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캠프가 들어설 예정인 서울 광화문 이마빌딩 전경. 사진=조선펍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 잠룡(潛龍)으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出馬) 선언이 임박한 가운데, 21일 《조선펍》 취재 결과 윤 전 총장의 대선 캠프 사무실이 서울 광화문 인근 ‘이마(利馬)빌딩’에 입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전 기자가 이마빌딩에 방문해보니, 경비원이 출입구를 지키고 있었고 로비 중앙에는 안내 데스크가 있었다. 회전문으로 된 양쪽 출입구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출입자 체온을 재는 열 감지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다. 내부 인테리어는 고급 호텔처럼 고풍스러운 분위기였다. 캠프가 들어설 해당 층으로 올라가자 아직 바닥 장판 공사 중인 사무실이 눈에 띄었다. 입구에 자재가 쌓여 있고 인부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19일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사무실은 농구 코트 1.3배 정도 크기로, 80명 넘는 인력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한다. 윤 전 총장은 27일 출마 기자회견 이후, 당분간 이 캠프를 거점으로 삼을 것으로 알려졌다.

1983년 서울 종로구 수송동 146-1외 2필지에 준공된 이마빌딩은 연면적 3만3839㎡, 대지면적 3825㎡로 지하 3층~지상 15층 규모의 오피스 건물이다. 빌딩 터가 ‘말을 이롭게 하는(利馬) 자리’라고 해서 ‘이마빌딩’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조선 건국의 설계자 삼봉(三峰) 정도전(鄭道傳)의 집이 있던 곳으로, 태종(太宗) 이방원(李芳遠)이 즉위한 뒤에는 왕실 전용 마구간인 사복시(司僕寺, 고려·조선 시대 궁중의 가마·마필·목장 등을 관장한 관청)가 들어섰다고 전해진다. ‘말의 자리’였던 전통이 이어져 일제 강점기 때는 일본 군마대(軍馬隊)가, 광복 후에는 서울시경 기마대(騎馬隊)가 있기도 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마빌딩에 들어가면 말 조각상과 작은 수로(水路)를 볼 수 있다. ‘말에게 물을 먹여 기른 곳’이었다는 내력을 상징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북악산(北岳山)의 계곡물이 이마빌딩 뒤편 중학동으로 내려와 광화문 대로(大路)를 지나 청계천으로 흘렀다고 한다. 그 물줄기를 실어나르던 지천(支川)이 바로 ‘중학천’이다. 

그래서인지 이마빌딩 터와 인근 지역은 예로부터 명당(明堂)으로 꼽혔다. 정도전이 집터를 고를 때 이곳을 보고 ‘백 명의 아들과 천 명의 손자를 볼 수 있는(百子千孫)’ 명당으로 지목했다고 한다. 왕기(王氣)가 서려 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오늘날 ‘대권 후보’들도 많이 거쳐 갔다. 2002년 제16대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 캠프가 이마빌딩에 들어섰고, 1992년 제14대 대선 당시 김영삼 후보는 인근 중학동 미진빌딩에 캠프를 뒀다. 캠프 외에도 이마빌딩에는 언론사와 외국계 회사, 유명 회계법인 및 법무법인, 월드컵 준비위원회 등 다양한 기업과 굵직한 조직들이 입주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