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 성향의 논객(論客)으로 분류되는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가 최근 방송 출연과 저술 활동 등을 통해 ‘진보 정부’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를 강력 비판하고 있다.
강 교수는 지난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정치인들도 눈치를 본다. ‘열성 지지자들의 생각은 이러하신데 내가 감히 여기에 반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며 “실제로 그 열성 지지자들의 대체적인 생각에 반하는 주장을 했다가 아주 된통 혼나신 분들이 많다. 그러면 도대체 정치가 쇄신할 수 있는 길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나, 문제가 심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권의 치명적인 실수의 하나로 윤석열의 악마화를 지적했는데 어떤 의미인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 정권은) 선악 이분법에 근거해서 ‘나는 이쪽 편, 너는 저쪽 편’ 그리고 10 대 0의 선악으로 규정을 해버린다. 자기 정치적 주장이 거의 종교처럼 돼버린다”며 “‘윤석열 전 총장이 문제가 있었고 잘못이 있었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이분이 맞아야 할 정도의 상응하는 매를 (정권이) 때리고 있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강 교수는 “(윤 전 총장은) 문 정권 출범하고 2년간 적폐청산 수사를 서울지검장으로서 맹렬하게 해서 박수를 받았지 않나. 그때 당시 (검찰 등 사정기관을 제어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이 누구였나”라며 “조국 수석의 그 2년간, 검찰의 거친 수사로 인해서 자살한 사람이 4명이 나왔다. 그때 우리 진보 진영 쪽에서 단 한 번이라도 ‘수사가 너무 거칠다, 이런 식으로 가면 안 된다. 특수부 문제 있다. 검찰 개혁해야 된다’ 그 목소리가 나왔었나”라고 꼬집었다.
강 교수는 “(윤 전 총장의 조국 수사를) 다 쿠데타라고 그랬다. 문 정부를 겨냥한 쿠데타? 이거는 ‘누워서 침 뱉기’다”라며 “쿠데타라고 판단을 했으면 문재인 대통령이 그만두게 했어야지 않나. 그 기회를 다 놓쳐버리고 대통령께서는 1년 넘게 방관하셨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대통령 후보 윤석열은 이 정권이 혹은 또 추미애 전 장관이 만든 것이다, 이렇게 보시나’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거의 한 90% 만들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여권의 재보선 실패나 지금의 이 윤석열 후보를 만든 그 원인, 그것은 윤석열의 악마화였나’라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강 교수는 “지금 문 정부를 움직일 수 있는 분들이 ‘4년이 넘었는데 이제 와서 (정책 기조 등을) 전환하는 건 조금 늦지 않았는가. 길 가던 대로 가보자’(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전 이 생각이 정말 위험하고 잘못됐다고 본다”며 “우리가 보통 마지막 모습, 마지막 장면으로 지도자를 기억하고 평가한다. 정말로 엄정하게 성찰하면서 ‘내로남불’만큼은 그만둬야 되겠구나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강 교수는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에 대해 “반(反)독재 하던 걸로 국정운영을 한다? 이건 말려야 한다”며 “그 문법의 종언을 선언해야 한다. 과거가 아닌 미래를 좀 봐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 교수는 저서 《싸가지 없는 정치》(인물과사상사, 2020)에서 문 정권의 ‘오만(傲慢) 정치’에 대해 이렇게 질타했다.
〈문 정권이 핏대 올려가면서 외치는 개혁의 목소리가 부메랑이 되어 자신을 향할 때 “우리는 떳떳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청와대가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울산시장의 선거 부정 사건 의혹 등 문 정권에 불리한 사건들이 “검찰의 수사를 틀어막는 수준이 아니라 검찰이라는 국가기관의 기능을 아예 무력화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다. 여기서도 문재인의 ‘공사(公私) 구분 의식’이 흔들리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길이 없다.
대통령 측근과 청와대 참모들의 비위 의혹이 잇따라 터져나왔음에도, 문 정권은 왜 청와대 특별감찰관을 4년째 공석으로 남겨놓고 있는가? 이에 대해 문제 제기가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왜 청와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건가? 혹 문재인 집권 후 2018년 최고의 명언 중 하나로 꼽힌, 청와대 대변인 김의겸의 “문재인 정부 DNA에는 민간 사찰이 없다”는 말처럼, ‘청와대의 선한 DNA’를 믿는 건가? 만의 하나 그렇다면 정말 큰일 날 일이다.
미국 이야길 하나 들려드리고 싶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 법률 고문 빈센트 포스터가 버지니아주의 포트 마시 공원에서 리볼버 권총으로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1993년 7월 20일). 비리 의혹으로 추궁당하면서 모든 진실을 밝히기 어려웠던 딜레마 상황에서 고민하다가 내린 선택이었다. 정직하고 양심적인 사람이었던 그는 죽기 몇 주 전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우리는 스스로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권력이란 그런 것이다. 선량한 사람도 이런저런 권력관계에 얽히다 보면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들어서고 만다. 권력에 ‘선한 DNA’ 같은 건 없다. 반대편엔 추상(秋霜)같으면서 자기편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관대한 걸 선하다고 볼 수 있을까? 아무리 선의로 해석해도, 그런 이중 기준은 문 정권의 고질병인 내로남불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과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