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족(王族·임금의 일가) 신분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높은 사회적 신분에 따르는 도덕적 의무)를 실천한 외국 사례가 나와 세간의 눈길을 끌고 있다. 네덜란드 공주(公主)의 이야기다. 아직 10대 소녀인 공주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돈을 받기는 불편하다’며 최근 국민 세금으로 지원되는 생활비 조의 용돈을 거부했다고 한다. 거부한 돈만 무려 22억 원에 달한다. 네덜란드 왕족 중 처음 있는 일이다.
네덜란드 국영방송 ‘NOS’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1일(현지 시각) 네덜란드 왕위(王位) 계승 서열 1위인 카타리나 아말리아 공주가 마크 루트 네덜란드 총리에게 편지를 보내 이른바 ‘세금 용돈’을 거부한 사실을 보도했다. 네덜란드에서는 공주를 비롯한 왕족에게 각 수십억 원에 달하는 수당 및 생활비를 지급한다. 아말리아 공주는 편지를 통해 18세가 되는 생일부터 세금 용돈 160만 유로(약 21억6297만 원)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말리아 공주는 편지에서 “오는 12월 7일 저는 18살이 되고, 법에 따라 왕실 수당을 받게 된다”며 “코로나 기간 다른 학생들은 더 힘든 시기를 보내는 와중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돈을 받는 것은 불편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신이 학생 신분일 동안은 왕실 수당을 받지 않겠다”며 “네덜란드 공주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데 더 큰 비용이 들 때까지 30만 유로(약 4억555만 원)의 왕실 수당을 정부에 환원하고 130만 유로(약 17억5741만 원) 상한의 생활비를 청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편지를 받은 루트 총리는 아말리아 공주가 장차 “훌륭한 여왕(女王)이 될 것”이라며 그의 결정을 이해하고 감사하다고 답했다. 최근 고등학교 졸업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아말리아 공주는 바로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1년간 휴식기를 가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