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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선 특별기획-기적의 나라 대한민국, 7인의 대통령’(정치 카페 하우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공동 주최) 제2차 강연이 14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정치 카페 하우스(HOW’S)에서 열렸다.
연사로 나선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박정희와 대한민국 압축·복합 근대화 혁명’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토론은 김도연 시대전환 상임대표당원, 사회는 조정훈 의원이 맡았다.
이날 강연에서 전상인 교수는 “박정희 대통령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대한민국의 압축·복합 근대화 혁명을 이룬 지도자라 말하고 싶다”고 했다.
전 교수는 박정희를 ‘복합 근대화’, 시대적 대전환을 이룬 지도자로 평가했다. 그는 “박정희는 대한민국 근대화 혁명의 총괄계획가였다”며 “비전을 가진 미래지향적 지도자였고, 종합적인 안목을 가졌으며,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전략적 지도자였다”고 말했다.
강연이 끝나고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자로 나선 김도연 상임대표당원은 “강연을 들으며 마음속에 반감이 들었던 부분”이라며 “5·16을 통해 체제를 만들고 혁명을 만든 주체는 누구였나? 한 사람의 장기 집권으로 인해 4.19정신이 막혔던 거 아닌가?”하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박정희 시대의 성장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 다른 지도자가 있었어도 성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 박정희가 잘한 것도 맞지만 당시 시대가 그를 잘할 수 있도록 만들었던 면도 있다”며 “그의 업적을 너무 과도하게 평가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토론 주제를 던졌다.
박정희 아니었어도 국가 발전?
“아시아 4마리 용, 능력 있는 지도자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상인)
전상인 교수는 “박정희가 아니었어도 경제 성장했을 것이라고 역사를 가정하는 논의는 의미가 없을 것 같다”며 “당시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 중 아시아의 4마리 용 국가 외에는 대부분 발전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굉장히 예외적인 국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네 나라의 발전 요인으로 꼽히는 게 박정희, 장개석, 리콴유 등 당시 그 나라의 능력 있는 지도자들이었다”며 “박정희 시대처럼 그대로 하자거나 그를 위대한 영도자로 모시자는 게 아니라 그 당시의 업적과 리더십을 인정하고 미래를 향해 나가자는 게 제 강연의 요지”라고 밝혔다.
사회를 맡은 조정훈 의원은 “박정희의 근대화 10대 업적에 많은 부분 동의한다. 다만, 박정희 대통령을 오늘날에도 그대로 따라 하면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며 “과거의 성공 원리를 현재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아까 10대 업적을 잘 설명해주셨는데 ‘내가 봐도 요건 아쉽다’ ‘요건 안 했으면 좋았겠다’하는 박정희 대통령의 과오가 있다면 설명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박정희, 당시 헌법적 제도하에서 독재라는 오명 감수한 면 있다” (전상인)
전 교수는 “저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박정희 같은 지도자가 다시 나와야 한다’ 이런 대망(大望) 같은 건 전혀 없다”며 “박정희의 업적을 팩트로 얘기하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박정희 이후 여러 대통령 중에 1년 정도만 했으면 하는 지도자도 있었고, 10년 정도 했으면 좋았겠다 하는 지도자도 있었다”며 “아무리 훌륭한 대통령도 5년이면 떠나보내야 하고 아무리 무능해도 5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 리더십과 제도에 미스매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 교수는 “박정희 대통령이 독재했고 권력의 화신이었다고 말하지만, 당시의 헌법적 제도하에서 독재라는 오명을 감수한 면이 있다고 본다”며 “‘당시 내각제였다면 어땠을까’ 그런 고민도 함께해보게 된다”고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내각책임제의 지지자”라며 “내각책임제의 장점은 능력 있고 신임받는 지도자는 연임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지도자는 그때그때 불신임이 가능한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사회복지적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는데, 전반적으로 그 시대에 근대화, 세계화라는 당시 세계사적 숙제를 열심히 풀었던 지도자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제왕적 대통령제’, 초헌법적 권력 내려놓을 리더 나올 때 변화 가능할 것” (조정훈)
김 상임대표당원은 “1960년대에는 2인자 김종필과 뛰어난 관료 그룹 등 박정희를 견제할 이들이 있었는데, 1970년대 유신 시절에는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됐다는 게 과오이고 문제인 것 같다”고 평했다.
