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의 삶의 질 수준에 대한 35개국 조사 결과 한국 아동의 행복지수가 31위 하위권에 머문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 대만, 네팔, 홍콩,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이 하위권에 머물러 있어 아동의 낮은 행복도가 아시아 국가들의 공통 문제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아동삶의질조사(ISCWeB)에 참여한 35개국의 만 10세(2019년 기준) 아동의 행복도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10점 만점에 8.41점을 기록했다. 한국은 대만과 동점을 이루면 31위.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국가는 네팔(8.21), 홍콩(8.09), 베트남(7.90) 세 곳뿐이었다.
아동의 행복도가 가장 높은 국가는 알바니아(9.71), 루마니아(9.48), 그리스(9.35), 몰타(9.23) 순이었다. 8.49점의 말레이시아(30위)를 포함해 한국과 대만(공동 31위), 네팔(33위), 홍콩(34위), 베트남(35위) 등 아시아 국가들이 낮은 순위를 차지했으며, 만 8세와 만 12세 결과 역시 아시아 국가들이 하위권에 머물렀다.

연구진은 물질적 수준, 시간 사용, 학습, 대인 관계, 안전한 환경,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 등으로 구분하여 아동의 행복도를 측정했으며, 아시아 국가 아동의 행복도가 낮은 항목에 주목했다.
한국 아동의 경우, 대인관계 만족도(14위)는 비교적 순위가 높았던 것 비해 학습에 대한 만족도(25위), 안전한 환경에 대한 만족도(26위),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도(28위), 물질적 수준에 대한 만족도(29위), 시간 사용에 대한 만족도(31위) 순위가 낮게 나타났다. 시간 사용에 대한 만족도는 대만, 홍콩, 베트남, 네팔 등 아시아 국가들 모두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연구진은 "한국의 경쟁적인 교육제도가 아동이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하게 어렵게 만들고 아동 스스로 자신의 시간을 주도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와 인접한 국가들과 공유하고 있는 제도적, 문화적 특성이 아동의 행복을 공통적으로 낮추고 있는지 검토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봉주 교수는 "경제적 수준이 높은 한국, 대만, 홍콩 등의 동아시아 국가의 아동 행복도가 낮은 것은 주목할만한 문제"라며 "이들 나라의 현실이 아동의 행복을 증진하는데 취약하다는 의미이며, 우리 사회의 제도적 차원과 문화적 차원에서 아동 행복을 증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또한 "아동 행복도 증진을 위해서는 학습, 경제 상황, 안전한 환경에 대한 더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동 개인이 자신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갖고 자신의 시간을 주도적으로 만족스럽게 활용하면서 사람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사회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연구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을 포함해 알바니아, 알제리, 방글라데시, 벨기에, 브라질, 칠레, 크로아티아, 에스토니아, 핀란드, 프랑스, 독일, 그리스, 홍콩, 헝가리, 인도, 인도네시아, 이스라엘,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몰타, 나미비아, 네팔, 노르웨이, 폴란드, 루마니아, 러시아, 남아프리카, 스페인, 스리랑카, 스위스, 대만, 영국(잉글랜드, 웨일스), 베트남 등 총 35개국의 아동 12만818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한편, 오는 22일 오후 2시부터 '한국 아동의 삶의 질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이 온라인상에서 열린다. 국제 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공동주최한다.
심포지엄에서는 '포용적 아동 삶의 질: 국제비교를 통해 본 한국의 현황'을 주제로, 한국 아동의 삶의 질 및 행복도 수준을 35개국과 비교 분석할 예정"이라며 "또한 장애아동 삶의 질에 관한 국제비교 연구를 통해 장애아동의 권리와 행복 수준을 살펴보고 우리 사회가 기울여야 할 노력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