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북 국군포로들과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회는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주장하며 23일 오전 10시 30분 진실·화해를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진실규명신청서를 접수했다. 사진=물망초 제공

탈북 국군포로들이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회와 함께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주장하며 23일 오전 10시 30분 진실·화해를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진실규명신청서를 접수했다. 지난달 24일 첫 신청에 이어 한 달만 두 번째 신청서를 제출한 것이다.

6·25전쟁 때 북한 인민군이나 중공군에 의해 포로가 됐다가 40~50년 만에 탈북해 돌아온 국군포로들은 자신들이 전쟁이 끝나고도 송환되지 못한 이유, 포로의 95% 이상이 탄광에서 강제 노역을 해야 했던 까닭,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북한에서 국군포로들의 인권 유린이 지속되고 있는 점 등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가 정확하게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동국대 교수), 정수한 국군포로송환위원회 위원장(울산대 교수), 차동길 전쟁범죄위원회 위원장(단국대 교수), 최기식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부설 북한인권기록소 소장 등이 참석했다. 참석할 예정이었던 탈북 국군포로 유영복, 이선우씨는 건강 문제로 함께 하지 못 했다. 참석자들은 두 탈북 국군포로를 대신해 이들의 증언집과 함께 진상규명신청서를 과거사위에 제출했다. 

탈북 국군포로 유씨와 이씨는 서면 자료를 통해  "1953년 정전회담 기간 중 유엔사령부가 공산군 측에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실종된 한국군이 8만2318명이었으나, 포로 교환 시 송환된 인원은 8343명에 불과했다"며 "북한 정권은 전후 복구 사업에 투입할 노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최소 8만 여명 이상의 국군포로를 남한으로 송환하지 않았으며 지금까지도 '북한 내에는 단 1명의 국군포로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국군포로 및 그 가족들이 70년 세월 동안 북한에 강제 억류된 상태에서 안전 장비 하나 없이 탄광 노동자로 혹독한 강제 노역에 시달리고 가혹 행위, 사회적 차별대우를 당하는 등 고통받으며 살아왔으나 우리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고사하고 기초적인 실태조사조차 시도하지 않았다"며 "탈북 국군포로들이 이 세상을 다 떠나기 전에 하루속히 진실규명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1994년 조창호 중위가 북한을 탈출해온 이후 2010년까지 총 80명의 국군포로가 스스로 귀환해 왔지만, 북한은 지금까지도 국군포로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2014년 유엔인권이사회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국군포로 문제를 보고서에 포함했고, 올해 3월 23일 유엔 인권이사회는 처음으로 국군포로의 인권 문제를 적시했다. 국군포로 문제가 국제사회의 중요한 전쟁범죄 및 인권 침해 이슈로 부상한 상황에서 처음으로 탈북 국군포로들이 우리 정부에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한편 지난 5월 24일 1차 탈북 국군포로들이 신청서를 접수했을 때 정근식 과거사위 위원장이 면담 과정에서 중공군 포로에 대한 관심을 표명해 탈북 국군포로들의 분노를 산 바 있다. 그 후 6월 3일, 정근식 위원장은 탈북 국군포로 김성태 씨의 자택을 방문해 사과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