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버랜드 판다월드의 푸바오(왼쪽)와 강철원 사육사. 강 사육사는 “푸바오는 현재 엄마 젖에서 대나무로 음식이 바뀌는 식이 변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태어난 푸바오는 SNS와 유튜브를 통해 성장 과정이 공개되면서 많은 이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용인=김종연 기자

"이 세상에 푸바오 귀여운 거 모르는 사람 없게 해주세요." "사육사 할아버지 다리 꼭 붙잡은 것 좀 봐. ㅠㅠ"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댓글이 잔뜩 달린 이 유튜브 영상은 최근 조회 수 1000만 회를 넘겼다. 영상엔 에버랜드에 사는 아기 판다 '푸바오(福寶)'가 강철원(52) 사육사의 다리를 붙잡고 '놀아주세요'라고 칭얼대는 듯한 장면이 담겼다. 푸바오는 지난해 7월 국내 유일 자이언트판다 부부 러바오(수컷·9세)와 아이바오(암컷·8세) 사이에서 태어난 암컷 판다다. 푸바오가 건강하게 태어나 어느새 나무도 재빨리 오를 만큼 자랄 수 있었던 데는 '판다 할배'라 불리는 강철원 사육사의 공(功)이 크다. 지난 10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 판다월드에서 만난 그는 "알면 알수록 신기한 판다가 좋다"며 웃었다.

바쁘지만 행복한 판다와의 생활

아이바오·러바오 부부의 '판다 아빠'였던 강 사육사는 푸바오가 태어나면서 자연스레 '판다 할아버지'가 됐다. 세 마리의 판다 가족을 돌보는 만큼, 강 사육사 일과의 시작과 끝은 항상 판다와 함께다.

잠에서 깬 판다 모녀(母女)가 아침부터 관람객을 만나는 동안 강 사육사는 분주히 움직인다. 그는 "아이바오와 러바오의 주식(主食)인 대나무와 최고의 간식인 죽순을 넉넉히 준비하고, 영양을 위해 곡물을 섞은 빵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며 "판다는 야행성 동물이기 때문에 밤에 먹을 대나무도 꼭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푸바오는 아직 어려서 엄마 젖을 주로 먹는단다. 푸바오를 위해 방사장 환경을 가꿔주기도 한다.

강 사육사는 "요즘 아이바오는 푸바오가 독립할 수 있도록 자신의 나무에서 아기를 내쫓기 시작했다"며 "엄마 나무에 오르지 않아도 편히 머물 수 있도록 푸바오 전용 나무도 만들어 줬다"고 전했다.

강 사육사는 하루 중 푸바오와 놀며 장난치는 시간이 가장 즐겁단다. "노는 시간은 푸바오의 신체 능력을 점검할 중요한 기회이기도 해요. 날카롭고 딱딱한 대나무에 찔려서 상처 입은 곳은 없는지, 치아와 발톱 상태, 몸무게는 정상인지 매일 꼼꼼히 체크한답니다."

"국내 탄생 첫 판다의 사육사, 자부심 느껴
푸바오와의 놀이, 몸 상태 점검하는 시간
더 잘 키우려 중국어 독학, 판다 공부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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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판다 푸바오와 희망과 용기 전할게요"

"푸바오가 국내에서 태어난 첫 아기 판다라서 사육사로서 자부심을 느끼지만, 처음이라 힘든 점도 있어요."

강 사육사는 판다와 함께하는 매 순간이 즐겁지만, 때때로 '내가 잘하고 있나?'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지금쯤 대나무를 먹어야 하는데 왜 안 먹지?' '눈을 너무 빨리 뜬 것 아닌가?' 같은 질문이 계속 생긴다"며 "우리나라에서 판다를 번식시킨 경험이 없다 보니, 축적된 노하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럴 땐 틈틈이 독학한 중국어 실력을 발휘해 중국의 판다 전문가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기도 한다.

판다는 독특한 동물이다. 육식 동물의 장기(臟器)를 가졌지만 푸릇푸릇한 대나무를 먹고, 100㎏가 넘는 거구로 쉽게 나무를 오른다. 판다는 임신도 힘들다. 일 년에 임신 가능 기간이 3일밖에 안 되는데, 때때로 착상(着床·수정란이 모체 영양을 흡수할 수 있는 상태)이 지연되기도 한다. 강 사육사는 "이런 과정을 딛고 푸바오가 건강하게 태어나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기 판다를 보면 지친 마음도 치유돼요'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어요. 푸바오를 보러 일주일에 두세 번씩 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예요. 코로나19로 심신(心身)이 지친 이들에게 푸바오의 존재가 희망과 용기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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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0시간 쿨쿨… '폭풍 성장' 푸바오의 하루 궁금하다고요?

언니·오빠들 안녕? 에버랜드 판다월드의 사랑둥이 푸바오야! 태어난 지 일 년도 안 됐는데 벌써 많이 컸지? 날 보러 오는 사람 중엔 “누가 새끼 판다야?”라고 묻는 사람이 있을 정도야. 벌써 35.8㎏으로 ‘폭풍 성장’했거든. 요즘엔 엄마처럼 튼튼하고 커다란 판다가 되려고 대나무 먹는 연습을 하고 있어. 아침에 젖을 먹고 놀다가 죽순이나 대나무를 잘근잘근 씹어 맛보고 있지. 난 사실 잠꾸러기야. 하루에 20시간 이상을 쿨쿨 자. 오늘은 왠지 신나게 놀고 싶어서 나뭇잎을 따보고 뒹굴뒹굴 굴러보기도 했어. 앞발로 엄마를 밀고 볼을 깨물면서 놀기도 했지. 응가는 언제 하냐고? 아직 엄마 젖만 먹어서 2~3주에 한 번 배변해. 하암~. 열심히 놀았더니 벌써 잠이 오는 것 같아. 내가 노는 모습이 궁금하면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