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학(學) 연구의 권위자로 알려진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이 16일 《조선펍》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정국(大選政局)을 진단했다. 최 원장은 최근 야권(野圈)의 대권(大權) 판도와 관련, 앞으로 주의 깊게 봐야 할 쟁점 3가지를 꼽았다. 유력 대권 잠룡(潛龍)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민의힘 입당(入黨) 시점, 국민의힘 이준석 지도부의 대권주자 영입 역량, 윤 전 총장을 비롯해 최재형 감사원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등 당외(黨外) 잠룡들의 국민의힘 경선 합류 여부가 그것이다. 고려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은 최 원장은 청와대 정책비서실·국정홍보비서실 국장과 《시사저널》 정치팀장, 세한대 대외부총장 등을 지냈다.
최 원장은 “(지금 야권 대선 판도에서) 제일 주시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는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시점이다. (그가) 경선에 참여할 것이냐, (경선이) 끝나고 나서 (최종 후보) 단일화를 할 것이냐가 결정되는 문제”라며 “이준석은 윤 전 총장의 입당 시한을 8월 말로 명확하게 정해서 제시했고, 윤 전 총장 대변인은 ‘두 사람의 시간표가 별로 다르지 않다’고 얘기하긴 했다. 그렇지만 정확한 화법은 아닌데다 이렇게 시간을 끌다가 (윤 전 총장이) 다른 명분을 찾아서 입당 시기를 늦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윤석열 측 '입당 시기 조절론' 나올까?
최 원장은 “내가 의미 있게 들은 얘기는 (윤 전 총장 측 대변인이) ‘윤석열은 국민이 소환했고, 그냥 국민의힘에 들어가는 건 윤석열식(式)이 아니다’라고 한 것”이라며 “‘윤석열 페이스대로 가야 된다’고 했는데, 이건 (입당을 하더라도) 어느 정도 모양을 갖춰서 그룹 또는 세력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입당 시기 조절론이 나올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편집자註: 정확히 하면, 윤 전 총장 측 이동훈 대변인은 최 원장이 언급한 멘트를 직접 한 것이 아니라, ‘그와 같은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전한 것이다.)
윤 전 총장 측 이동훈 대변인은 15일 YTN 인터뷰에서 “그런데 국민의힘에 그냥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윤석열식이 아니다, 윤석열 페이스대로 가야 한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다”며 “이런 분들의 얘기를 의견을 충분히 듣고 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릴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윤 총장은 ‘정권 교체라는 가장 큰 대의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앞으로는 다양한 계층의 국민들을 만나서 여론을 들어보고 ‘국민들이 가리키는 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윤석열-유승민 등 대권주자들과 공정하게 관계 설정할 것인지 주목해야"
최 원장은 “또 하나의 포인트는 ‘과연 이준석 대표가 다른 대권주자들과의 관계 맺기 과정에서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다”라며 “지금까지로 봐서는 기존에 우려했던 부분이 많이 줄어들었다. (다소 껄끄러운 관계였던) 안철수와도 당선 다음날 바로 상계동 카페에서 만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준석이 ‘안철수와 사이가 나쁘다’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만난 건지, 실제로 관계 개선을 위해 만난 건지도 향후 살펴봐야 한다”며 “이후 윤석열, 유승민 등 (다른 대선주자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겉과 속이 같을 것인지, 공정하고 진정성 있게 (대선주자 관리를) 할 수 있을 것인지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직 당 대표가 된 지 얼마 안 됐지만, 이 부분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이준석 리더십’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염려했다.
"장점 많은 최재형, 대중 친화력 보여주는 것이 관건"
최 원장은 최재형 감사원장의 대망론(大望論)에 대해 “독립운동가 후예에다 학창시절 몸이 불편한 친구를 업고 다니는 등 미담(美談)이 많고, 강직하고 청렴결백한 면모 등 장점이 많다”며 “다만 정치인으로서 ‘대중 친화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중 친화력’은 대권주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면모”라고 분석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을 지내면서 청문회, 국정감사, 추-윤 갈등 국면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대중 친화력과 정치력을 절반 정도는 보여줬다”며 “최재형 원장도 과연 그런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완벽히 베일에 가려져 있는 인물이라 더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이다.
"9살 많은 정의화 의장이 '그 어른'이라 하실 정도... '훌륭한 분'이라며 최재형 원장 극찬"
“물론 저도 최재형 원장이 훌륭한 분이라는 말씀은 많이 들었죠. (최재형 원장 쪽과 가까운)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얼마 전에 통화를 했는데 ‘참 훌륭한 분’이라고 말씀을 하셨어요. 정 의장이 1948년생이고, 최재형 원장이 1957년생으로 연배 차이가 많이 나는데, 정 의장님이 ‘그 어른’이라고 최재형 원장을 부르시더라고요. 나이 차이가 많고 정치 경력으로도 후배인데 ‘그 어른이, 그 어른이’ 하면서 (정 의장이) 극존칭을 쓰시니까요. 그 정도로 훌륭한 분이라고 극찬을 하셨답니다.
그러면서 슬쩍 7월 (대선 도전 결심 시기 관련) 얘기를 하시던데, (최재형 원장)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위 사람들이 일단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답니다... 또 정 의장이 ‘이준석도 3개월 만에 돌풍을 일으켰는데, 최재형도 나오면 순식간에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망을 하셨어요. 저는 반론을 제기한 게 ‘말이 3개월이지 이준석은 그래도 조국 사태, LH 사태를 거치면서 정권에 대한 청년들의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오다 분출된 것인데, 최재형 원장은 어떨지 모르겠다’고 했죠.”
"김동연, 최재형, 윤석열 세 사람 국민의힘 들어오면 제2의 이준석 돌풍 가능"
최 원장은 “김동연, 최재형, 윤석열 세 사람만 국민의힘에 들어와도 야권으로선 멋진 환상의 대권판이 마련된다. 다 개성이 있고, 스토리가 있는 사람들이지 않나”라며 “세 사람이 들어오고 안철수·유승민·원희룡·홍준표 등 베테랑들이 맞붙으면 (경선 흥행으로) 제2의 이준석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 ‘올드보이’들이 많은 여권을 제치고, 차기 대선도 야권이 이길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