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대선 특별기획-기적의 나라 대한민국, 7인의 대통령'(정치 카페 하우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공동 주최) 제1차 강연이 지난 8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정치 카페 '하우스(HOW'S)'에서 열렸다.
연사는 충남대 사회과학연구소 교수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이택선 박사. 저서 《취약국가 대한민국의 탄생: 국가 건설의 시대 1945~1950》에서 해방전후사를 '국가 형성'의 관점에서 분석한 이 박사는 이날 '이승만, 국부와 독재를 넘어'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이 박사는 이승만 대통령을 '근대 전환기의 한계인'으로서 어두운 시대를 열었던 카리스마적·변혁적 리더라고 평가했다. 강연 후 이택선 박사를 만나 이승만 리더십 연구를 통해 바라본 오늘날의 대한민국, 우리 시대에 요구되는 지도자상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젊은 학자로서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연구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저는 원래 조선시대 외교사를 연구했던 학자입니다. 제 스승 중의 한 분이 훈민정음 연구의 권위자이신 고려대 정광 교수님이세요. 조선시대 역사를 연구해오다 2000년대 초반부터 현대사도 함께 연구하게 됐습니다. 주로 '국가 건설'과 관련된 주제를 연구했어요. 조지타운대에 방문연구원으로 가게 됐고, 빅터 차 교수님 밑에 오랫동안 있었습니다. 빅터 차 교수님께서 한국 현대사 관련 연구를 많이 해오셨고 제 박사 논문도 관련 분야이다 보니 계속 이승만 대통령 연구를 하게 됐습니다. '이승만 평전' 저술과 관련해 제의를 받고 저보다 훌륭한 이승만 연구자분들이 많이 계셔서 처음엔 사양했는데,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윤재 교수님과 제 지도교수님이신 서울대 최정운 교수님께서 저술을 권유해주셔서 쓰게 됐습니다."
이택선 박사는 지난달 30일 《우남 이승만 평전》을 출판했다. 이 박사는 책에서 조선 말기와 일제 강점기, 미군정 시기를 거쳐 대한민국 제1, 2공화국까지 활동한 정치지도자 이승만의 일대기를 소개하고 그의 리더십이 한국 정치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이 박사는 책에서 특히 이승만의 '카리스마 리더십'이 어떻게 탄생하고 발전했는지, 그리고 종국에 소멸했는지를 밝히고 있다.
- 이승만 대통령과 관련해 현재 연구 중인 내용이 있다면?
"'나는 이승만입니다'는 가제를 붙여서 이승만에 관해 좀 더 그의 기독교 사상과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측면에서 책을 쓰고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10년 내로 '조선 외교의 발견'이라고, 조명(朝明) 관계나 조청(朝淸) 관계를 당시 외교 문서를 통해 바라보는 연구를 하고 싶어요. 그럼 오늘날 중국 패권 문제도 좀 더 잘 보일 것 같거든요."
이택선 박사는 개헌(改憲) 문제에 대해서도 연구 중에 있다고 했다.
"3가지 초점인데 대통령 결선투표제,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뽑는 것, 양원제 개헌입니다. 대통령 중심제를 유지하면서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서 적실성, 보편성, 특수성을 함께 만족시킬 수 있는 개헌 방안에 대해 정리해 공저로 책을 써보려고 준비 중입니다. 사실은 1공화국 때도 양원제 했거든요. 대통령 독주를 막기 위해서 국무총리도 국회에서 뽑았고요. 또 대통령의 권력이 불안정한 것이 결선투표제가 없어서라고 보는데, 프랑스의 제도를 가져 온다면 대통령제가 좀 더 안정성을 갖게 되고 말년에 불행한 대통령이 나오는 것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이승만 대통령의 리더십을 '카리스마적·변혁적·거래적 리더십'으로 설명했다. 차기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은 무엇인가?
"혜원상생(解寃相生·맺힌 원한을 풀고 서로 도우며 살아감)이라고, 반대자들의 한을 풀어주고 국민 통합으로 가는 리더십이 필요해요. 계속해서 '제사의 정치'를 할 순 없는 거죠. 또 국민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사관(史觀)을 정립해야 해요. 좌든 우든, 너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 이승만 시대를 '비동시성의 동시성, 시대 전환기'로 설명했다. 오늘날 역시 '시대 전환기'라고 평가했는데.
"이승만 당시는 중국 문명에서 일본 문명, 미국 문명으로 넘어가는 시기였어요. 지금은 미국 문명 시대에서 미중이 쟁패(爭霸)하는 미중 양대 패권 시대로 갈 것인지, 패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것인지, 아니면 미국이 옛날 일본에게 그랬듯 중국도 제압할 것인지, 우리는 사실 알 수 없잖아요. 추측할 뿐이죠. 이승만 대통령이 친미적이라고 욕을 먹었지만 미국에 대해서 할 소리는 다 했거든요. 그런 것처럼 우리도 꼭 친중적일 필요도 없고, 친미적일 필요도 없다고 봐요. 국가 지도자는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가장 중시해야하는 거고요. 제 핵심은 간단해요. 국민의 민생을 해결할 수 있는 지도자여야지 국민에게 특정 이념을 강조하는 지도자는 안 좋다는 거예요."
