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조선일보DB

조국 전 법무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한길사)이 서점가를 휩쓸고 있다. 출간 보름 만에 20만 부가 넘게 팔렸다. 교보문고가 발표한 6월 1주 온·오프라인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출간 즉시 1위에 오른 《조국의 시간》이 2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왕좌(王座)를 지키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국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라 불리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꼭 책을 냈어야 했냐”며 사실상 질책했음에도 조 전 장관의 존재감은 여전하며 ‘조국 열풍’은 식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조 전 장관 ‘지원 세력’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조국 장관 소환과 같은 일은 없었으면 한다. 당을 이끄는 지도자가 ‘감탄고토(甘呑苦吐)’한다는 느낌을 주면 신뢰받기 어렵다”고 대놓고 송영길 대표를 비판했다.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며 “남들은 몸에 칼을 맞으며 맞짱 뜨고 있을 때 단 한 번도 자기 몸을 던져가며 싸우지 않고 뒤에서 세력 판도, 전략 같은 말장난으로 치장한 채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 유지를 위해 계산기만 두드리던 눈치 100단 기회주의 민주당 난닝구 모습”이라고 양정철 전 원장을 맹폭했다. 

황 위원은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 조국의 시간을 거치지 않고서 그 누구도 2022년을 맞을 수 없다는 것을”이라며 “그 운명을 조국이 만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방송인 김용민씨도 “조 전 장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윤 전 총장을 추천해 결국 검찰총장에 앉히도록 뒷받침한 당사자가 양정철”이라며 “양정철의 조국 비난은 가장 비열한 선거철 구직활동”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럼에도 여권의 핵심 인사들은 ‘조국 손절’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민에게 정치적 환멸을 주는 논란의 ‘조국 사태’를 전략적으로 정리하지 않고서는 내년 대선을 이길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양 전 원장은 최근 가까운 여권 인사들에게 “경각심을 갖고 분발하지 않으면 정권 재창출은 어렵다. 조국은 털어내야 민주당이 재집권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8일 채널A 인터뷰에서 사견(私見)임을 전제로 “(송 대표의 조국 사태 사과는) 결과적으로 잘 하셨다고 생각한다”고 호평했다.

정가(政家)에서는 이처럼 아직도 정치권의 뜨거운 화두인 조 전 장관을 두고, 친문(親文) 진영이 차기 대선 국면에서 ‘구문(舊文)’과 ‘신문(新文)’ 계파로 나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과거 문 대통령과 가까웠던 3철(양정철·이호철·전해철) 같은 원조 친문 세력이 ‘구문’이 되고, 조 전 장관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강력한 검찰 개혁 드라이브를 주장하는 강경 세력이 ‘신문’이 된다는 시나리오다. 실제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의 출마 요청을 받는 추 전 장관은 이달 안에 ‘대권 도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낙마(落馬)를 노리는 여권이 법무장관 출신 조국·추미애 연합을 띄워 ‘검찰 개혁 대(對) 반(反)개혁’ 구도로 대선 분위기를 끌고 갈 가능성도 있다. 퇴임을 앞둔 문 대통령과 ‘구문’ 세력이 ‘신문’ 계파의 부상에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