이에 대해 전 교수는 “박정희 이후에도 계속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왔는데 유독 박정희한테만 그런 비판을 한다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조 의원은 “의원 신분으로 국회 현장에 직접 있어 보니 제왕적 대통령제, 집권 여당의 힘을 느낀다”며 “이게 바뀌어야 하는데 무엇이 먼저 바뀔까? 제도가 먼저일까? 사람이 먼저일까?”하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저는 단연코 사람이 먼저 바뀔 것이라고 본다. 자기에게 맞는 제도를 갖고 시작한 지도자는 드물 것”이라며 “이것은 각 시대의 지도자가 극복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 그 안에서 자기의 최선책을 찾는 게 맞지 않을까? 초헌법적 권력을 내려놓을 수 있는 리더가 나오면 제도도 고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전 제도주의자이기도 하지만 같은 제도 안에서 어떤 사람이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사람의 변화에 희망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및 유튜브를 통해 강연에 참석한 이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이날 현장 참석객들을 20~30대 청년들이 주를 이뤘고, 열띤 분위기 속에서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코리안 시빌라이제이션 만들어 가야” (전상인)
“이전 문명이 풀지 못한 걸 풀면 새로운 문명 생겨난다” (조정훈)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을 인정하지만, 말년에 총기를 잃었던 것 아니냐’는 현장 참석자의 질문에 전 교수는 “박정희 대통령의 죄가 있다면 가족사의 비극을 통해 이미 갚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강연 끝에 나왔던 ‘코리안 시빌라이제이션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전 교수는 “문명에 관해서 코리안 브랜드가 없기에 우리 시대에 이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답했다. 그의 설명이다.
“마침 한류 붐이 일어나서 이 국력을 가지고 뭔가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어떤 코리안 시발라이제이션, 한국적인 문화적·문명적 표준이랄까, 스탠다드랄까, 코리안 스타일이랄까, 우리가 5천 년 동안 친중사대를 하고 식민지배를 당하고 미국의 우산 속에 살고 하면서 이젠 먹고살 만해졌지만 뭔가 한국적 문명으로 내놓을 만한 것이 없어요. 예컨대 스페인, 이태리, 로마, 영국, 러시아, 북경, 도쿄, 워싱턴 이런 국가, 도시에 가보면 세계를 대상으로 문명을 꿈꿔본 경험이 있는데 우리는 그런 것이 없잖아요.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을 볼 때 일본은 나오는데 한국은 없다는 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조정훈 의원은 “이전 문명이 풀지 못한 걸 풀면 새로운 문명이 생겨난다고 생각한다”며 “그렇지 않은 문명이 힘으로 누르려고 하면서 양극화와 갈등, 환경 파괴가 일어났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의원은 “이승만 대통령 때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세웠고, 박정희 대통령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했으며, 노무현 대통령은 권위에 대해 도전을 통해 새로운 길을 열었던 지도자였다”며 “오늘날 우리가 가진 가장 큰 문제를 정의하는 순간, 어떤 리더를 찾아야 하는지 답이 풀린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선 시대에 대한 답 박정희가 보여줬다면, 다른 시대에는 다른 답 찾아야 하지 않을까" (김도연)
마무리 발언에서 김 상임대표당원은 “박정희라는 인물에 관해서 공부하고자 류석춘 교수의 ‘박정희는 노동자를 착취했는가’를 읽어봤더니 박정희 시대에 노동자가 중산층이 되도록 키웠고, 그들이 노동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성장시켰다고 설명하고 있었다”며 “이렇게 보는 측면도 있구나 하면서 더 균형감 있게 봐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비트코인에 대해서 많이 얘기하는데, 핵심은 코인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정부가 없는 세상에서 우린 어떻게 살 것이냐에 대한 문제”라며 “정치가 기술을 만나며 분명 바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존의 정치들이 달라질 것이고 이것이 옳다는 하나의 정답이 아닌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한 방향으로 효율적으로 갔던 시대에 대한 답을 박정희 시대가 보여줬다면 다른 시대에는 다른 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끝으로 “젊은 세대들이 너무 박정희를 모르는 것 같다. 박정희에 대한 교육과 평가가 너무 언페어한 것 같다. 그래서 오늘 강의에 응했다”며 “박정희에 대해 객관적으로 배우고 스스로 평가할 수 있도록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