1심 선고가 나는 날 박지원 국정원장 앞으로 편지를 보냈다. D씨는 편지에서 "그동안 직원들을 구조조정하는 아픔과 매출 감소라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국정원 문을 두드렸는데 산업기술보호 전담팀 덕분에 기억 속에 묻혔던 수많은 증거자료를 다시 찾게 됐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D씨는 "국정원의 도움과 조언으로 회사 보안도 전보다 훨씬 강화됐다"고 말했다.

#3. '위그선(船)'(바다 위를 1m 정도 떠서 고속으로 이동할 수 있는 선박) 제조업체 E사에서 연구소장으로 일하던 F씨와 해외영업팀장 G씨는 지난 2015년 개인 사정을 이유로 퇴직했다. 그런데 국정원의 첩보망에 이들이 함께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동향이 포착됐다. 국정원 조사 결과, F씨는 장남 명의로 동종업체를 설립·운영중이었으며, G씨는 F씨의 처남이 운영하는 가구회사에 취업한 척하면서 실제로는 말레이시아 업체와 비행선박 공동생산을 추진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위그선 제조기술은 E사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5월 31일 '바다의 날' 행사 당시 시승한 국가핵심기술이다. F씨와 G씨가 퇴사하며 위그선 개발 실험 데이터와 설계도면, 제조공장 라인배치도 등 A사의 영업기밀을 무단 반출한 것이다. 이들의 기술 유출 행각은 국정원의 집요한 조사로 덜미가 잡혀 현재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4. 환경플랜트 기업인 H사 연구차장 I씨는 퇴직하면서 H사뿐 아니라 관계사인 J업체의 '대기오염 방지 설비자료' 기술 및 영업자료까지 USB로 무단반출해 중국업체에 판매를 시도했다. 국정원의 방첩조사 결과, 이미 계약금으로 1800만 원을 받은 상태였다. 반출 자료는 환경분야 첨단기술로 중국의 기술수준은 우리나라보다 10년 정도 뒤쳐져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피해업체인 H사와 J사의 연 매출은 각각 10억, 47억 원으로 영세해 핵심보유기술이 중국에 유출됐다면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울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국정원은 경남경찰청과 용의자 I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중국업체로부터 계약금 수령사실, 피해업체 기술자료가 포함된 USB·외장형 하드디스크를 확보해 해외 기술유출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 1심 법원(창원지법)은 I씨에게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고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기술개발 10년·유출 1초'라는 엄중한 인식을 갖고, 국내외 방첩 역량을 총동원해 핵심 기술보호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