이택선 박사는 좌우 양편에서 각기 정반대의 평가를 받는 이승만과 김대중, 두 대통령이 공통점이 많은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이승만 대통령 시기에 여성에게 투표권이 주어졌고, 상놈들의 세상이 됐잖아요. 김대중 대통령도 차별 받는 집단을 중심부로 끌어올려주는 역할을 했고요. 두 분 다 카리스마에, 마키아밸리안적인 모습도 있었어요. 김대중 대통령이 장면씨한테 정치를 배웠지만, 사실 이승만 시대에서 배운 이승만의 제자라고 생각해요. 성향이 비슷하잖아요. 삼김씨, 김영삼이나 김대중이 정면 돌파하는 게 굉장히 비슷해요. 예를 들면, 김대중이 노태우 대통령한테 정치 자금 받았던 사실을 김영삼 대통령이 폭로하니깐, 김대중 대통령이 '그래. 난 받았다 어쩔꺼냐' 그렇게 해서 해결했거든요. 김대중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정면 돌파한 게 많아요. 이건 이승만 대통령의 유산이죠."
- 한국에선 근대 국가가 아직도 건설 중이라고 봤는데요.
"근대 국가의 요건이 충족이 안 됐다는 거죠. 서양 시민 사회의 경우 부르주아가 경제 권력을 바탕으로 정치 권력도 스스로 획득했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부르주아가 국가에 의해 인위적으로 형성 됐고 정치적 정당성을 획득한 사회 집단이 존재하지 않아요. 그래서 전근대적 요소가 공존하고 있고, 계속해서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거예요."
- 근대 국가 건설을 위해서 선결해야할 과제 뭐라고 보는지.
"이승만 대통령의 '카리스마'를 강조했지만 역설적으로 '카리스마 리더십'이 없어지는 방향으로 가야해요. 지금은 사실 요원(遙遠)한 것 같고 그래서 제가 개헌안을 생각한 거예요. 제도화된 정치로, 그게 룰 오브 로(Rule of Law)를 관철시킬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법치(法治)로의 전환, 그것이 진정한 공화주의죠."
- 만약 이승만이 오늘날 대통령직을 맡았다면 대북·대중 정책, 대미 외교 어떻게 이끌어 나갔을 것 같은지.
"대북 정책은 굉장히 보수적이시니깐 불안해하시겠죠. 대중 정책은 중국을 많이 싫어하셨지만, 국익 측면에서 이 분도 대만과의 단교는 받아들이고 중국과 수교는 했을 것 같아요. 대미 정책 같은 경우 우리나라 대통령 중에 미국을 가장 잘 알았고 미국에 대해 할 소리는 다 했던 대통령이니깐 오히려 미국과 갈등이 나올 수도 있겠죠. 미국에게는 매우 싫은 존재, 트러블 메이커셨거든요. 왜냐하면 국익을 위해 미국에 끊임없이 요구했고, 게다가 가르치려고 들었어요. 이거는 사실 이승만의 분노에요. 미국에 세 차례 배신당했던 걸 물고 늘어졌거든요. 그리고 '내가 프린스턴 박사인데 너들보다 훨씬 선배다. 내가 한 수 가르쳐주겠다' 이런 고자세로 나갔어요. 지금도 미국한테 한 수 가르쳐준다고 하면 기분 나쁠 텐데 그때는 더 못 살았던 때인데 후진국 늙은이가 그런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열 받았겠어요."
- 이승만 대통령은 '북진통일'을 주장했다. 이승만 학자로서 생각하는 '통일 정책'의 올바른 방향성은?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는 북한의 급속한 붕괴를 막기 위해서 일정 부분의 햇빛도 필요하다고 봐요. 이승만 대통령 당시에는 경제적으로 북한이 더 잘 살았고 체제 경쟁에서 지고 있었잖아요. 지금도 어떤 면에선 그다지 많이 앞서는 것 같진 않지만, 처한 현실이 다르니깐 단순 비교는 어려울 것 같네요."
- 우리 사회에서 이승만의 공과(功過)에 대한 객관적 평가 언제쯤 가능해질 것으로 보는지.
"세월이 흘러야 될 것 같고 전 20대에 희망을 두고 싶어요. 이승만과 태종을 비교해 볼 때 태종은 '킬방원' 소리까지 듣지만 20대는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라든지 '정도전'을 보면서 매료되잖아요. 태종은 엄청난 살육을 저질렀음에도 유독 인기가 큰 이유는 뭘까 생각해 보게 되고요. 또 제 생각에는 국가 건설 과정에서 희생당한 원한과 분노의 역사가 분명 존재해요. 그게 해방전후사 인식의 담론인데 그걸 무조건 배척할 수만은 없어요. 그 분들도 솔직히 남기고 싶은 역사가 있을 것이고요."
이택선 박사는 자신의 이승만 연구가 특정 이념의 편에 선 활동이 아니고, 역사의 객관적 진실을 알리는 활동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승만의 사투의 흔적은 고스란히 역사가 되었고, 후대는 그 흔적을 감정해 그를 '영웅', '독재자', '분단의 원흉', '외교의 천재' 등 수많은 이름으로 부르고 있지만 그를 무엇이라 부르든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그가 한국 현대사를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지도자라는 사실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승만의 역사는 한계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우리의 미래국가 건설을 위해 귀중한 역사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이승만의 역사는 화석화된 역사가 아닌, 계속 진행되고 소환되는 '네버 엔딩 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