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야(與野)의 대선 후보들을 동시 공격하고 있다. 1차 대권 경쟁자인 추미애 전 법무장관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고, 야권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최재형 감사원장을 직격(直擊) 비판하는 식이다. 국회의원 노무현의 보좌관 출신으로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이 의원은 ‘원조 친노(親盧)’로 불린다.
선두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총리를 제외한 여권의 군소(群小) 대권 잠룡들은 최근 당내 핵심그룹인 친문(親文) 진영의 낙점을 받고자 저마다의 개인기를 펼치고 있다. 정가(政街)에서는 친문 진영이 비문(非文) 인사인 이재명 지사 대신 문재인 정부의 국정이념과 정책철학을 계승할 만한 ‘제3의 후보’를 물색 중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광재 의원을 비롯해 정세균 전 총리, 추미애 전 장관 등이 제3의 후보군으로 오르내린다.
추 전 장관은 조국 전 법무장관과 함께 검찰개혁 사안을 중심으로 규합된 새로운 강성 친문 진영, 이른바 ‘신문(新文)’ 세력의 거두(巨頭)로 꼽힌다. 온건한 정권교체를 원하는 전통적 친문 진영인 이른바 ‘구문(舊文)’ 세력이 신문과 대립관계에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광재 의원이 야권 잠룡인 최재형 원장을 난타해 여권 전체의 표심을 얻고, 신문의 거두인 추 전 장관을 제압해 구문의 지지를 얻어 ‘제3후보’로 비상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 “원조 친노인 이 의원이 문재인 정부 출신으로 야권 잠룡이 된 최 원장과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추 전 장관을 곱게 볼 리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의원은 지난 21일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대선에) 출마하는 걸 누가 막을 수 있겠느냐. (다만) 많은 분들이 우려를 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이어 “분명한 것은 윤 전 총장이 대선 후보까지 오는 과정에서 스스로 컸다기보다는 우리 쪽에서 키워준 측면도 있다”고 했다. 지난 2년 동안 이어졌던 ‘조국·추미애 법무부 대(對) 윤석열 검찰’ 간 갈등 국면이 윤 전 총장을 세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거물(巨物)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이 의원이 법무장관 재임 당시 추 전 장관의 실책(失策)을 ‘간접 지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의원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 원장을 겨냥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이 생명인 헌법기관의 수장이 정계 진출 운운하고 있다”며 “공명정대함이 앞서야 할 감사원의 뒤편에 앉아 계산기를 두드리는 처사는 비겁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직 감사원장으로서 공직기강을 무시한 최 원장이 실망스럽다. 빠른 결단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감사원장을 지낼 때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 존재감을 과시한 바 있다”며 “이를 오마주하고 영웅시했던 것이냐”고 지적했다.